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방법 - 7

필요와 욕구의 교차점에서

by 작가 전우형

기적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매우 드물게 일어나기에 기적이라 불릴 뿐. 상식을 벗어난 일이기도 하며 때로는 신에 의해 행해졌다고 믿어지기도 하지만 기적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림자가 그림자가 아닌 존재와 소통하는 일은 분명 기적이었다.


학교의 언어에 썩 어울리는 말은 아니었지만 선생님은 말미에 분명 같은 단어를 언급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국 직접 물어보는 것뿐이야. 하지만 그건 기적이 필요한 일이지." 그가 '기적'이라는 말을 사용한 의미가 절대 일어날 수 없음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는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한 번쯤은 일어날만한 일이니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주문이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기적을 희망적인 메시지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과 그가 말한 '기적'에 특정 사건을 지칭하는듯한 뉘앙스가 담겨있다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이 있었던 건 그림자 세상의 역사가 기록된 이후로 3번밖에 없었어. 어쩌면 그들은 원하던 답을 찾았을지도 몰라. 그토록 궁금해하던 사람의 진짜 속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들은 사람과 직접 소통하는 기적을 경험한 뒤 종적을 감추고 말았어. 분명 기적에는 어떤 대가가 따른다는 거야."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던 교실의 모든 학생들이 기이한 물음표가 그려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시의 침묵 속에서 선생님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하하... 너희들의 그런 얼굴은 처음 보는걸? 언젠가는 너희도 겪을 일이지만 벌써부터 고민할 필요는 없어. 평소처럼 재미로 듣고 넘기면 돼. 시험에는 안 나오는 내용이니까."


기적의 결과일까. 내가 그녀를 눈앞에 둘 수 있는 건. 나는 분명 그녀를 만나 온몸으로 소통하고 있다. 우린 서로를 느끼고 분명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제한된 시간이지만. 나는 아직 어째서 그녀가 그를 그토록 바라보고 있는지 묻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려 드는 순간 기적의 끝이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서로를 볼 수 없는 건 장애물이 아니다. 나는 언제나 그녀가 볼 수 있는 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보지 않았다. 그녀와 나의 만남은 시선의 교차점에 있지 않았다. 우리의 만남은 필요와 욕구의 톱니바퀴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루어졌다. 그녀는 나를 만나 잠들 수 있었고, 나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을 수 있었다. 삶의 경계가 피부처럼 만나 마찰했고 열기를 돋웠다.


진실로 중요한 건 눈으로 볼 수 없다. 빛은 겉을 비출 뿐 속을 비출 순 없고 정작 사람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흉내 낼 수 있는 건 그의 겉모습뿐, 마음은 따라갈 수 없다. 처음에는 내가 그이길 바랬다. 그녀가 원하는 사랑을 짧은 순간이나마 흉내 내길 원했다. 깊은 밤과 어둠이 빛으로 가득했던 낮의 결핍을 채우길 바랬다. 그래서 그녀가 그 결핍을 낮을 떠나 밤에서 충족하길 원했고 나를 기다리길 원했다. 하지만 내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건 사랑이 아닌 꿈이었다. 그녀는 내게서 사랑을 원하지 않았고, 나는 그녀에게서 '그'를 대신할 수 없었다. 그림자에 불과한 나는 끝내 숙명처럼 그를 앞서지 못했다.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짧고도 긴 꿈에서 깨어나면 다시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겠지. 나는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모른다. 기적의 절차로부터 확인 바로 앞에 멈춰서 있다. 질문은 답을 모를 때 가장 매력적이다. 사랑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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