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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걸 Oct 22. 2023

실무형 팀장의 전문성 위기

배울 시간과 지원이 모라란다

관리자가 되면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

1) 개론 과정은 많으나 다양한
    리더 교육이 부족하다.
2) 배움을 위한 시간이 부족한 것도
    큰 어려움이다.
3) 전문성은 일한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성찰과 재해석의 시간이 요구된다.


팀장들이 모인 워크숍에서 ‘실무형 팀장이 되어 가장 어려운 점’을 물어보았다. 예상치 못하게 성장이 정체되었다는 답이 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실무까지 책임져야 하는 팀장은 팀원을 챙기고, 성장시키느라 정작 자신의 전문성을 돌볼 기회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하루하루 일과 조직에 신경이 쏠려있으니 정작 내 미래를 방치하고 있다. 다들 이로 인한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실무형 팀장이라면 누구나 전문성 개발에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그렇다고 리더십 교육, 팀장 교육 프로그램을 찾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많은 교육기관과 강사가 리더십을 가르친다. 팀장 교육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면, 베이직한 개론 수준 외에는 높은 수준의 분야별 특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팀 관리와 리더십은 대학의 전공 커리큘럼처럼 표준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렵다.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수요도 부족하다. 리더 계층의 숫자 자체가 전체 직장인의 일부인데다가, 그들이 해결을 원하는 리더십 이슈는 제각각이다. 교육 회사로서는 다양한 리더십 교육을 만들어도 수강생을 채우기 힘들다.


팀장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정작 배움의 기회는 부족하다. 처음 팀장으로 보임됐을 때 가장 기본적인 리더 교육을 받을 뿐이다. 이외에는 실제 현장을 체험하며 경험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선배 팀장과 술 한잔하며 경험을 청해 듣거나, 동료 팀장에게 조언을 얻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선배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조언의 내용이 달라지고, 체계적인 배움이 되기는 어렵다. 인터넷 팀장 커뮤니티에 고민을 올리고 답변을 받기도 한다. 아쉽게도 복잡한 조직 운영과 관련된 내용을 몇 자 텍스트로 익히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기적으로 전문 코치와 면담하는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이건 극소수의 상위 대기업에 한정된다.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대다수 회사는 이런 프로그램을 시도하기 어렵다. 예산이 풍족한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C-레벨의 임원에게나 이런 혜택을 줄 수 있다. 팀장의 역량개발을 회사가 챙기기를 바라기는 어려움이 있다.


다수의 실무형 팀장들이 실무를 겸하고 있어 업무 부담이 큰데도, 실무 감각과 전문성을 유지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달래고 있다. 그런데 실무를 단순 반복한다고 해서 무조건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유사한 업무는 지속될수록 그 일의 한계를 반복 체험하게 된다. 어느 순간, 일이 될 이유보다 안 되는 이유를 찾으며 합리화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한계 인식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면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직무 자체를 바꾸어볼 필요도 있다.


실무형 팀장은 일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팀원이 반복적 한계의 함정에 빠져 있으면 팀장이 적절한 피드백으로 도와줄 수 있다. 팀장에게는 이렇게 피드백을 줄 사람이 부족하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 기회를 얻어야 하지만 시간 부족으로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리더는 성숙한 사람이라는 오해

1) 리더는 실력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일까?
2)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편함’,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3) 팀장도 그러한 불편함과 두려움을
    겪어나가야 하는 한 사람에 불과하다.


리더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도 팀장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경영진에게서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 오라는 요구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마케팅팀의 재훈 팀장은 실무자들을 재촉했다.


“획기적인 마케팅 방안이 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팀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떠올려보죠.”


그러자 성수 차장이 볼멘소리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아니 팀장이신데 팀장이 모른다면 누가 그걸 압니까. 팀장이시면 뭔가 방향성에 대한 답을 가지고 계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라고 리더가 있는 것 아닐까요?”


리더는 무조건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에 재훈 팀장은 속이 상했다. 리더도 명쾌하게 방향성을 짚지 못할 때가 있다. 리더도 사람인데 늘 현명하고, 늘 명확할 수만 없질 않은가. 구성원은 종종 ‘리더는 완벽한 존재라야 한다.’라는 명제를 제시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명제가 사실이 아님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틀린 가정이라고 그냥 반박할 수 없는 묘한 면이 있다. 거기에는 리더 자신도 완벽함을 추구하고 싶고, 리더는 당당한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정형화된 관념이 섞여 있다.


<실리콘 밸리의 팀장들>을 지은 킴 스콧은 리더도 때로는 솔직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리더가 솔직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면 구성원이 무시하리라 생각하기 쉽다. 때로는 솔직한 리더의 모습이 구성원의 마음을 흔들고 더 신뢰하게 만단다고 한다. 직원들은 늘 당당하고 자신 있는 모습만 보이는 리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솔직한 리더에게 더 마음이 가는 사람도 많다.


