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대신에 아침밥이라도

조직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by 임희걸

특별 성과급 기준을 문제 삼은 MZ 세대


리더십 교육의 토론 시간이었다. IT 대기업에 다니는 C 팀장은 자신의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을 들려주었다. 많은 IT 기업들이 홍역을 앓았듯, MZ 세대 직원들이 성과급 산정 기준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것 참, 성과급을 더 주려면 수십억 원이 들 텐데요. 쉽게 해결할 방법이 없는데 안타깝네요.” 교육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한 주가 지나 다시 C 팀장을 만났다. 제일 먼저 성과급 문제를 물어보았다. 쉽게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경영진은 어떻게 다루었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게 말이죠. 어찌어찌 그 문제가 해결되었어요. 사내 식당 아침밥 제공 방식을 바꿔 주기로 했더니,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많이 줄어들었더라고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특별 성과급같이 민감한 이슈가 그렇게 쉽게 해결되었다고? 그것도 아침 식사로? C 팀장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C 팀장의 회사, S 사는 여러 차례 소통의 자리를 준비했다. 다양한 창구를 통해 직원 대표가 의견을 내놓을 수 있게 했다. 성과급 문제와 함께 여러 불만이 함께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는 회사에서 제공되는 아침이 문제라는 소수의 의견도 있었다. 경영진은 이 ‘아침 식사’에 집중했다.



문제의 핵심은 따로 있었다


여러 IT 기업이 그렇듯, S 사도 사내 식당에서 무료 아침을 제공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만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이 시간을 넘어 출근하는 직원이 많아 공짜 아침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회사는 의견을 받아들여 10시까지 식사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그러자 여러 가지 불만이 함께 누그러들었다.


나는 C 팀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연신 감탄했다. 리더는 직원의 불만 표시를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한다. 불만을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잘만 활용하면 오히려 신뢰를 쌓을 기회가 될 수 있다. S 사는 2가지 측면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는 경청이다. 경청이란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행위라 생각하기 쉽다. 이건 경청의 일차적인 단계에 해당한다. 리더가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면 진짜 경청이 이루어졌다고 느끼지 않는다. 진정한 경청은 상대방의 말속에 숨어있는 진짜 속뜻을 읽어내는 것이다.


성과급 이슈는 금액이 아닌, 공정성의 문제다. 단순히 회사에 오래 다녔다고 해서 높은 성과를 올렸다고 볼 수 없다. 단순히 부장이라는 이유로 조직 성장에 더 이바지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 그런데 왜 그들이 더 많은 성과급을 받아야 하는가? ‘주니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더 주려면 수십, 수백억이 들 텐데.’ 이런 생각만 해서는 공정성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릴 수 없다.



S 사 경영진은 아침 식사도 똑같이 공정성 이슈를 가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7시 반부터 8시 반. 이건 일찍 출근하는 임원이나 팀장만을 위한 혜택이다. 게다가 근무시간 30분 전까지 말끔하게 식사를 마치고, 소화까지 다 시킨 후 업무를 준비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숨어있다. 조직의 제도는 단순히 얼마가 소요되고 어떤 혜택이 있느냐의 수준에서 고민해서는 안 된다. 그 제도가 구성원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있느냐에 대해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S 사의 아침 식사는 ‘관리자 우대, 근면한 사람 우대’라는 구시대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두 번째는, 변화하고자 하는 자세다. 당신이 배우자의 잘못을 어렵게 지적했다고 생각해보자. 몇 번이고 미안하다며 사과한다. 고개 숙여 미안해하고 반복해서 사과는 하는데, 행동은 전혀 변화가 없다. 그러면 어떤 기분이 들까. ‘과연 이 사람은 진심으로 잘못을 깨닫고 있는 걸까? 그냥 이 순간만 모면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대대적인 변화가 어렵다면 적어도 작은 부분이라도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MZ 세대가 돈을 밝히고, 따지기 좋아해서 회사의 제도에 불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시대가 변하고 조직이 나아가려면 기존의 체제, 제도, 관행에 대해서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성장통이다. 그들은 조직이 새 시대에 맞게 변화하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비슷하게 신세대 직원에게 성과급 관련 이의제기를 받은 대기업이 있다. 이 회사의 회장님은 자신의 연봉을 직원의 성과급으로 내놓겠다고 대답했다. 리더가 먼저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려는 의도였겠지만, 직원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공정성이라는 키워드를 읽지도 못했고, 변화에 대한 기대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더 깊이, 내 <생각의 틀>까지 고민해 보기


하버드 대학의 아지리스(Argyris) 교수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일수록 싱글 루프 러닝의 덫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싱글 루프 러닝(Single-Loop Learning)이란 일차적인 수준, 일반적인 수준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방법이다. 성과급이 불만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제도를 만들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방법이다. 이런 접근 방법으로는 현상에 숨어있는 진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다. 성과급 제도를 변경한 후에도 구성원과 마찰을 빚게 된다.


아지리스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더블 루프 러닝(Double-Loop Learning)을 권한다. 이것은 좀 더 깊이 고민해서, 지금 내 <생각의 틀>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를 탐구하라는 의미이다. ‘성과급 제도 자체에만 생각의 범위를 한정 지은 것은 아닐까? 생각의 틀을 바꾸어 전혀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면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보다 깊은 차원에서 문제를 다루고 성장하는 방식이다.


종종 일터는 훌륭한 배움터가 된다. 문제도 때로는 좋은 스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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