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많이 우는 날이 있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긴 했지만 임산부의 여정이 마냥 순탄하고 평화스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학생이었던 남편이 취업을 해서 생활비를 벌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일단 서로 각자 부모님 집에서 생활을 하기로 했다. 남편은 서울에, 나는 수원에, 그 당시에는 당분간 떨어져 지내는 것이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씩씩하게, 착착 잘 준비해나가는 것 같았지만 사실 많이 울었던 내 모습도 떠오른다. 남편 없이 임신기를 혼자 보내는 것이 문득 서러워지는 날들이 있었다. 다른 부부들처럼 이 과정을 함께 나눌 수 없었던 상황이 불만스럽게 다가오곤 해서. 혼자 방에서 서럽게 울곤 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통과해야 했고, 가끔씩 복받치는 내 안에 있는 서러움 외로움을 그대로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건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생명을 품고 있는 상태인 나를 이해해 주길 바랬지만, 타인의 배려는 제한적이었고 때로는 차가웠고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이따금씩 가족은 나에게 화를 냈고 나도 그들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아기를 품은 나는 화도 짜증도 슬픔도 외로움도 모두 조심스러웠고 그런 감정을 만날 때마다 아기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봐 신경이 쓰여서 마음을 최대한 다스리고 또 다스려야 했다.
눈물이 나 울게 될 때면
아기에게 한 없이 미안해졌다.
태교라는 것은 즐겁고, 행복하고 평화로워야 하는 것인데 내가 지금 울고 있다는 것이 아기에게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다.
울음이 날 때마다, 아기가 놀랄까 봐-
아기에게 내 이 감정을 그대로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정신을 차리고 배에 손을 얹고 아기에게 말해주었다.
아가야 이 세상에는 행복도 있지만, 슬픔도 있고, 고통도 있단다. 엄마는 지금 슬픔을 느끼고 있어
아가야 그렇지만 이것들은 모두 지나가는 거란다.
엄마가 지금 느끼는 슬픔은 엄마가 잠시 느끼는 슬픔이야. 아가야 너는 그저 네 본성에 머무르면 된단다.
..
너는 그저 네 본성에 머무르면 된단다.
지금 잠시 머물다 갈 나의 감정과 울음에, 놀라지 말고, 겁내지 말고 엄마도 이것이 사라져 가는 것을 그대로 보고 느낄 테니 너는 그저 네 본성 그대로 머무르면 된단다. 본성 그대로에 머무르면 된단다. 사랑하는 온누리야 너는 그저 네 본성에 그대로 머무르면 된단다..
임산부는 세상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이 시기에 나 자신을 통해 온 몸으로 알게 되었다. 감정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임산부는 세상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다.
그리고 이것은 반드시 주변 사람들이 함께 도와주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임신 기간 동안 내가 마주한 사람들의 말과 눈빛 그리고 행동 하나하나가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고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있고 영향을 끼치며 살아간다는 것을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임신기에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실제 주변에도 굉장히 많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에 유명한 맘 커뮤니티가 있는데, 그곳에 임신한 상태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을 호소하는 엄마들의 글이 지금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남편의 폭력으로 당장 아이를 안고 집을 나온 엄마가 있는가 하면 임신한 상태에서 집을 부수는 남편 때문에 오갈 곳 없는 여성도 있었다. 더러는 나라에서 제공되는 쉼터로 안내되어지지만 그곳 생활도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그것들을 겪는 아픔이 어떤 것인지 전해지며 마음이 아팠다. 이 세상 여인들이 보호 속에서 편안하게 아이을 품을 수 있게 되기를 그들도 함께 안전하게 이 시기를 보내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했다.
우리 모두가 꼭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산부는 세상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다. 가장 존중받아야 할 특별한 존재이다. 태교는 엄마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주변 사람이 함께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지구별에 새로운 아기 손님이 찾아오는 중이다. 우리의 후손이자, 우리의 친구. 그들을 품는 성스러운 엄마들- 우리가 지금 그들을 함께 보호하고, 도와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