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를 보았네
며칠 만의 해인지
여문 눈밭 위로 쏟아지는 빛살
겨울바람에 발갛게 달아오른 볼
옹송그린 그림자 기지개 켜고
손차양 만들어 바라본 하늘
그 속의 푸름과 한떼의 구름
그대는 그랬지
먹구름 낀 날도
눈비 내리는 날도
희뿌연 분무로 달떡 같은 무지개 빚어내던
여우비 귓불 간지럽히던 날도
그대가 먼발치
언덕 너머 기다리던 걸음 내비칠 때면
노을빛 주황 담은 해와
사과 향 나는 불그스름한 구름띠
귤 알갱이 같은 하늘
초록바나나 같은 녹음의 노래
나의 세상 가득
가져다주었지
채워주었지
그림자 드리우던 늦은 오후
나는 해를 보았네
그대의 미소를 만졌네
얼마만의 해인지
어찌나 어여쁜 미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