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직업이 될 수 있을까

덕업일치 쉽지만은 않다

by 임희걸

독서토론 모임에 오는 분 중에서 노후 대비를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다.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은데 재취업을 할 만한 자리를 흔치 않다. 그동안의 연륜과 전문성도 아깝다. 독서와 사회생활의 경륜을 버무려 써먹을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이것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유료 독서토론회 운영은 거기에 꽤 걸맞은 일이다.


유료 독서토론회를 시도한 분은 많았지만 성공한 사람은 드물었다.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직업이 되려면 적지 않은 회비를 받아야 한다. 2~3만 원 정도의 소액이 아니면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유료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더욱이 독서토론 모임 중에서는 별도의 진행자나 토론 주제 발제 없이 자유스럽게 운영되는 모임도 많다.


아직 지적 서비스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품을 구매하는 데는 적지 않은 돈을 쓰지만, 서비스 비용은 꽤 아까워한다. 전자제품 구매에 100만 원은 충분히 지출할 수 있는 돈이지만, 강연을 위해 100만 원을 쓰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갔다가 강연자들의 높은 강연료에 깜짝 놀랐다.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강사라도 우리보다는 훨씬 높은 대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고품질의 온라인 커리큘럼에 고액을 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는 서비스의 가격이 제대로 인정받을 것이다. 향후의 전망은 밝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아직은 다수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유명 강사가 되지 않는 이상, 책 읽기와 독서토론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 다른 취미도 마찬가지다. 취미의 세계에서 푹 빠진 사람은 한 번쯤 직업으로의 전환을 상상한다.


'이걸로 돈만 벌 수 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거잖아. 얼마나 좋을까?'


덕업일치에 성공한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에 빠져 자전거 사고팔기를 반복하다 결국 바이크 샵을 차린다. 롱보드를 취미로 하다 롱보드 샵을 오픈하는 분도 여럿 보았다. 취미 관련 물품 판매 정도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좀 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 한다.


최근 취미와 여가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니 미래에는 더 큰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 덕업일치로 성공한 사례로 양양의 서핑 산업이 자주 꼽힌다. 양양의 서핑 명소가 되면서 관광 상품 판매, 장비 판매, 강습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이 생겨났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취미 시장의 확대는 다양한 직업군의 탄생, 지방의 활성화, 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 활성화 등 경제적 기회로 연결된다. 어른이 노는 것에 인식하던 우리나라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산업 기회의 창출을 위해서라도 이 시장이 크게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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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덕업일치를 준비하는 방법


취미가 바로 직업으로 연결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렇지만 꾸준히 씨앗을 심으면 언젠가는 수확할 수 있다. 다만 씨앗이 자라 수확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적어도 5년에서 10년 정도는 씨를 뿌려야만 한다. 골프를 좋아하면 세미 프로 자격을 따거나 지도자 과정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요리가 즐거운 선배님 한 분은 한식 조리사 자격증에 도전했다. 스킨 스쿠버를 즐기는 형님은 더 높은 수준의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했다.


어떤 분야이건 아마추어에서 프로가 되려면 웬만한 실력으로는 어림없다. 취미라 하더라도 최소 3년은 거기에 미쳐 있어야 한다. 해당 분야에서 실수를 반복하고 전문가에서부터 동호회 회원들까지 두루두루 사람을 만나 보아야 한다. 실력이 좋아지면 중급 이상의 장비에도 투자해 보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야 프로에 도전해 볼 만하다. 이 모든 시간이 씨앗을 뿌리는 시간이다.


이렇게 준프로에 도달한 취미가 1~2가지만 있어도 은퇴 후에 여러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프립이나 클래스 101처럼 강사와 배우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강생을 찾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이제는 실력과 가르치는 방법만 알면 얼마든지 수익 모델 형성이 가능하다.


이모작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다들 이미 보장된 직업만 찾으려고 한다. 은퇴 후의 직업 중에서 이미 돈벌이가 보장된 일은 레드 오션에 해당한다. 경쟁자도 많고 새로 그 일을 하려는 사람이 많다. 아직은 가시적인 돈벌이가 보이지 않지만, 미래에 블루 오션이 될 직업이 분명 존재한다. 취미로 실력을 쌓으며 기반을 다져놓으면 뒤늦게라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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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피벗팅


구글에서 일했던 제나 블레이크는 <피벗하라>에서 커리어 피벗팅에 대해 이야기한다. 피벗은 농구에서 파울을 피하려고 한 발을 축으로 하여 발을 떼지 않고 방향을 전환하는 기술을 말한다. 마치 농구 스텝처럼 하나의 커리어를 가진 상태에서 다른 커리어를 탐색하는 과정을 말한다.


