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의미를 전달하는 팀장이라니
내 직장생활의 첫 번째 상사는 J팀장이었다. 그는 일을 지시할 때 상당한 시간을 들여 '왜 이 일이 필요한지' 설명해 주었다. 일의 의미를 설명할 때는 그 일의 고객이 누구이며 그 고객이 어떤 도움을 받을지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이번에 회사에서 부서별로 주요 업무를 매뉴얼로 만든다고 한다. 네가 우리 부서의 매뉴얼 작성을 담당해줬으면 좋겠다. 업무 매뉴얼을 만드는 건 일을 체계화하여 직원들이 모두 높은 수준으로 일하기 위한 것이다.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정리를 잘해 놓으면 우리 팀원들의 업무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짐은 물론이고 앞으로 우리 회사에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 일하는 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회사의 업무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거다."
리더는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어야 한다. 나는 그 롤모델로 늘 J 팀장을 떠올린다. 하버드 대학교의 앨런 랭어 교수는 일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 임의의 호텔을 하나 골라 청소부 중에 비만이 심한 사람과 가정환경이 좋지 못한 사람을 골라냈다.
비만 때문에 각종 생활습관병으로 고생하는 청소부들에게는 청소가 운동보다도 효과적인 신체 활동이라는 점을 설득했다. 청소가 얼마나 칼로리를 소비하게 만드는지 과학적 근거도 제시했다. 가정환경이 불우한 청소부들에게는 영상 편지를 보여주었다. 그 호텔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가족의 영상이었다. 그들이 한 가정의 행복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전달했다.
실험 한 달 후, 비만이었던 집단은 체중이 크게 줄었다. 더 열심히 청소를 한 덕분에 생활습관병에서 탈출한 사람도 많았다. 가족의 영상 편지를 받은 집단은 업무 몰입도가 크게 높아지고, 우수한 근무 성적을 보였다.
'내가 일하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사람이 많다. 열정의 열쇠는 의미에 있는데 안타깝게도 회사는 그 열쇠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다. 리더에게는 일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애쓰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지 모른다. 차라리 경제적 보상을 제시하는 편이 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일의 의미만큼 효과가 있는 동기부여 방법이 흔치 않다.
J팀장과 함께 일했던 팀원 중에 우리 회사의 핵심 인재가 된 사람이 많다. 사소한 일을 맡길 때도 리더가 직접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해주니 그 일은 이미 더는 사소한 일이 아니게 된다. J팀장의 가르침대로 나 또한 후배들에게 업무를 부탁할 때 가장 먼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쓴다.
왜 해야 하는지 알고 나면 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일에 더욱 몰입하게 되므로 성과가 나아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없다. 바쁘다.'는 핑계만 대지 말고 구성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부터 챙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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