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둘로 나뉠 때

조금 불편한 사람

by 작가 전우형

우진은 카페를 나섰다. 신비한 눈으로 해가 저무는 능선을 바라보던 그녀를 뒤로 하고서. 그녀의 웃음은 눈부셨다. 그래서 바라볼 수 없었다. 운전하는 내내 하나의 눈동자가 아른거렸다. 그 눈동자는 담담했다. 작고 검은 구체 속에 별빛이 쏟아졌다. 별빛 중 하나가 우진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잠깐의 마주침이 반가웠다.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공기처럼 머물던 곳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우진은 계속해서 그녀로부터 멀어졌다. 갈증이 치밀었다. 창문을 내렸다.


우진은 자세를 여러 번 바꿔 누웠다. 초침 소리가 귀를 두드릴 때마다 정신은 말똥말똥해졌다. 그녀의 모습이 하나씩 그려졌다. 눈을 감아도 지워지지 않았고 손으로 흩어도 새벽 바다에 비친 달처럼 언제고 그 자리에 떠 있었다. 밤은 길고 선명했다. 눈가를 문질러도 그리움은 닦아지지 않았다. 우진은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카페는 잠겨 있었다. 우진은 불 꺼진 카페를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가던 방향과 다른 쪽으로 운전대를 꺾었던 것은 그저 길을 잘못 들어서일 뿐이라고. 고장 난 내비게이션처럼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엉뚱한 장소에 도착했을 뿐이라고. 생각 없는 걸음이 모여 생각지 못한 곳에 도달했을 뿐이라고. 양손을 교차해 팔을 문지르며, 우진은 한참 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을 때, 그래서 우진은 돌아볼 수 없었다. 목소리의 반대로 돌아섰을 때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로 걸어도 그녀가 보였다. 쏟아지는 햇살처럼 그녀가 느껴졌고 문득문득 생각났다. 그녀가 빙긋 웃었다. 어제처럼. 매화향기가 스치던 봄날처럼. 우진은 손을 뻗어 그녀를 만졌다. 심장이 제멋대로 요동쳤다. 비가 내렸다. 세상이 흐려졌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그녀는 없었다. 우진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부재가 우진의 시간을 멈춰 세웠다. 바람이 멎은 동안에도 꽃은 피고 시들었다. 낙화를 주우려 허리를 굽혔을 때 발자국 하나가 선명했다. 우진은 그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천천히 발자국에 발을 맞추며. 작은 발등이 보였다. 우진은 그 옆으로 다가섰다.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힘껏 잡았을 때 작은 비명이 들렸다. 우진이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가 있었다. 살짝 찌푸린 얼굴로 하얀 손자국이 남은 손등을 어루만지며.


우진은 그녀를 품에 당겨 안았다. 다른 색깔의 떨림이 일었다. 그녀를 안은 양팔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손이 우진의 겨드랑이를 지나 등을 감쌌다. 등줄기를 타고 뜨거운 기운이 퍼져나갔다. 두 사람의 심장이 겹쳐졌다.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이 누구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우진은 그녀의 귀와 목, 어깨에 볼을 비볐다. 그 감각에 거짓은 없었다. 그녀가 우진을 가볍게 밀어냈다. 우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리깐 눈동자는 더 이상 담담하지 않았다. 우진은 조금 더 불편해지고 싶었다. 우진의 손이 그녀의 볼에 닿았다. 손바닥을 타고 잔잔한 떨림이 전해졌다.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가 진짜인지. 우진은 계속 확인하고 싶었다.


해가 둘로 나뉘는 시간에 우진은 카페를 나섰다. 신비로운 미소로 능선을 바라보는 그녀를 뒤로 하고서. 운전하는 내내 눈동자가 떠다녔다. 떨리는 눈동자 속으로 혜성 다발이 쏟아졌다. 우진은 길을 돌려 다시 출발한 곳으로 향했다. 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우진은 그녀를 이끌어 차로 향했다. 그녀는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스치는 모든 것들이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동안에도 그녀는 멀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변했다. 해가 수평선에 반쯤 걸렸을 때 두 사람은 인적 드문 부둣가에 도착했다. 잦아든 엔진 소리가 그녀를 깨운 모양이었다. 실눈을 뜬 그녀는 손등으로 이마를 반쯤 가린 채 얕은 탄성을 내질렀다.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파도에 가끔 묻혔다. 모래사장에 그녀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그녀를 따라 춤을 췄다. 우진은 그녀를 따라 걸었다. 몇 개의 발자국이 오르내리는 바닷물에 휩쓸려 희미해졌지만 우진은 그녀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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