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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Mar 21. 2019

나를 너에게 내어 줄게

내 몸을 쓰렴




일상은 다시 조심스럽게 흘러갔다.

나도, 남자 친구도, 부모님도 가족들도 조금씩 아기의 존재를 받아들였고

우리는 우리의 자리를 찾아갔다.


나는 임산부들은 모두 배가 볼록한 채로 걸어 다니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꽤 상당의 기간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다니면 길거리의 사람들은 내가 임산부인 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외적으로 별로 티가 나지 않았다. 내 몸도 가볍게 느껴져서 여기저기 평소처럼 돌아다니거나, 용돈을 벌기 위해 고용주 몰래 움직임이 적은 소일거리들을 하거나 했다. 임산부는 그저 누워서 늘어지게 자거나 아니면 푹 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매일 부지런히 운동을 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도 직접 임산부가 되어 보고 나서야 알았다.


마지막 달에 다다라서야, 내가 생각했던 임산부의 모습을 거울에서 비춰볼 수 있었다.


아기의 태명은 '온누리'로 지었다.

남자 친구에게 태명을 지어달라고 부탁하자마자 그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나온 단어였다.

어렸을 적 소원이"온누리에 행복을-"이었다라나.


내색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아빠가 되어 버린 그도 나만큼이나 상황을 받아들이는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태담을 하는 것도 어색해했다. 이제와 이해하건대, 여성은 직접 온몸으로 아이를 받기 때문에, 아이를  순간 느끼며 천천히 엄마가 되어갈  있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으로 천천히 이루어지는 변화를 짐작할  있을 뿐이었다.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출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주로 나는 지역 카페에서  [드림] 해주는 아기 용품들을 조금씩 받아 모아두었다. 욕조와 옷 양말 모자, 조그만 것이라도 나에겐 매우 귀한 것이었다. 드림을 받으러 가면서 항상 주방을 뒤적이며 무언가를 답례로 챙겨갔다. 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나눠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천을 끊어다가 씻고 빨고 삶아서 스탠드를  놓고 직접    , 바느질을 하며 천기저귀를 준비하는 시간도  좋았다. 바느질에 흥미가 없을  알았는데 의외로 너무 재밌는   재미있었다. 마치 우연히 만났는데  맞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서랍: 내것으로 채워져 있지 않아도 좋다


임신기간 동안, 며칠을 제외하고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애경을 읽고 기도와 명상을 했다.


두려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두려움이 아직 머물러 있다.
엄청난 피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온누리는 내가 조금의 입덧도 하지 않게 하고, 몸이 붓지도 않게 하고, 살이 트지도 않게 해 주며 엄마가 힘들지 않도록, 조용히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는 착한 아기다.


마음의 두려움도 기꺼이 받아들이리.
그리고 사랑을 내어주리.
오늘도 온누리를 품고
감사하게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임산부로 처음 해보는 것들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배

그리고 조금씩 불편해지는 몸


네가 살아갈 세상

너의 우주


아가야

엄마는 괜찮아

내 몸을 쓰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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