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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전우형 Dec 07. 2023

우리의 겨울은

에세이

우리의 겨울은 분명 만나게 될 거예요. 이를테면 30년쯤 지난 어느 겨울날, 잎이 모두 진 은행나무 아래를 걷고 있던 노부부처럼요. 바람이 몹시 불어서 볼은 빨갛게 트고 손은 무척이나 차가울 거예요. 너무 많이 식어서 한참 동안 잡고 있어도 따뜻해지지 않지만 우리는 말없이 앞을 보고 걷겠죠. 그 손이 따뜻해지고 땀이 맺힐 때까지 우리는 걸을 거예요. 하얀 입김에 서리가 차고 가끔 아플 만큼 바람이 불어올 테지만 그 순간은 사과잼을 바른 토스트처럼 달콤하고 바삭하고 온기가 묻어 있어요. 그것만은 알 수 있죠. 눈처럼 어깨를 스칠 소망이라도, 손에 닿으면 녹아 없어질 꿈이라도, 삶의 고통이란 곧 그런 식의 공정을 거쳐 우리의 겨울을 지속시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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