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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걸 Oct 21. 2023

실무형 VS 관리형 팀장

관리형이 되고 싶은 실무형 팀장

실무형 팀장과 관리형 팀장의 차이

1) 시간의 여유에서의 차이
2) 늘 시간 부족과 불안에 시달리는
    실무형 팀장


옛날 팀장들은 사소한 문제로도 오래 고민할 여유가 있었다. 팀원과 면담을 진행하기 전날이면 '어떤 토크로 피드백을 시작해야 하나?'와 같이 사소한 것도 시간을 들여 오래 고민하곤 했다. 주말에 뭘 했는지 물어볼까, 날씨 이야기로 운을 뗄까, 여유롭게 이런 소소한 고민을 떠올렸다. 면담 전에 팀장들끼리 면담 전략에 대해 고민을 주고받기도 했다. 지금 보면 월급 루팡 같지만, 과거에는 이런 팀장의 여유를 조직 관리에 따르는 부수적인 요소로 허용해주곤 했다.


실무형 팀장은 제대로 결정했는지 늘 불안에 시달린다. 충분히 고민해 볼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고 결정한다. 좀 더 넉넉한 시간 동안 고민하면 넘쳐나는 정보를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할 텐데, 시간에 쫓기니 일부 정보만 가지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 매사 대강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반기 팀 실행 전략을 내놓으라는데 급하게 작성하고 제출해보니 작년, 재작년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과거 팀장들은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며 열심히 인맥을 만들기 위해 쫓아다녔다. 임원이나 다른 팀장과의 술자리는 물론, 업계 모임이나 거래처 팀장과의 식사도 빠짐없이 챙기곤 했다. 정보가 곧 힘이었기에 팀장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인맥을 쌓고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실무형 팀장은 정보를 얻기 위해 뛰어다니지 못한다. 불안하기는 하지만 인맥을 쌓기 위해 쫓아다닐 여유가 없다. 쏟아지는 일을 처리하다 보면 김밥으로 황급히 점심을 때우는 일도 흔하다. 일을 잘하는 게 최선의 처신 전략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런데 옆 부서의 팀장이 주말이면 임원과 골프도 치고, 저녁마다 팀장들끼리 술자리에 모이는 모습을 보면 꽤 불안하다. '나만 맨날 이러고 있는 건가?'


일에 치이면서도 늘 사내 정치에서 소외되는 것은 아닐까, 다들 아는 정보를 나만 모르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다. 한편으로는 팀원들 사이에도 끼지 못해 쓸쓸하다. 이렇게 일만 하다가 다른 팀장들과 멀어지고, 팀원들도 나를 따돌리는 것이 아닐까?



관리형 팀장의 이점

1) 팀장이 실무에 매몰되다 보면
    큰 시각으로 팀을 보기 힘들다.
2) 실무를 하기보다는 팀 관리를 통해
    조직 성과를 높이는 편이 훨씬 효과가 크다. 
3) 관리형 팀장 모델의 장점이 많지만
    역설적으로 실무형 팀장이 자꾸 늘어난다.


팀장에 관련된 책을 보면 열 중의 여덟, 아홉은 리더는 직접 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 사람 몫의 일을 하기보다는 팀원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직접 일해서는 잘 해봐야 한 사람 몫의 성과를 낼 수 있을 뿐이다. 팀 전체의 협력과 시너지를 통해 10배, 20배의 성과를 올리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다.


게다가 실무에 몰입하다 보면 팀 전체를 살피면서 조직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실무 담당자는 자신이 맡은 일이 가장 급하고 중요해 보인다. 실무자는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깊이 고민하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한다. 세부 사항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큰 그림은 보기 어렵다.


아무리 팀장이라도 담당 실무를 할 때는 당장 이 일이 더 시급해 보이고, 다른 일은 그다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팀을 보는 시각을 유지하고 싶어도 나도 모르게 담당 실무에 빠져들게 된다.