리더라면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때로는 난관을 겪어야 한다. 난관을 마주하면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이걸 딛고 일어설 수 있어야 한층 전문성이 높아진다.


누구나 성장을 위해서는 불편하고 두려운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때가 온다. 우리는 관성과 습관에 따라 행동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렇게 편안할 때는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문성이란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깊이 고민할 때 만들어진다. 폭넓은 문제를 마주친다는 건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진실이라고 믿었던 사실이 진실이 아니었다는 걸 경험한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기본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이 과정에서 마주하는 불편함과 두려움을 이겨낼 때 진짜 성장이 가능하다. 누군가 어떤 문제를 제시해도 그걸 이겨낸 경험을 제시할 때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전문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체험해보고자 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더욱이 팀장은 몇 배의 용기를 내야 한다. 실무자에게는 도전하고 실패해도 그 실패가 자기 일에만 영향을 미친다. 반명 팀장이 도전한 일의 실패는 팀원 전체, 나아가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 팀장이 느끼는 도전의 무게는 팀원의 몇 배 이상이 된다.


미국의 인적자원개발 콘퍼런스에 참가했을 때 참가자들의 다양한 나이에 적지 않게 놀랐다. 거의 임원급으로 보이는, 고령의 교육생들이 열심히 메모하며 공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콘퍼런스에 다시 참여하게 되었다. 미국과 참가자 계층이 확연하게 비교되었다. 국내의 콘퍼런스에는 20~30대가 중심이고, 중장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들은 대부분 연사로 나선 교수님들이다.


왜 한국의 리더들은 다양한 계층이 섞인 배움에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아마 불편하고 두려워서일 것이다.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울 때는 초심자의 어리숙함과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한다. 그런 초심자의 위치가 되기에 불편한 것이다. 무언가를 배우려면 내 지식이 낡았고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무지의 진실을 드러내기 두려운 것이다.



식당 사장이 요리를 못하면?

1) 팀장이 전문성이 부족하면
    결정권이 줄어들고 영향력이 떨어진다.
2) 결국은 리더십에 상처가 나는
    팀장도 생긴다.


대학생 시절 주점에서 야간 알바를 했다. 이상하게도 그 가게는 유독 알바들이 많이 그만두었다고 했다. 막상 일해 보니 주방장 아저씨가 문제였다. 주방장이 마치 자기가 최고 결정권자처럼 알바에게 쓸데없는 일을 시키고, 그 일을 거절하면 폭언을 쏟아부었다. 주방장이 홀 매니저나 알바와 의견 차이가 생기면 절대 굽히는 일이 없었다. 별로 실력이 대단하지 않은데도, 자신이 호텔 주방장 출신이라며 으스대곤 했다. 알바와 다른 직원을 마치 하인 다루듯 했다.


주점 사장님도 주방장의 횡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장님도 주방장을 제지하지는 못했다. 가게에서 주방장이 유일하게 요리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팀에 비유하면 핵심 직무를 맡은 실무자인 셈이다. 아르바이트생이 아프면 하루 쉬면 그만이었지만, 주방장이 아프면 가게 문을 열 수 없었다. 주방장도 자기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었다.


결국 사장은 직접 요리를 배웠다. 아무래도 주방장을 내보내게 되었을 때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몇 달 뒤 사장이 일부 메뉴를 만들 수 있게 되자, 주방장은 더는 무리한 언행을 계속하지 못했다. 상당수의 식당은 사장이나 그 가족이 주방을 담당한다. 식당의 존폐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 직원의 업무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요리를 할 줄 아는 식당 사장이 실무형 리더라면, 요리를 못하는 사장은 관리형 리더와 같다. 물론 사장이 요리할 줄 안다고 해서 늘 주방에만 있어도 문제가 된다. 사장은 가게 전체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필요한 때에 핵심 직무 실무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직접 실무를 하지 않아도 리더가 실무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팀원은 그 영향력 아래에 있게 된다.


관리형 팀장은 종종 충분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리더가 전문성을 가지지 못했을 때는 불필요한 이인자가 생긴다. 리더가 팀의 업무 현황을 속속들이 간파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인자에게 의견에 따라 중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만일 구성원이 솔직하게 모든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면 팀장이 관리할 수 없는 회색지대가 생기고 만다. 팀원들은 눈치 빠르게 팀장보다 자신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닫는다. 팀원들은 팀장보다는 서로에게 조언을 구하고, 팀장은 빠져 주기를 바란다. 이렇게 리더십에 큰 상처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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