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어떤 사랑을 하게 될까?

영화 '이프온리(if only)'

by 작가 전우형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네는 그녀 없이도 살 수 있나?"

"아니요. 저는... 그녀 없이는 살 수 없어요."

"그럼 답은 정해졌군. 계산 없이 사랑하고, 그녀와 함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영화 '이프온리(If Only)'는 2004년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본 영화다. 영화를 본 후 아내는 삐졌고, 나는 그 이유를 몰랐다. 왜 그러냐고 물어도 대답은 퉁명스러운 '몰라!'였다. 훗날 이야기 해준 이유를 듣고 피식 웃었다. 내가 제니퍼 러브 휴잇을 보며 너무 예쁘다며 좋아했다는 것. 그랬던 것 같긴 하다. 제니퍼 러브 휴잇은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여자배우 중 한 명이니까. 최근 '이프온리'를 다시 보며 내가 왜 제니퍼 러브 휴잇을 보고 좋아했는지 깨달았다. 그것은 너무나 자유분방하고, 수더분하고, 푼수끼마저 있는 그녀의 작중 캐릭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은 내가 사랑했던, 웃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나의 아내와 꼭 닮아있었기에.




누군가의 마지막을 알고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사람은, 그것이 자신의 죽음이든 타인의 죽음이든, 죽음을 경험할 때 커다란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다. 죽음은 인간이 아직 극복하지 못한 고유하고도 확실한 한계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고 살아간다. 모든 생명체의 시간은,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 태어난 직후부터 죽는 순간을 향해 흘러간다. 죽음은 그 자체로 공포며, 모두가 미루고 싶어 하는 인생 최대의 비극적 사건이다. 그런 이유로, 죽음 앞에 서보면 그동안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던 많은 것들의 우선순위가 뒤바뀌고, 가치관에 변화가 일어난다. 이것은 삶의 커다란 위기를 경험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영화에서는 극 중 장치를 통해 이런 계기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다.




1. 같은 하루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


어제 교통사고로 죽은 애인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옆에 누워있다는 다소 판타지적인 설정은 바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한 남자의 심경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두 사람은 작중에서 똑같은 하루를 두 번 살아가지만, 남자가 이 '같은 하루'를 대하는 태도는 판이하게 변한다. 한번 영원히 그녀를 잃어버렸던 남자에게 새롭게 주어진 마법 같은 시간은 그로 하여금, '그녀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할 수 있게 해 준다. 소중한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도록 해준다.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계산하고 재지 않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사랑에 솔직해질 수 있게 해 준다.



2.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상황을 대하는 나의 태도


남자가 모든 것을 예감하고 있으면서도,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여주인공이 손에 화상을 입는 것도, 지나가는 행인이 여주인공과 부딪히고 옷에 콜라를 쏟는 것도, 자신의 손목시계가 고장 나는 것도, 친구가 헌팅에 실패하는 것도, 큐에 비켜 맞은 당구공이 유리잔을 향해 날아가는 것도, 같은 택시기사를 다시 만나는 것도, 회의장소에 사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도, 결국 사고가 일어날 것을 예감하면서도 택시를 다시 타야만 하는 것까지. 자신이 아무리 발악해도 이미 벌어졌던 일들이 똑같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해야만 하는 남자는 속은 답답하다. 일어날 일을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것일까?


이제 남자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상황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주어진 시간과 기회들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이런 심적 변화를 암시하는 남자의 모습과 대화가 영화 곳곳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이와 같은 상황부여를 통해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범답안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느낌이다. 심지어 그 한계가 곧이어 다가오는 죽음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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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랑이 결국 모든 것을 알려줄 거야.


이 영화의 메인 OST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이 말해주듯,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끝없이, 최선을 다해 사랑하면, 그 사랑이 우리에게 죽음이라는 인간이 가진 고유한 한계를 극복할 답을 알려줄 것이라는 것을.


I love you, You love me. Take this gift and don't ask why. My love will shou you everything.

내가 널 사랑하고, 네가 날 사랑하면 돼. 사랑의 이유를 묻기보다 그저 받아들여. 그럼 사랑이 모든 것을 알려줄 거야.



4. 시간의 소중함


같은 하루의 반복 속에서도 유일하게 극적인 변화가 숨어있는데, 그것은 바로 투자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이다. 원래는 여주인공(사만다)의 등장으로 인해 투자유치는 실패하고, 이 사건은 둘 사이에 존재하는 앙금을 폭발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새로운 하루에서는 결과가 달라진다. 사만다가 회의 장소를 찾아오는 것 까지는 같았지만, 남주인공 이안이 투자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호소하는 마지막 멘트가 의미심장하다. "저는 돈 계산이나 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을 주자는 겁니다. 둘도 없는 기회를 잡으십시오." 결국, 남주인공(이안)은 투자유치를 성공시킨다. 이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시간'이라는 둘도 없는 기회를 잡으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바꿀 수 없었던 현실도 변화시킬 수 있기에.




영화 '이프온리'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만약 단 한 번의 유일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사랑'과 '시간'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인 테마다. 사랑과 시간을 붙잡기 위해 이 영화가 제시하는 해답은 명확하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는 것에 감사하라. 그 시간을 소중히 여겨라.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 이것이 사랑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모든 것'이 아닐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끊임없이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10년도 훨씬 더 지난 이 영화를 아직까지 사랑하고 즐겨보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이런 메시지를 보며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이 첫 번째 하루에서 보여주는 행동과 선택들은 마치 현실 고증이라도 한 듯,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곁에 있는 사람을 당연하게 여기고 소중함을 잃어버린다. 사랑하는 사람보다 일을 더 우위에 둔다. 누가 더 사랑하고 누가 더 손해 보는지 재고 계산하며, 사랑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런 우리들에게 영화는 말한다. "그딴 거 다 집어치우고, 그저 오늘을 살아!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해 사랑해.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던 나는 오늘 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당장 오늘 저녁 죽을 운명임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루를 보낼 것인가? 하루라는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현재'를 산다. 불필요한 걱정이나 두려움, 자존심, 계산 따위에서 벗어나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오늘 하루뿐이라면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정말 원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보고 싶지 않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영화에서처럼 단 하루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길든 짧든 그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오늘과 같은 하루는 다시 경험할 수 없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나와 여러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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