과거에는 하나의 커리어를 끝내고 다른 커리어를 시작하곤 했다. 그렇다고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구한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하는 일에만 집중해야 하는 게 당연했다는 말이다. 불명확한 퇴근 시간, 잦은 야근, 예정에 없던 업무 스케쥴 등으로 동시에 2가지 일을 추진하기 불가능했다. 따라서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관심을 쏟을 수 있었다.


이런 방법은 이제는 낡았다. 이제는 사이드 프로젝트 형태로 얼마든지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SNS와 플랫폼의 발전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이나 부업을 하는 것도 쉬워졌다. 따라서 현재의 커리어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일을 실험해 보는 방법이 더 안전하고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의 홍혜걸 기자는 의사라는 기존의 커리어는 유지하면서 의학 전문 기자를 선택했다. 고령화로 의학 관련 기사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의학 전문 기자라는 커리어가 빛을 발하게 되었다. 그러자 의학 관련 칼럼 등 다양한 저술 활동, 강연으로 보폭을 넓혔다. 변호사이면서 협상 공부를 해서 협상 관련 책을 내놓은 분도 있다.


취미를 통해 지금 직업 이외의 다양한 시도를 해봄으로써 커리어 피벗팅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취미의 형태도 좋고, 부업이나 아르바이트의 형태도 좋다. 어떤 방법으로든 경험의 범위를 늘려야 한다. 그러면 비즈니스를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기회를 포착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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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 발견의 기회


나는 글쓰기에서 새로운 강점을 발견했다. 일평생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사실 본격적으로 글을 써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니 내가 글을 잘 쓰는지 못 쓰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학창 시절에 리포트를 쓰긴 했지만 매우 형식적인 글에 지나지 않았다. 리포트를 잘 쓰는 친구의 글을 보고 일정한 구조를 만들어 두었다. 나는 그 구조와 형식에 따라 반복해서 리포트를 썼다. 비슷비슷한 글만 반복해서 쓰다 보니, 아무리 과제를 작성해도 실력이 는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20년 동안 회사에서 보고서를 썼다. 글을 꽤 써본 게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보고서는 일반적인 글쓰기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완성된 문장이 아닌 압축된 키워드를 주로 사용한다. 회사마다 좋아하는 단어나 문장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사용할 수 있는 어휘가 제한적이다. 언제부터인가는 글을 최소화하고 그래프나 도형을 사용해 도식화한 보고서를 선호한다. 나는 기획서나 보고서를 아무리 많이 써 봐야 글쓰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렇게 오랫동안 내게는 강점이 없었다. 더욱이 글쓰기는 절대 내 강점이 아니었단. 그런데 어느 날 한 선배가 임원의 발표문을 써야 한다며 나에게 말했다.


"넌 좋겠다. 글을 잘 쓰잖아. 글 잘 쓰는 사람이 부럽더라."


신기하게도 어느새 나의 최고 강점이 글쓰기가 되어 있었다. 아마 책 출간이 큰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의도적으로 글쓰기 실력을 키우려 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독서와 독서 모임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쓸 기회가 많아졌다. 일단 책을 많이 읽으니 지식을 남기기 위해 메모를 했다. 메모가 모이니 그걸 연결하면 한 편의 글이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한 단계씩 나아가서 마지막에는 내 이름 세 글자를 담은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한 무수한 시간이 내 강점에 녹아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책이나 긴 글의 경우에는 글의 개략적인 구조를 기획하고 시작하는 때가 많다. 회사의 기획서나 보고서에는 본문을 작성하기 전 기획을 해야 한다. 글을 기획하는 때에 회사에서 배운 보고서 작성 스킬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최근 브런치에 쓴 글을 보고 웹 매거진 <퍼블리>에서 원고 의뢰가 들어왔다. 해당 매거진은 일하는 방식이 정해져 있었다. 먼저 개요서를 제출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작가와 편집자가 방향을 맞추어 갔다. 기획서와 보고서를 쓰면서 글의 개요를 짜고 시작한 경우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개요서 작성은 자신이 있었다.


취미를 계속하면 모르는 새에 내 안에 강점이 자라난다. 그리고 그 강점이 일을 더 잘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일에서 배운 것을 취미에 녹일 수도 있다. 현재 내 강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더더욱 다양한 취미를 시도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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