아무래도 직접 일하지 않는 팀장은 차분히 팀원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개개인의 문제점과 협업하는 모습을 차분히 지켜볼 수 있다. 전제 상황을 꿰뚫어 보고 큰 개념을 잡아내려면 세세한 구성 요소에서 눈을 뗄 수 있어야 한다. 나무에서 눈을 돌려 숲의 형세를 살피려면 그만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팀장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가 ‘구조화 능력’이다. 복잡한 상황을 자시만의 프레임을 가지고 해석하여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을 구조화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보의 조각들을 분류하고 일정한 시각, 프레임을 거쳐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실무를 오래 다루면서 전문성을 높여 구조화에 뛰어난 실무자도 많다. 하지만 <나만의 프레임 만들기>와 <재해석>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고찰할 위치에 있는 리더가 유리하다.


이렇게 리더에게는 별도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리더십 서적이나 강연에서는 ‘리더는 다른 사람이 성과를 내도록 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분명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게다가 역할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에 팀장 개인으로서도 될 수 있으면 관리만 담당하는 편이 좋다. 앞에서 불가피하게 조직에서 실무형 리더를 원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누구도 의도하진 않았지만, 실무형 팀장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실무와 조직 관리를 동시에 맡기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만 있다만 팀장들은 모두 관리형 모델을 선택한다.


관리형 팀장은 나쁘고 실무형 팀장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실무형 팀장이 증가하는 현상이 트렌드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분명 관리형 팀장이라는 모델에 여러 가지 강점이 있다.


안타깝게도 조직에서는 차분하게 관리만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는다. 마치 저절로 실무형 팀장이 늘어나는데 누구도 이 현상을 막으려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오로지 팀장들만 큰 책임을 떠안고 분투할 뿐이다.



그럼팀장 모델의 답은 무엇일까?

1) 특정한 팀장 모델이 정답은 아니다.
2) 현실은 팀장의 실무가 늘고 있지만,
    마땅한 답이 없고 모두가
    팀장 스스로 해결하길 바랄 뿐이다.


실무형 팀장 vs 관리형 팀장. 꼭 한쪽이 옳다는 말은 아니다. 실무에 기반한 견해를 유지하면서 팀 전체를 볼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가지는 편이 최선이다. 물론, 이렇게 팔방미인 팀장이 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팀장이라는 직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어떤 유형의 팀장 모델을 지향할지 달라질 수 있다. 팀원이 더 일을 잘하도록 지원하여서 한 사람 한 사람으로는 불가능한 높은 성과를 팀 단위에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 직접 일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관리형 팀장’ 역할이 타당하다.


반대로 실무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현상을 읽고 나만의 프레임으로 문제를 해석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단순히 명령이나 지시만 내리고 뒤에서 팔짱이나 끼고 있는 팀장이 한심한가? 리더에게는 내가 먼저 이슈에 도전하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실무형 팀장’에 가깝다.


어느 쪽이든 당신의 의견이 맞다. 이건 어디까지나 스타일의 문제일 뿐이니까. 그러나 현실에서는 실무형 팀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어떤 스타일을 선택하건. 팀장이라면 한 번은 ‘내가 실무까지 직접 해치워 버릴까’하는 고민에 부딪힌다.


지금 조직의 현실은 팀장에게 어려운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 과거보다 수평적인 팀 관리를 요구한다. 팀원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어주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팀 관리에 쓸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실무까지 병행해야 한다.


팀장이 팀원의 일을 대신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팀에 주어지는 업무에 비해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인원을 보충해달라는 요청에는 도통 답을 주지 않는다. 점점 팀장이 직접 처리하는 고유 업무가 늘어나는데 회사는 이런 상황을 방치할 뿐이다. 위든 아래든 속마음은 똑같다. 내심 팀장 혼자 알아서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길 바란다. 도와줄 사람 없이 외롭게 고민의 답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이 시대 팀장이라는 자리의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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