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단화

by 작가 전우형

얼룩덜룩한 하얀 단화가

나를 단단히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멍든 곳을 무심히 건드린 것처럼

뾰족하고 깊은 고통이 솟구쳤다.


언제 부딪힌지도 모른 채

언제 밟힌 줄도 모른 채

참 무던하게도

아픔 안고 사는 모습이

지치고 때 묻은 하얀 얼굴이

희미하게 미소 짓던 그 마른 입술이

내내 아른거렸다.


방파제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젖은 수건을 손에 쥐고서.

수평선 너머로 해가 녹아 사라지고

오가는 불빛들마저 하나둘씩 눈을 감았다.

잔잔하던 해풍마저 숨을 멈추었을

하늘과 바다가 같은 어둠으로 물들고

완연한 박명이 찾아왔다.


그녀의 뒷모습은

바다 끝에 걸려 휘청거리다가

달빛에 밀려 사라졌다.

덜 마른 단발머리 같은 하얀 그림자 조각만이

부산스럽게 수면을 거닐 뿐이었다.


결국 닦아줄 수 없었다.

눈물과 웃음에 묻은 얼룩들을.

나는 말라버린 수건을 손에 쥔 채

뒤로 돌아섰다.

그때 바람이 다시 불었다.

기울어진 단발머리를 쓸어 넘기며

그녀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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