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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걸 Oct 22. 2023

실무형 팀장의 슬픔

위에도 아래에도 호갱인 역할

중간 지대는 외롭다

1) 실무형 팀장은 중간 지대에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2) 독점 정보를 나만 모른다는 느낌이 들 때
    불안과 싸운다.
3) 내집단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 모임으로 갈등한다.


모두가 실무형 팀장이라면 비교 대상이 없으니 스트레스도 덜 받을 것이다. 실제로는 실무형과 관리형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한 회사 내에서도 관리형과 실무형이 각각 존재한다.


실무를 겸하는 팀장은 상대적으로 더 외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팀장은 선후배 팀장과 고민을 상담하며 상황 해결의 힌트를 얻고 공감대를 느낀다. 팀 운영을 하며 겪게 되는 스트레스를 지지, 격려해주는 사람을 통해 해소한다.


간혹 끊임없이 몰려드는 실무를 처리하기에 바빠, 동료 팀장들과 관계를 쌓지 못하는 이가 생긴다. 사내·외 팀장 모임 통해 관리 노하우를 쌓고 위로를 주고받고 싶지만, 실무자에서 팀장으로 올라가는 타이밍에 네트워크 형성에 실패하는 사람도 있다.


일단 네트워크를 만들지 못하면 점점 더 외로운 고립무원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상사는 어렵고, 팀원들은 나를 어려워하는데 같은 팀장들과도 소원한 위치가 된다. 과연 그는 어디에서 고민을 해소하고 위로를 얻을 수 있을까?


그냥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실무 팀장도 있다. 물론 직장에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이 정작 위기를 느끼게 되는 건, 중요한 정보를 나만 모르는 상황을 접하게 될 때다. 회사는 곧 있을 조직 개편과 그에 따른 팀장 인사로 술렁인다. 모두가 쉬쉬하며 ‘카더라’는 정보를 주고받고 있을 때 나는 아무 정보도 들은 것이 없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당사자에게는 점점 불안이 늘어나게 된다. 오래지 않아 그는 지치게 되고 심리적인 위기에 처한다.


적극적으로 동료 팀장과의 관계를 위해 애쓰면 될 것 아닌가. 사내의 모임이라도 네트워크 모임에는 내집단과 외집단이 존재한다. ‘우리니까’라는 의식을 공유하고 은밀한 정보나 속 얘기를 나누는 내집단에 포함되려면 일정한 의식을 치러야 한다. 흡연자 모임이 있고 골프 모임도 있다. 술자리를 통해 서로 격식을 내려놓고 친밀감을 공유하자는 모임도 있다. 특정한 행위, 특정한 장소라는 의식을 거쳐야 내집단의 일원이 된다. 아무나 모임에 한 번 참여할 수는 있지만 진정한 멤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술, 담배를 하지 않고 골프나 학연, 지연도 없이 일밖에 모르는 팀장이라면 더더욱 외집단의 외로움을 겪을 수 있다.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내집단에 들어가야 하고, 뭐가 그리 복잡하냐는 생각이 들는지 모른다. 그러니 인간관계가 조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 셈이다. 여기에 팀장에게 일을 떠넘기려는 팀원과 이런 모든 상황을 초래했으면서도 모른 체하는 상사는 더욱 팀장을 슬프게 만든다.



아래 모두에게 호갱인 존재팀장

1) 팀장은 아무런 보상없이
    희생하는 존재다.
2) 팀원은 요리조리 빠져나가려고만 한다.
3) 임원은 일만 돌아가면
    구조적인 문제에는 눈을 감아버린다.


팀원들이 팀장의 역할 충돌에 대해 이해하고 안타까워하면 팀장으로서는 큰 위로가 된다. 실무도 하고 팀 관리도 하느라 몸이 고달파도 지지해주는 팀원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실무형 팀장에게 일을 떠넘기는 몰지각한 팀원도 많다.


첫 번째 유형은 ‘팀장이라고 돈을 더 받으니 당연히 나보다 더 일해야 한다는 팀원’이다. 직원과 임원은 아예 신분이 다르다. 많은 회사에서 임원이 되면 급여 수준도 사무실과 차량 지원 등의 복지도 달라진다. 그러나 팀장은 같은 직원으로 특별한 혜택이 미미한 회사도 많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소소한 팀장으로서의 연봉 인상을 포기하고라도 팀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팀장이 많다.


