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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여

by 작가 전우형

빛이 가장 밝은 시간에

그림자는 더욱 깊어진다

어둠은 빛이 닿지 않는 곳

단단한 빙층 아래 흐르는 소리 없는 물살

혹한의 두근거림

그것은 진지하고도 묵직한

생의 몸부림


그러나 겨울 앞에 당당히 선 나무여

너의 고요함은 나를 멈춰 세우는구나

그 묵묵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어느 깊은 어둠의 심처에서

그토록 무던히 곧은 심성 끌어올리어

한마디 소란도 없이 손을 흔드는가


나무여,

어둠 속에 깃든 빛

삶이라는 게 정녕 그러하다면

나는 혹한의 겨울로 걸어 들어가

깊은 뿌리 한 자락이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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