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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걸 Oct 22. 2023

실무를 놓지 않는 커리어의 강점

기업은 관리만 하는 팀장을 원하지 않는다

달라진 팀장의 커리어 패스

1) 관리 업무만 하는 팀장은
    경력관리가 어렵다.
2) 실무형 팀장은 다시 실무자 커리어로
    돌아가기도 쉽다.


팀장 개인의 커리어 관점을 살펴보자. 어차피 팀장의 목표는 몇 개의 부서를 담당하면서 관리 능력을 키워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는 이렇게 관례에 따라 정해진 커리어 경로(Career Path)를 따라가는 과정이 당연했다. 그러나 고령화와 조직의 잦은 변화에 보통의 커리어 경로라는 것 자체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그럼 달라진 커리어 경로는 어떨까? 조직은 빠른 변화에 대처하고자 30대, 40대 임원을 늘리고 있다. 임원의 나이가 젊어지다 보니 한 번 타이밍을 놓치고 40대 중후반만 되어도 더 이상의 승진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다수의 팀장이 다음 커리어 목표를 잃은 채, 팀장으로서 장기간 유사한 역할을 반복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연 실무형이 유리하다. 관리 업무가 주요 커리어가 된 팀장은 이후 경력관리가 어렵다. 최근에는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회사 중에서 단순 관리자를 뽑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본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조직 관리도 경험해 본 사람을 선호한다.


과거에는 팀이 일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는 세계적 기업의 그것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매뉴얼과 프로세스에 따라 단계적, 체계적으로 일하기보다 개개인의 업무 스타일에 따라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일하기에 급급했다. 선배에서 후배에게로 도제식으로 일하는 방법이 전달되었는데, 좋은 선배를 만나면 일을 잘 배울 수 있었으나 선배 운이 따르지 않으면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가야 했다.


우리 기업들도 세계 수준의 일하는 방법 갖추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일부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기업에는 선배들의 노하우가 쌓인 업무 프로세스나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웬만한 중견기업, 대기업에는 부분적으로나마 일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제 팀장은 단순히 효율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통찰력을 발휘하여 업무를 혁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안하는 사람만 높이 평가받는다. 이런 조직 내에서는 단순히 팀을 표준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관리형 팀장은 높은 포지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실무형 팀장은 관리 업무 외에 본인의 전문 분야를 가졌다.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공고를 보면 인사 전문가인 팀장, 회계 전문가 팀장 포지션을 찾는다. 실무를 적절히 병행하면 이러한 시장 요구에 맞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더구나 이제는 한 번 팀장이 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적절한 직책이 없으면 다시 팀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팀원 – 팀장 – 임원(상위 관리자) 커리어가 아닌 관리자와 평사원 사이를 오가야 하는 시대다. 고유 업무가 없는 관리형 팀장은 다시 실무를 맡기 어렵다. 직책을 잃은 관리자를 새로운 직무에 배치하여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줄 조직도 드물다. 고령화 시대에는 팀장이라 하더라도 언제라도 실무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커리어 측면에서는 실무형 팀장이 단연 관리형 팀장에 비해 유리하다.



전문직 제도가 확산된다

1) 해외 기업에는 관리와 실무 전문가
    2개의 커리어 패스가 존재한다.
2) 우리 기업에도 전문 기술 분야, 연구 분야 등에서
    전문직 제도가 확산하고 있다.
3) 관리자 커리어만이 유일하다는 관념에서
    벗어날 때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정한 연력, 일정 경력이 넘으면 반드시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실제로 기업에서 높은 보상을 받고 좋은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리를 한다. 개인으로서 일하는 것보다 조직 관리가 더욱 높은 성과를 올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단순히 직책만을 중시하는 인사관리에서 탈피해야 한다. 조직 관리를 하지 않아도 놀라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다. 연구자로서 오랜 연구개발 끝에 신기술, 신소재를 만들어내 산업을 지형 자체를 바꾸는 사람도 있다. 너무 오랫동안 관리 역량에만 가치를 매기는 관행이 지속되었다.


해외 기업들은 관리직 커리어 외에도 ‘전문직 제도’를 통한 전문직 커리어를 운영한다. 모두가 다른 사람을 관리하는 일에 능하고, 그런 일을 희망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더 많은 수의 사람이 실무 전문가로서 일하며 나름의 성과를 올리고 싶어 한다. 해외에서는 기술직뿐만 아니라 화이트 컬러 사무직 중에서도 상당수의 직무에 전문직 제도를 운영한다. 전문직제는 특정 분야에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춘 사람을 임원까지 대우하는 인사제도를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 기업은 지금까지 관리직 외에 실무형 인재의 가치를 등한시했다.


