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방법 - 11

아이를 뒤쫓는 부모

by 작가 전우형

후의 본명을 알게 된 것은 갑자기 들이닥친 두 사람의 비명과 같은 외침 때문이었다.

"다 알고 왔어, 어서 나와, 승원아! 어디 있니?"

'승원이?' 생각이 좁은 공간에 메아리치며 공명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거대한 혼란이 어린아이의 현실을 몽둥이로 후려쳤다. 실내가 급격히 소란스러워졌고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뒤로 하고 두 남녀는 집안 구석구석을 허락도 없이 뒤지고 다녔다. 소득 없이 한바탕 수색작업을 마친 그들은 그제야 청동제 동상처럼 굳어있던 나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마룻바닥에 찍힌 성난 어른의 발자국처럼 마음에도 두려움이 찍혔다. 어깨의 떨림과 흔들리는 눈동자를 주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발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누가 나서는 게 적절할지 눈빛의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짧은 토론의 결괏값이 눈앞에 나타났다. 여자가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며 말을 걸어왔다. 가까운 눈동자가 부담스러웠다.


"겁내지 말고. 이름이 뭐니?"

나는 시선을 피하며 입을 다물었다. 웃음으로 가장한 그녀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 따뜻하기보다는 따가운 불꽃이었다. 막연한 두려움만은 아니었다. 다만 후가 가장 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두 사람일 것 같다는 본능에 가까운 확신이 입술에 단단한 자물쇠를 채운 느낌이었다.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고개만 끄덕여도 되고. 너 박승원이라는 남자아이, 알지?"

'승원이?!'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승원이라는 이름은 분명 처음 들어본 것이었다. 후의 진짜 이름이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이 들이 나의 든든한 보호자를 빼앗으려 한다는 느낌만이 중요했다. 그녀의 미소가 일그러지면서 목소리가 한층 가라앉았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추운 겨울 골목길에서 만난 고양이가 떠올랐다. 털 뭉치가 군데군데 뜯기고 피딱지가 앉은 모습으로 으르렁거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안쓰러웠고 사납게 날을 세운 이빨조차 귀여웠다. 털을 곤두세운 채 바들거리는 모습이 거울에 비친 내 모습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분명한 위협을 겨누고 있었고 그 끝은 분명 후를 가리키고 있었다.

"너보다 2살쯤 많은 남자애랑 같이 살지 않았니?"

나는 또 한 번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두 눈은 꼭 감겨있었고, 고갯짓에는 과장이 묻어 있었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어른이 눈치채지 못할 리 없지만 그 투박한 부정은 10살 아이가 공포 속에서 가까스로 꺼내 든 최선의 패나 다름없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포기의 사인은 아니었다. 이 이름 모를 아이가 잃어버린 아들의 행적을 숨기는 배경에 궁금증이 일긴 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자신들의 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네까짓 게 숨겨봐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태도를 볼 때 어지간한 으름장으로는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고 억지로 입을 연다고 해도 그 대답 또한 믿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괜히 적을 늘리는 꼴이 될 거라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두 사람은 거칠게 문을 밀치고 돌아섰다.


문이 '쿵' 하고 닫혔다. 두 사람이 사라진 곳을 노려보던 나는 힘이 풀린 채 액체처럼 주저앉았다. '어른의 눈은 이토록 무시무시하기만 할까? 나도 어른이 되면 저런 표정으로 살게 될까?' 내 손에는 그들이 준 명함 한 장이 들려있었다. 같이 사는 남자아이가 돌아오면 꼭 연락 달라는 말은 꿀이 발린 듯 달콤했다. 그깟 회유에 속아 넘어갈 줄 알고. 겨우 일어선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명함을 있는 힘껏 구겨서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물론 나는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 따윈 모른다. 그들의 분노가 절박함인지 그리움인지 애틋함인지 아니면 해석할 수 없는 악의의 집합 인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은 집 나간 아이를 찾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되돌려놓으려 하고 있었다. 비싼 값의 장신구를 길바닥에서 주워 든 운 좋은 누군가에 대한 시기심과 돌려주지 않은 의도적인 무신경함에 대한 분노, 뭐 그런 것 같았다. 그들의 인상과 그에 관한 몇 가지 추론은 저녁 무렵 돌아온 후와의 대화에서 확증의 절차를 거쳤다. 짧은 대화의 끝에서 나는 분노했고 최초의 공포와 불안, 그리고 약간의 연민은 혐오와 매스꺼움으로 완벽히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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