두 번째로는 ‘어차피 실무 상당수는 팀장이 구멍을 메워 줄 테니 나는 여기까지만 하자’고 생각하며 일정 범위 이상 일하지 않으려는 팀원이 있다. 팀장의 풍부한 실무 경험과 실력을 믿고 본인은 편하게 한정된 일만 하겠다는 심보를 가지고 있다. 일단 이런 사람을 방치하고 그의 일을 떠맡게 되면, 다른 팀원들까지 적게 일하고 일을 떠넘기려 하게 된다. 따라서 실무형 팀장일수록 팀원들에게 도전적으로 업무를 부여하고 업무 역할과 책임, 즉 R&R(역할과 책임, Role & Responsibility)을 치밀하게 정하는 편이 좋다.


마지막으로 실무형 팀장이 가장 서러울 때는 성장을 위해 일을 가르쳐 주려 하는데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직원을 마주할 때다. 일을 가르쳐 주는 과정을 과도한 간섭이라고만 치부해 버린다.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을 할애해 가르칠 시간을 냈는데 동기들에게 ‘우리 팀장은 작은 일 하나하나까지 간섭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팀원을 만나면 팀장은 큰 스트레스를 받고 복장이 터진다. 일이 많은 것보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팀원들을 관리하기가 더 어렵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윗사람은 이런 팀장의 고충을 알아주고 격려하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애써줄까? 그렇지 않다. 임원들은 자신의 문제가 더 크고 복잡하다고 생각한다. 해당 팀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당장 일이 돌아가니 근본적인 문제는 들여다보기 싫다고 생각한다. 팀장이 직접 뛰던, 직원들을 잘 활용해서 일하던 관심을 두려 하지 않는다. 결국, 이 모든 짐은 실무형 팀장 한 사람의 몫이 된다.


최근에는 팀장들의 고충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구성원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가 되면서 솔선수범하는 희생적인 리더십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포용적, 희생적 리더십은 최고 경영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직접 구성원과 대면하는 팀장에게 가장 큰 무게를 지우고 있다. 팀장은 가장 많이 일하면서도 따듯하고 부드러워야 하며, 상대의 모든 면을 존중해야 한단다. 이 정도면 팀장이 아니라 종교 지도자 정도의 탁월함을 요구하는 수준이다.



잘못된 의사결정 책임으로 인한 스트레스

1)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은 안전해 보이는
    쪽으로 잘못된 판단을 유도한다.
2) 실무형 팀장은 복합 역할로 인해
    스트레스가 크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일수록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인력 감축, 구조조정, 기한 내 신제품 개발, 신사업 진출, 팀 간의 경쟁 등 팀장의 절체절명의 상황에 수시로 노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한다는 그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성과가 부진하면 모두 팀장의 책임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불안한 상황에서 리더는 더 안전해 보이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여러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보수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압박 속에서 리더는 과거에 성공했던 주관적 경험에 집착한다. 이렇게 되면 혁신과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는 거부할 확률이 높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과감한 시도를 하는 것은 미래 사업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보수적인 의사결정이 반복되면 조직은 성장의 기회를 잃게 된다.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위험을 만든다. 당장은 눈앞의 위험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걱정이 많으면 기억력이 떨어진다. 팀장은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접한다. 업무 범위와 관련된 것부터 직원 신상에 관련된 내용까지 정보의 범위와 양이 어마어마하다. 중요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면 팀장의 일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걱정이 많다고 머리가 나빠질 리는 없다. 그런데 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걱정과 불안을 우리의 주의를 빼앗는다. 팀 성과에 대한 걱정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으면 팀원이 보고하는 내용에 집중할 수 없다. 집중하지 못해 아예 정보가 입력되지 않은 것을 기억력이 떨어진 것으로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실무형 팀장은 복합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실무자로서의 스트레스, 관리자로서의 불안을 모두 안고 있다. 두 개의 역할을 맡다 보니, 스트레스도 두 배가 된다. 그 스트레스가 결국 의사결정 방향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결정을 잘못할 수 있고 그 결정이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다시금 심리를 위축시킨다. 이렇게 악순환에 빠지면 보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꺼리는 ‘꼰대’ 팀장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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