이제야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기업들이 전문직제를 운영한다. 신소재, 신기술, 신규 비즈니스 분야 등에서 실무자를 우대하는 커리어를 도입했다. 아직 확산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점점 더 빠르게 확산할 것이다.


많은 직원을 거느리고 현장을 시찰하는 리더, 여러 사람을 모아 회의하는 리더의 정형화된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묵묵히 연구소 한구석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연구를 거듭하는 모습, 비슷한 소그룹 기술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실험을 하는 모습이 새로운 리더의 이미지가 될지 모른다.


이미 해외 기업은 일정 수준에 오른 실무자에게는 관리직과 같은 복지와 권한을 주고 있다. 비슷한 일을 하는 팀원들을 이끄는 역할을 같이 맡는 사람도 있다. 실무를 하는 팀장이 아니라, 일부 팀장 역할을 담당하는 실무자인 셈이다. 이러한 투-트랙의 커리어 경로가 확산할수록 팀장이나 실무자냐의 구분은 점점 의미가 없어진다.


조직 관리에도 역량이 있고, 실무자로서 높은 수준에도 도달할 수 있는 이중 역량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어느 쪽이든 본인에게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늘어난다. 자신의 커리어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지는 셈이다. 



80세까지 일해야 하는 시대전문성의 의미

1) 120세 시대, 적어도 80세까지
    50년 가까이 일하는 시대가 온다. 
2) 조직을 벗어나도 돈을 벌 수 있는
    전문성이 핵심이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언제 나왔을까? 20년 전에 일부 논문과 책에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120세 시대라는 개념이 일반적이다. 불과 20년 만에 100세 시대라는 용어가 대체되었다. 그만큼 우리의 수명이 길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120세 시대에는 과연 몇 살까지 일해야 할까? 전문가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80세까지는 현업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의 사례를 잘 보여주는 일본에서는 75세였던 택시 기사의 연령 제한을 80세까지 늘리는 논의가 활발하다.


50대 중반에 직장인의 삶을 마무리한다면 25~30년 정도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더 일해야 한다. 50대도 더는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아니라 ‘넥스트 스테이지’를 준비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비록 정년 몇 년이 늘어나더라도 60대 이상이 되면 직장인으로 일하기는 힘들다. 결국 월급이 아닌 방법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때까지 축적한 전문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에게 수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넥스트 스테이지에도 유효한 전문 서비스는 콘텐츠가 핵심이 된다. 그때까지 자기 계발을 통해 나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고유한 콘텐츠를 제공하여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고객은 우리에게 경제적인 대가를 지불한다. 그럼 어떤 콘텐츠가 고객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크게 실무 전문성의 축적에서 오는 <센스 메이킹>과 리더의 경험을 반영한 <리더십 콘텐츠>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센스 메이킹이란 조직 전문가 미시건대 칼 웨익 교수가 제안한 개념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정보를 분석하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방향성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렇게 큰 그림을 제시하는 나만의 능력을 센스 메이킹이라 한다.


앤드류 카네기는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 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여러 가지 일에 능력이 분산되면 성취 가능성이 작아진다고도 했다. 깊은 전문성이 동반되어야만 시장의 방향을 읽고 사업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센스 메이킹은 업무의 디테일에서 시작하여 일의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나갈 때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업은 사람이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곳이다. 사람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므로 결국 사람에게 답이 있다. 따라서 많은 기업은 리더십을 통해 문제를 풀려고 애쓴다. 논리적 분석적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대부분 리더십이 돌파구를 마련해 주는 때가 많다. 따라서 리더십 콘텐츠에는 높은 가치가 매겨진다. 미국의 콘퍼런스에서 저명한 리더십 전문가인 마셜 골드스미스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자신의 강연이 '시간당 2억 원의 가치가 있다.'라고 당당하게 주장했다. 그런데도 아무 조직에나 팔지 않고 자신의 조언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에서만 강연한다고 했다. 리더십은 매우 값비싸고 고귀한 콘텐츠임이 분명하다.


실무 디테일의 전문성과 리더십과 관련된 경력을 쌓고 콘텐츠화하기에는 단연 실무형 팀장이 유리하다. 실무과 팀장 역할을 모두 해야 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점점 더 길어지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우리의 미래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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