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성인으로써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만 지면 될 뿐
의대생들, 사과할 필요 없다. 그리고 사과를 받아줄 국민들도 없다. 애초에 의대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시험 포기한 것이 무슨 사과거리가 되는가? 모든 것은 선택일 뿐. 의대생들도 성인이니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만 지면 된다. 그 책임은 내년 국가시험을 기다리는 것이다. 내년 국가시험 응시도 스스로의 선택이니 누가 강요할 문제도 아니다. 응시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 다만 이번 국가시험 응시거부 선택에 대한 책임은 해당되는 국가시험 응시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일 뿐이다.
의대생들이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하건 말건,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화가나는 부분은 있다. 그것은 의대생들이 의사면허시험을 거부하는 자체가 집단투쟁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서글픈 현실이다. 의사면허 뿐만 아니라, 애써 국가시험을 보고 자격 취득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이 시험을 보지 않겠다는 것을 투쟁의 조건으로 내걸지 못한다.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은 그저 자신의 손해로 남을 뿐이다.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면허 시험은 상황이 다르다. 국가에서 의대정원에 엄격하게 제한을 두었기 때문에 의사면허 시험을 단체로 보지 않으면 당장 국가 의료사업에 여러가지 문제가 초래된다. 구조적으로 의대생들의 집단 시험거부가 투쟁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아직 의사도 아닌 의대생 수에 제한을 둘게 아니라, 사법고시, 행정고시 등 시험의 자격은 누구에게나 열어놓고 국시를 통해 선발할 의사 수를 국가 의료서비스에 필요한 만큼 책정해서 선발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보여진다. 그렇지 않고서는 올해와 같은 집단 시험거부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참 흥미롭다. 의사수는 전혀 부족하지 않은데, 당장 의사 3,000명이 배출되지 않으면 의료서비스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니. 10년간 400명씩 총 4,000명 증원하는 것을 두고 의사는 절대 부족하지 않다며, 세금낭비라며 거품물고 파업하던 의사 측의 이전 주장과 다소 온도차가 느껴진다. 이런걸 두고 '선택적 정의'라고 하는 것이다. 의사 수는 적어도 국민 1인당 연간 진료횟수는 높다며 의료접근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연결된다. 의사는 적은데 국민들은 더 많은 진료가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다면, 그 때문에 3분 진료와 같은 대충진료행위가 발생하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들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일부 집단에 의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된다. 정부는 현재과 같이 의사단체의 의견에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