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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걸 Oct 21. 2023

왜 실무형 팀장이 늘어날까?

스타트업 리더십을 원하는 사람들

스타트업 리더십의 확산

1) 대기업은 ‘효율’을 추구하는 데 반해 스타트업은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을 한다.
2) 높은 성과에 기업은 스타트업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3) 구직자나 기존 직원들 또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바라게 되었다.


실무형 팀장이 주목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스타트업의 일하는 문화를 중견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는 팀장은 물론 임원, 때로는 CEO까지 실무과 관리를 동시에 수행한다. 대기업의 팀장이 감독과 비슷하다면 스타트업의 팀장은 포인트가드 역할에 더 가깝다. 포인트가드는 실제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이면서도 경기의 흐름을 읽고 그때그때 팀을 이끄는 야전 사령관이다.


그럼 왜 이렇게 어느 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스타트업 리더십을 벤치마킹하게 되었을까?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의 실리콘밸리 첨단 기업의 높은 성과는 우리나라 기업의 지향점을 변화시켰다.


지금까지 기업들의 관심사는 효율적 경영을 통한 성과 창출에 있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회사는 보유 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해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것을 경영의 목표로 삼았다. 해결책이 선명히 보이는 업무를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때로는 더 적은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법으로 정형화된 틀 내에서 실패를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는 데 성공했지만, 구성원이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동기 유발하지는 못했다.


인력 관리체계 측면에서는 각 기업은 업무의 체계화와 치밀한 조직 관리에 주목했다. 회사가 목표를 세우면 본부와 부서는 그것을 KPI 형태로 나누어 가졌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팀장은 업무관리 체계를 정교화하고 통제, 관리를 통해 투입한 자원 대비 최대의 성과를 올리려고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은 커지고 관료화된다. 과거의 치밀한 조직 관리 방식에는 관리형 팀장이 적합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지향점과 경영 방식이 전혀 달랐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영위한다. 따라서 성장과 속도가 중요하다. 당장 이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성장 지표가 얼마나 증가했느냐에 따라 자본 시장에서 막대한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이 투자를 기반으로 인프라를 확충하고 운영 체계화를 꾀한다. 이때에도 지금의 수익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화하는 정도만 달성해도 충분했다.


스타트업이 속한 생태계에는 수익보다는 생존을 위한 스케일업이 우선이다. 스타트업이 일정한 궤도에 올라 이익을 만들기 위해서는 폭발적인 성장 구간이 중요하다. 수많은 신생 회사가 이 스케일업 구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시장에서 도태된다. 단기간에 스케일업 구간을 지나고 확실한 생존기에 들어가기 위해서 혁신 기업의 리더는 속도를 추구한다. 대기업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중하게 일하며 일하는 방법의 완성도를 높이려 애쓴다. 반면 스타트업은 빠르게 시도를 하고 실패가 있으면 새로운 시도를 덮어씌우는 방식을 쓴다.


경영 전략 차이에 따라 각자 다른 리더십을 추구하게 되었다. 대기업은 효율성 제고 및 성과관리가 리더십의 주요 과제에 해당한다. 스타트업은 자율과 실험, 빠른 실행력을 끌어내는 리더십을 최고로 본다.


현재는 구글과 같은 혁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큰 수익을 낳고 기존 대기업은 성장이 정체되면서 모두가 혁신적 리더십을 원하게 되었다. 그 결과, 아직 경영 전략이나 조직 관리 정책 등은 스타트업처럼 과감하게 만들지 못하였으면서도, 리더십 쪽에서는 ‘스타트업의 리더십’을 요구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행동은 느려졌는데, 머리는 아이처럼 밝고 생기 넘치길 바라는 셈이다.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일터 문화가 구직자들에게 긍정적으로 각인되면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도 생각이 바뀌었다. 직장을 선택할 때, 함께 일하는 리더, 수평적으로 일하는 문화에 주목하게 되었다.


기업 조직 내에서는 실제로 일하는 방식과 바람직하다고 지향하는 방식이 서로 어긋나는 장면이 자주 발견된다. 실제로는 꼼꼼하게, 체계적으로, 통제식으로 일하면서 지향점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이고, 과감하게 일하는 쪽을 가리키게 되었다. 조직의 인프라와 역량은 이런 지향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데 팀 운영 리더십만은 자율, 창의, 도전을 추구하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실무형 팀장>이 등장하고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지금의 팀장에게는 소규모 신생기업의 수평적 문화, 솔직한 피드백, 투명한 정보 공유 등의 책임을 준다. 그러면서도 기존 체계와의 틈새에서 발생하는 실무의 공백은 알아서 처리하라고 한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 축소

1) 기업이 효율성 추구를 위해
    업무량은 유지하면서 인력 축소
2) 디지털화 & AI 활용 등으로 사람이 줄었으나
    업무 병목 현상 등이 발생한다.


