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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전우형 Sep 02. 2022

내가 바라는 것은

저녁노을은 길고 버거웠습니다

연료가 고갈된 채로 퇴근길에 올랐습니다


힘들지 않았습니다

쓸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주 먼 곳에서라도 누군가가

나의 안부를 물어봐주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기뻤습니다

휴대전화가 울렸을 때

메시지가 도착했을 때

납덩이같던 마음에도 잔잔한 진동이 일었습니다


오늘은 좋은 일이 많았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구름 사이로 슬쩍

눈부신 햇빛이 쏟아졌습니다

성실하고 알찬 하루를 보냈습니다

밝게 웃는 친구를 보았습니다

산 사람의 숨소리를 들었습니다


끝이 잠시 오르막이었을 뿐입니다

숨이 가쁘고 어지럽고 팔다리에 힘이 빠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우리가 스치듯 잠깐이라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입니다

너 괜찮지? 잘 지내고 있지?

달을 보며 속삭이는 것입니다

영혼이 문득 그의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주침이 작은 기쁨이길 바랍니다

서로의 안녕과 행복을 기도하길 바랍니다

문득 마음이 울렁거리고 어지럽길 바랍니다

헤어지면 생각나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서로에게 이미 그런 존재이길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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