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방법 - 8

이끌림

by 작가 전우형

차가운 것은 그의 눈빛만은 아니다. 그가 내디딘 발걸음 하나하나가 마음의 빙판길에 자국을 남긴다. 그 여로를 따라 뒤늦은 걸음을 옮긴다. 그가 내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 우리의 거리감은 밤과 낮처럼 멀고 만날 수 없다. 내가 다가간 만큼 그는 멀어진다. 새벽이 다가오고 나는 눈을 뜬다. 밀어내고 싶었던 밤의 그림자가 지평선 끝에 걸리고 빛이 전진하는 만큼 어둠은 밀려난다. 나의 손은 그에게 닿을 수 없다.


혐오였다. 그의 시선에 진득하리만치 묻어있던 건 분명.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뛰쳐나올 때 북소리처럼 귀를 두드리던 목소리가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된 목소리.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엄마에 대한 유일한 기억. "어떤 사람도 믿지 마. 그게 엄마라도." 엄마의 말은 나를 살렸다. 믿음은 잔인했다. 함께 떠돌던 아이들은 달콤한 언어에 속아 길을 떠났고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8살 여자아이의 그 작고 연약한 팔다리로 세상의 모든 나쁜 일들로부터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 세상의 담벼락은 아이의 월담을 허용하지 않았다. 비가 오는 것 같았다. 하늘은 맑았다. 눈이 부셨다.


하나의 손이 나를 이끌었다. "뭐해! 뛰어 어서!" 태엽이 풀리고 나는 그를 따라 달렸다. 복잡했던 골목의 끝이 보이고 우리는 새로운 장소에 도달해 있었다. 문득 무서웠다. '어쩌자고 모르는 사람을 따라온 걸까?' 바라보는 눈빛에서 공포를 읽은 걸까. 앳된 얼굴의 남자는 잠시 고민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다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절반 남은 초콜릿을 내밀었다. "배고파서 그러는구나? 일단 이거라도 먹을래? 내가 먹던 거긴 하지만." 내가 보고만 있자 그는 망설임 없이 내 손을 잡아서 펴곤 초콜릿을 쥐어주었다. 나는 저항하지 못했다. 아까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의 손도, 그리고 녹은 초콜릿도. "사양하지 말고 어서 먹어. 무서운 건 허기져서 그런 거야." 그는 내 두려움을 알고 있었다. 꾹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한참을 우는 나를 그는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덩치만 컸을 뿐 10살밖에 안된 남자아이가 우는 여자 달래는 법을 알고 있을 리 없었다.


"갈 곳 없으면 우리 집으로 갈래?" 망설임은 없었다. 고개만 끄덕이는 나를 보며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넌 참 말이 없구나. 혹시 말을 못 하는 건 아니지?"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됐어.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어차피 공기가 다 알려주니까." 그때는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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