기업은 혁신을 통해 생존하려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도 하고,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다. 이렇게 창의적 혁신을 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아쉽게도 이런 혁신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창의적 인재를 키워야 하고 그런 인재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쉽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은 창의성 혁신보다는 비용을 절감하는 쪽으로 경영 효율을 늘리고 있다.


반복되는 경제 위기와 급격한 경영 환경 변화로 구조조정이 일상화되었다. 기업들은 절대 인력을 줄이고 계층 구조를 단순화하고 있다. 실무 현장에서는 사람이 줄어드니 개개인의 업무 범위가 늘어나고 절대 업무량도 늘어났다. 팀의 인력 규모가 줄어든 반면 팀에 할당된 업무량은 그만큼 줄어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팀장도 팀 관리 업무만 할 수는 없게 되었다.


일본 생산성 본부의 조사에 의하면 300인 이상 기업에서 근무하는 팀장의 97%가 실무를 동시에 담당한다고 대답했다. 일본은 장기 불황을 겪으며 장기간 구조조정을 반복했다. 구조조정에 따라 팀원 숫자가 부족해지자 팀장들이 직접 실무에 뛰어들었다.


아직 우리 문화에서는 팀장은 팀 관리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일반적이다. 당장 눈앞의 일만 처리하려 애쓰다 정작 중요한 팀 관리를 놓칠 수 있다. 그러니 팀 관리에만 집중해 팀원이 최대한의 성과를 내도록 돕는 편이 낫다는 말이다. 역할 구분이나 업무 책임의 측면에서는 매우 타당한 의견이다.


현실에서는 관리형 팀장만 유지하기는 어렵다. 이제 모든 기업에서 프로젝트팀이나 애자일 팀 형태의 임시 조직이 늘고 있다. 한 명의 팀원이 여러 임시 조직의 일을 동시에 맡기도 한다. 복잡다단해지는 팀 운영 형태에서 관리, 통제만 하는 팀장 모델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어느 쪽이 옳으냐의 문제와 별개로 이미 실무형 팀장이 상당히 확산하여 버렸다.


팀장이 실무를 병행하게 된 이유는 인원이 줄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신기술과 업무 개념이 팀장을 계속 현업에 남게 했다. 기술 발전이 빠른 시대에는 잠시만 실무를 손에서 놓아도 뒤떨어진다. 실무를 손에서 놓았다가 혼자 뒤떨어질까 불안한 팀장들이 어느 정도는 실무에 발을 담그고 있다.



비즈니스 현장과 팀원의 전문성 요구

1) 팀장이 고유 업무를 가지고 있으면
    빠르게 변화하는 실무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2) 팀원이 신뢰하기 위해서는
    리더십과 전문 역량이 모두 중요하다.


나날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전문성이 강조되는 것이 실무형 팀장이 늘어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다.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쏟아진다. 경험 많은 팀장이라 하더라도 계속해서 실무 전문성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자신의 고유 업무를 가지고 있으면 계속해서 실무의 흐름을 관찰하기 좋다.


과거에는 직책이 높을수록 제한된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현장에서 실무를 하는 담당자가 가장 풍부한 정보를 접한다. 최신 기술과 정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고객 접점에서 나오는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의미를 찾는다. 이렇게 실무자는 수시로 정보를 마주하고 있으므로 팀장이 업무 트렌드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항상 실무 최전방에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 에이크론 대학의 로저 메이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리더가 실력과 성품을 모두 갖추어야만 구성원에게 신뢰받을 수 있었다. 직장인들이 많이 하는 농담 중에 일 잘하면서 게으른 상사가 제일이고, 일은 못 하는 데 부지런한 상사가 최악이라는 말이 있다. 실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사는 일을 그르치기 쉽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하기 위해 자꾸만 새로운 일을 벌인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우리 팀이 맡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뒷감당은 팀원의 몫으로 남는다.


따라서 팀장이 팀원들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리더십이나 성품뿐만 아니라 실력도 중요하다. 팀장이 고유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면 구성원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업무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최신 이슈를 파악하고 있다. 일의 세부 사항을 이야기하면 척척 알아듣는다. 이런 팀장과 정말 착하기는 하지만 일을 이해시키기 위해 몇 번이고 설득해야 하는 팀장 중에 당신은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물론 전문성이 있으면서 성품도 좋은 팀장이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훌륭한 성품을 갖추기란 뛰어난 전문성을 구비하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리더십을 다루는 책에서는 리더에게는 훌륭한 성품이 최고의 자질이라고 말한다. 실제 일터에서는 사람 좋은 것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팀장이 실무를 좀 이해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팀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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