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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Mar 25. 2020

임신 후기의 단상들

출산 전의 짧은 기록들


35주에 진입하면서

다시 낮잠을 자게 된다.
오늘은 온누리와 함께 들으려고 음악을 틀어놓고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온누리는 내가 자는 동안 혼자 음악을 잘 들었을까-






확실히 움직임이 불편해졌다.
일어날 때마다 아이쿠-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가진통 증상도 나타나는 것 같다.
이틀에 한 번꼴로 생리통처럼 배가 아픈 증상이 지나간다.

그렇다 이제 내 몸도 본격적인 출산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는 것이다.





임신을 한 뒤로 피부가 예민해져서 인지, 몸이 더 청정해져서 인지 조금의 화학성분에도 영향을 받아 무언가를 바르면 피부에 바로 빨간 것이 올라오게 되었다. 제일 순한 제품 하나만을 간신히 바르고 다닐 뿐이다. 에센스나 로션도 피부에 받지 않는다.
친구 따라 화장품 가게에 갔을 때 파우더를 톡톡 발라봤다가, 그 다음날 바로 붉게 일어나 항의하는 피부를 만나야 했었다. 그런데 갓 태어난 아기의 피부는 얼마나 더 순하고 깨끗할까!




철분 보충을 위해
시금치 죽을 만들어서 저녁 식사를 했다.





오늘은 준희가 집에 오는 날-
내일은 출산 예정인 조산원에서
같이 부부 출산교실 수업을 들으러 간다.




준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온누리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두 사람을 내가 사는 동안 정말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이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하루에 한 번씩은 배가 아프다.
온누리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저 이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어요-'
온누리가 머리로 골반을 툭툭 치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 긴 시간이 남지 않았구나 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도서관 반납일이어서, 책을 반납하고
새로이 다섯 권을 빌려왔다.
[0-1세 자녀 이해하기 / 베이비 위스퍼 골드 / 엄마, 뱃속이 그리워요 / 하심 / 금강경과 천문학] 이제는 태교 공부가 아닌 육아 공부를 해야 할 때다. 물론 내가 읽고 싶은 책도 두권 빌렸다. 오후에는 괜히 기분이 울적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괜스레 기운이 없어졌다. 태어날 온누리 이름을 지어보고 있던 중 나도 모르게 일찍 잠이 들었다




36주가 되었다.

말로만 듣던 막달에 진입하였다.
작년 11월에 임신소식을 접한 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이제는 아기가 나와도 괜찮은 그야말로 임신의 끝자락이다- 나의 임신 기도, 이제 머지않아 출산으로 꽃을 피우겠구나. 36주에 들어서서 인지 기가 막히게도 손이 붓는 증상이 딱 나타났다.
두 손이 살짝 부었고, 팔이 조금 간지러운 증상도 나타났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변화한다. 나는 붓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하루 만에 이렇게 손이 붓다니




거리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외출할 때마다 안 좋은 환경을 많이 맞닥뜨리게 된다. 거리에 나가면 어김없이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욕설을 하는 사람들, 시끄러운 거리의 차들과, 크게 틀어놓은 노랫소리, 마트에서 마이크로 속사포로 말하는 세일 소식 등등을 마주한다. 이래서, 집에서 안정을 취하는 게 나은 건가 보다.


                                                                                 



예전처럼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잠드는 시간이 늦어졌고, 그만큼 아침에 늦게 눈이 떠졌다. 일어나자마자 철분제를 먹으러 부엌으로 갔다. 손이 약간 부어있고, 발바닥도 부었는지 발을 디딜 때마다 살짝씩 아팠다.


여전히 움직임은 불편하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이 몸뚱이가 내 몸뚱이인가 여태 겪어본 적 없는 둔함이다. 그래서인지 - 오늘은 하루 종일 이유모를 침울함이 이어졌다.




36주

오늘도 오렌지주스에 철분제를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 명상을 마치고 나니, 어제보다 기분이  나아짐을 느꼈다. 리터칭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고 왔다. 땀을 흘리며, 걷고 오니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집이 20층인데, 15층에 내려걸어서 올라왔다. 앞으로 15층에 내려서 걸어 올라가기는 출산 때까지 계속해야지.


해가 질 무렵에는 배가 내내 아팠다.
자궁수축이 진행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온누리가 세상으로 나오려는 호흡을 하고 있나 보다. 엄마도 준비 잘 하구 있을게

온누리야 온누리도 천천히 준비하고 나오렴 엄마랑 아빠가 온누리 리듬을 기다려줄게-  





                                                                         

38주+6일

아침에 일어나니 하룻밤 사이에 배가 부쩍 많이 나왔다. 자연주의 출산 다큐멘터리를 한편 보았다. 산후관리와, 신생아 관리 공부도 하면서 오랜 시간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갑자기 내 눈이 침침해졌다. 집으로 돌아와 낮잠을 잠시 자고 일어났는데 여전히 눈은 침침했다. 컨디션이 급속도로 몹시 안 좋아졌다. 이상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속에서 짜증이 많이 올라왔다. 여전히 눈은 뿌옇게 잘 보이지 않고 그 와중에 엄마가 구워주는 고기를 먹었다. 저녁을 먹고 준희와 공원에 산책을 하러 나갔다. 이번에는 배가 계속 아팠다 안 아팠다를 반복했다.
이젠 정말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할 때다. 내일이면 39주가 되는구나.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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