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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걸 Oct 22. 2023

의사결정의 함정, 확증 편향

실무자로서의 함정이 존재한다

내가 담당한 일은 더 커 보인다

1) 실무형 팀장은 실무 담당자로서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쉽다.
2) 팀장의 일은 폭넓은 시각으로 견제를
    하는 것이지만, 실무를 병행하는 순간
    오류에 빠지기 쉽다.


우리 팀은 팀원들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만들기 위해 소그룹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분기 1회는 정기적으로 소그룹 프로젝트 리뷰-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리뷰-데이를 진행했는데, 몇몇 프로젝트의 경우, 아이디어가 좋아 금방 성과가 날 것 같았다.


‘이거 괜찮은데, 잘만하면 성과가 많이 나겠어!’ 속으로 생각하며 내심 기대에 부풀어 리뷰-데이를 운영했을 때였다. 평소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주던 도형 과장이 그 프로젝트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이 방식은 일부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할 요소가 있네요."

"이 프로젝트는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성과를 더 분석해 보면 그냥 비용을 써서 일시적으로 웹페이지 방문자가 늘어난 것뿐입니다."


팀원들이 애써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꽤 괜찮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애써 단점만 찾는 도형 과장이 내심 괘씸했다. 그의 말을 귀담아듣기보다 기회가 되면 부정적으로 말하는 습관을 고치라고 피드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리뷰-데이를 마치고 퇴근할 때였다. 불현듯 도형 과장이 지적했던 프로젝트들의 공통점이 떠올랐다. 모두 팀장인 내가 실무자로서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일들이었다.


실무형 팀장도 실무자로서의 견해가 생긴다. 특히 자신이 아이디어를 제안했거나, 깊은 애정을 가진 일이라면 긍정적인 견해가 담기게 마련이다. ‘아, 이거 참 괜찮은 아이디어네!’, ‘이 일 참 잘되겠네!’ 이런 생각이 반복해서 들면 특히 경계할 때가 되었다고 보아도 된다.


리더는 전체를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공 하나하나 슛 하나하나에 집중하면 게임의 전체 흐름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게임의 흐름을 읽고, 이번 한 수가 아닌 다음, 다다음 수까지 읽어내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리더 역할만 했으면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것도 내가 공을 몰고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는다.


실무형 팀장으로 일할 때 가장 크게 발생할 수 있는 오류는 ‘바로 내가 직접 한 관여한 일에 대한 지나친 확증 편향’이다. 확증 편향이라는 것은 자기가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에 맞는 정보만을 선택하려는 현상을 말한다. 한 마디로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성향이다. 이미 많은 정보가 이 프로젝트가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을 때도 실무형 팀장은 자기가 추진한 일이라는 사실 만으로 이 의견을 간과하게 된다.


사실 지나친 확신을 경계하고 일의 위험을 파악하는 것이 팀장의 일이다. 다른 업무와의 균형을 고려하여 전체 속에서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팀장이 존재한다. 팀장이 실무를 동시에 담당하는 순간 이러한 균형 잡힌 판단력을 잃기 쉽다.


‘나는 그럴 리 없어.’라고 자신을 지나치게 확신하기보다 ‘언제든 실무형 팀장으로서의 오류에 빠질 수 있어.’ 하고 생각하자. 그리고 사전에 오류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혼자 공을 넣으려는 욕심을 버리기

1) 실무 담당자로서의 소신
    VS 지나친 확신
2) 실무형 팀장에게는 동료의 힘이
    중요하다.


내가 속한 산업 특성상 그동안 많은 세일즈맨을 만났다. 영업인은 어떤 마인드로 일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당당함’이라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는 이들이 많다. 수많은 세일즈맨 중 ‘당당함’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다. 스스로 확신이 없는데 과연 고객이 그를 믿고 상품과 서비스를 흔쾌히 구매할 수 있을까? 세일즈맨은 자기가 하는 일,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 그리고 그걸 판매하는 자신을 당당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그 당당함에 설득된다.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당당함이 큰 힘이 된다. 나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보고가 아니라면 상사를 설득하지 못한다. 따라서 업무의 긍정적인 면을 더 크게 보고 열의에 차서 일하는 편이 좋다.


그러나 팀장이 확신에 가득 차 있는 순간 팀 전체가 ‘독선’이라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리더가 과도하게 긍정하고 있으면 그 밑의 구성원들은 이를 반대하기 어렵다. 간혹 도형 과장같이 드물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팀장에게 반대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


리더가 먼저 제안한 아이디어는 누구도 그걸 반대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큰 실패를 겪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수평적 문화와 함께 팀장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적절한 견제 장치도 마련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무형 팀장에게는 자기가 직접 하는 일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팀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막는다.


