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

아는 사람이 더한다.

by 작가 전우형

지적 자산이 늘어날수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아진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내가 아는 정보를 이용해서 타인을 이용할 것인가, 타인을 도울 것인가이다. 택시기사의 국민청원은 20만을 넘어섰다. 택시기사는 응급환자를 후송 중인 구급차와 접촉 사고가 난 후 구급차를 사고 현장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이 접촉사고의 원인이 구급차에게 있는지 택시에 있는지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왜 한시가 급한 구급차를 붙든 채 놓아주지 않았는가에 대해 깊은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그 택시기사는 왜 구급차를 막아섰던 걸까? 그의 내면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있었을까...




블랙박스에 담긴 대화 내용을 보면 택시기사는 자신 역시도 사설 구급차를 몰아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택시기사는 구급차를 붙들고 문제제기를 하면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이용해 분명히 무언가 시빗거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그로부터 자신이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던 것 같았다. 택시기사는 응급환자가 실린 구급차 운전기사를 붙들고 구태여 사고 현장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곤 추궁을 시작한다. '구급차 내에 응급구조사가 동승해 있는지, 후송 중인 환자가 진짜 응급환자가 맞는지,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사이렌을 울려서는 안 되는데 왜 그것을 울렸는지' 등을 문제 삼기 시작한다. 구급차의 문을 열고 이 환자가 응급환자가 맞냐며 사진을 찍는다. 환자는 기가 막힌 상황에 하혈을 시작했고 막무가내인 택시기사에게 붙잡힌 채 119 구급차가 올 때까지 도로 한가운데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그리고 환자는 구급차에서 구급차로 옮겨 타는 불필요한 수고를 해야만 했으며, 후송된 지 5시간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 택시기사는 분명 자신이 아는 지식을 선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사설 구급차를 몰아본 경험이 있었다면 그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고 시급을 다투는 일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보다도 오히려 더 구급차에 협조적으로 길을 비켜주고 구급차의 이동에 유리한 방향으로 차량을 운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구급차를 몰아보았고 택시기사를 할 정도로 운전에 베테랑이라면 굳이 이미 차선에 진입한 구급차와 접촉사고가 날 정도로 가까이 붙을 필요도 없었고, 그와 같은 접촉사고는 노련한 운전실력으로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왜 그랬을까? 도대체 무엇이 그를 그런 행동을 하도록 몰아세운 걸까... 참으로 '아는 사람이 더한다!'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선택은 결과로써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후송되던 환자분이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면, 이 택시기사의 행동은 별것 아닌 사소한 다툼으로 치부될 수 있었던 간단한 문제로 넘어갈 수 있었을까? 여기에 대해 우리는 깊은 고민을 해야만 한다.


결과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좋은 선택 = 좋은 결과, 나쁜 선택 = 나쁜 결과’라는 공식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최악의 선택도 여타의 요소들로 인해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결과가 선하면 선택도 정당화된다는 사고방식이 고착되기 쉽지만, 이것은 자칫 커다란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행동은 그 사람의 선택과 결정을 통해 이루어지기에, 행동의 잘잘못을 판단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가 이면에 갖고 있었던 분명한 의도와 목적이 되어야만 한다.


나는 구급차와 택시 간에 접촉사고가 발생한 그 이면에 숨은 택시기사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환자의 생명이나 구급차량에 대한 사회적 의무를 무시하고 그 구급차에 있었을지도 모를 어떤 결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 한 추악한 '의도'를 말이다. 설사 그 환자가 사망하지 않았었다고 해도 이것은 분명한 '살인'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영상에서 택시기사는 당당하게 주장한다.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라고. 자신이 남긴 말처럼, 후송되던 환자는 결국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였다. 이제 과연 그는 무엇으로 환자분의 죽음을 ‘책임’ 질 것인가? 세상에 다른 사람의 죽음을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와 같은 비양심적인 행동이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강력한 책임추궁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사건에 대한 국민청원이 진행 중이며 현재 40만을 넘어선 상태다. 단순한 처벌에 대한 문제를 넘어, 도대체 왜 한 사람의 국민이 이토록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국가차원의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이 사건에 대한 국민청원 사이트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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