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직원을 관리하고 학습시키기
재택근무에 대해 팀원의 말을 들어 보면 모두가 하나같이 장점을 이야기한다. 여러 장점 중에서도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아무래도 사무실에서는 쓸데없는 회의나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오롯이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별도의 임원실에서 편안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입원과 같은 업무 환경이 된다. 업무 효율이 올라갔다는데 근무 형태를 바꿀 이유가 없어 보인다.
직원이 사무실에 나오기 싫어하는 건,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좋은 집의 조건, 직주 근접은 돈 많은 직장인이나 누릴 수 있는 사치다. 보통 사람이라면 최소 2시간 많게는 3시간 정도를 길에서 보내야 한다. 통근만으로도 피로에 시달리기 충분하다. 출퇴근 시간만 없어진다면 1시간이 더 잘 수 있고, 가족과 함께하거나 여가를 즐길 저녁 시간이 1시간 더 늘어난다.
그러나 유독 팀장만은 재택근무가 두렵다. 우리의 업무 환경에서는 그때그때 발생하는 일이 많다. 근로계약서에 써넣은 업무 범위를 꼭 지키려는 서구의 직장 문화와 달리, 우리는 업무 기술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유독 빠른 대처와 유연한(사실은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일 처리를 강조한다. 종종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이 긴급한 일을 바로바로 처리하기가 어렵다. 팀장이 수시로 업무를 배분하고 보고를 받아야 하는데 원격으로는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요즘의 일터에는 협업이 필요한 과제가 늘어났다. 팀장은 팀과 팀 간의 협업이나 팀 내부의 협업을 조율해야 한다. 부서 간 협업하는 과정에서 이 일은 우리 팀 일이 아니라고 다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점점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현실에서는 아름다운 협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팀장으로서는 책임 소재가 애매한 업무를 떠안았다가는 팀원의 원성을 듣게 된다.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다툼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얼굴을 맞대는 상황보다 훨씬 어렵다.
팀장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인사고과다. 그냥 업무 성과대로 명확한 평가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평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기업 대부분은 상대평가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누군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 다른 누군가는 나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모두가 함께 일하는 팀원인데 누구 한 사람을 나쁘게 평가하기 어렵다. 때로는 직원 각각의 기여분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아예 성과 측정 자체가 불가능한 직무도 있다.
그래서 평가를 할 때, 본래의 성과 이외에 비공식적인 항목을 포함하게 된다. 평소 다른 팀원을 잘 돕는 팀원, 후배 직원을 멘토링 하고 일을 가르치는 중간 관리자, 본업 외에 팀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많이 낸 직원. 모두가 평가할 때 고려 해야 할 요소다. 물론 평가표에 점수화하기는 어려운 요소들이다. 팀장이 보고 듣는 정보가 제한되면, 종합적인 평가가 어려워진다.
미국에는 코로나 이전부터 일찌감치 재택근무를 시험한 회사들이 있다. 일부는 성공적으로 이를 정착시켰지만, 재틱근무를 포기한 회사도 많다. 우리가 잘 아는 넷플릭스도 공식적으로 재택근무를 반대한다.
재택근무가 실패한 것은 관리자와 직원 간의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더 편리한 점이 많았는데도 상당수의 직원이 스스로 재택근무를 포기했다. 아무래도 관리자는 곁에서 일하는 모습을 직접보면 그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된다. 사무실 출근을 택한 팀원이 상대적으로 팀장의 믿음을 얻고, 좋은 평가를 받는 현상이 나타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는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 재택근무 트렌드를 심층 토론하는 온라인 세미나에 참가했다. 코로나가 없어져도 이러한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 보는 전문가가 많았다. 기술의 발달로 원격 근무 여건이 점점 좋아지고 있으며, 이미 직원들이 장점을 체감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팀장과 팀원이 떨어져 일하는 업무 형태가 지속된다. 이 말은 팀장으로서는 팀을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는 뜻이다. 팀장은 과연 팀의 목표가 무엇인지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중요 업무의 진행도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까? 인력 투입의 적정성은 어떻게 판단할까?
아무래도 팀장은 재택근무와 회사에서 일하는 방법 모두를 적절히 활용할 수밖에 없다. 협업과 소통을 위해서 회사 근무가 불가피할 때가 있다. 때로는 깊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대면 피드백이 필요하다. 팀원 간 분쟁을 조절하는데도 얼굴을 보는 편이 낫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팀원의 실력 향상과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적정 시간을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발생한 현상 중 일과 학습에 대해 살펴보자. 일은 재택근무가 효율적일수도 있지만, 학습은 그렇지 않다. 원격 학습 상황을 경험한 부모들은 한결같이 아이들이 등교하기를 바란다. (물론 학습 성과보다는 안전 문제로 등교를 반대하는 부모도 있다.)
장기간에 걸친 원격 수업으로 아이들의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체험했다. 원격 수업은 교실 수업에 비해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카메라가 나를 비추는 환경이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고, 계속해서 화면을 주시해야 하므로 피로도가 높아진다. 한 번에 화상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90분 정도다. 이 시간은 정규 교육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게다가 일터에서는 나를 둘러싼 모든 요소가 다 배움이 도구가 된다. 팀장이 다른 팀과 통화하는 소리, 선배가 작성하는 보고서, 회의를 통해 주고받는 정보들, 옆 자리의 동료가 마주하게 되는 문제 상황까지... 우리는 일을 통해 경험하고, 그 경험을 성찰하면서 일하는 방법을 체계화하게 된다. 따라서 일터 학습은 원격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요소가 많다.
당장 일이 되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미래에 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팀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도 팀장의 역할이다. 물론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좋아한다. 그러나 직원 개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는 함께 모여서 일하는 장면이 필요함을 설득해보자.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불필요한 사무실 근무는 반대하겠지만, 성장을 위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면 그들도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