팀장에게는 자신을 견제하고 피드백을 줄 적절한 시스템과 사람이 있어야 한다. 혼자서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써도 쉽게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나 자신이 완벽해지려 애쓰기보다는 시스템과 타인의 힘을 빌리는 편이 쉽다.


우선은 주변의 조언을 구하여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정기적으로 자신의 결정을 되돌아보는 식으로 자신을 객관화한다. 이런 노력이 이어지면 점차 확증 편향의 함정에서 벗어나 확신에 차서 실무를 처리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냉철한 눈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확증 편향을 막는 장치들

1) 적절한 피드백 그룹이 만들도록 한다.
2) 정기적인 의사결정 리뷰의 중요성
3) 데블스 어드버킷을 지정한다. 


리더에게는 정기적으로 조언해줄 피드백 그룹이 있어야 한다. 이건 모든 리더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하지만 실무형 팀장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독선에서 벗어나라면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피드백 그룹은 내가 강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하게 도와준다.


상사, 선후배 팀장, 팀원이나 다른 부서의 조언자 등 피드백 그룹을 만들어 두도록 한다. 누구에게나 냉철한 피드백을 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피드백으로 상대가 상처를 입을 수 있고 결국은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 팀보다는 이해관계가 적는 사람이 피드백 그룹으로 적합하다.


피드백 그룹의 인원은 너무 많지 않은 쪽이 좋다. 상위의 의사결정자일수록 객관적인 판단에 집착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피드백 그룹에 의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피드백 정보가 너무 많고, 그 정보가 서로 상충하는 상황에는 전체적인 정보를 고려하기보다 일부 의견에 치중하여 판단하게 된다. 우리의 뇌는 정보가 너무 많으면 판단 내리기 힘들어한다. 공정한 시각을 유지하려고 피드백을 받았다가 오히려 편협한 의견에만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한 달에 한 번, 그동안 내 의사결정의 과정과 결과를 복기하는 절차를 만들어도 좋다. 정작 일이 진행되고 있을 때는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기 어렵다. 일을 성공적으로 기한 내에 끝마치고 성과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지기 쉽다. 어떤 식으로든 감정이 섞이고 아무리 냉철하게 판단하려 해도 주관이 드러난다. 일이 모두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좀 더 차분하게 리뷰가 가능하다.


후회와 복기는 다르다. 지난 업무를 리뷰하는 것이 후회되므로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기 싫으므로 복기가 꺼려지고 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내 판단을 돌아보는 것은 단순히 감정적인 후회를 하는 것과 다르다. 나의 판단 기준이 일관되게 운영되는지, 기준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미래에 적용할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어디까지나 미래의 판단을 더욱 명쾌하게 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을 되뇐다.


중요 의사결정은 팀원과 함께 내리는 문화를 만드는 것도 좋다. 20%의 핵심 결정은 다수결이나 협의를 통해서 정하는 것으로 팀 문화를 만들어보자. 팀원으로서는 중요한 결정에 자신의 의사가 반영되므로 존중받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의 의견에 따라 업무 운영이 결정되므로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도 있다.


악마의 변호인, 데블스 어드버킷(Devil’s Advocate) 역할을 맡을 사람을 정해놓는 방법도 있다. 가톨릭에서 누군가를 성인으로 추대하려 할 때는 반드시 한 사람에게 반대하는 역할을 맡긴다. 의도적인 반대 목소리를 통해 정반대의 측면도 고려해보고 현명하게 의사 결정하기 위함이다. 악마의 대변인은 조직 전체가 결정 오류를 피하도록 돕는 장치다.


실무형 팀장은 실무자로서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본래는 팀장이 견제해야 하지만 자신이 팀장이므로 이런 견제를 받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실무자로서 처리한 일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이런 오류가 반복되면 팀원들은 점점 팀장이 직접 하는 일은 방관한다. 팀장이 공을 잡는 순간, 동료 누구도 패스하라고 외치지 않고 방치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이런 플레이는 실패하기 쉽다.


이런 오류를 막고자 팀장은 관리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류는 미리 알고 이를 막을 준비를 철저히 해 둔다면 더는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관리형 팀장도 의사결정이 한쪽으로 쏠리는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관리만 하는 게 맞겠다.’라는 넋두리를 늘어놓기보다 철저하게 준비하는 팀장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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