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띄우는 편지

슈퍼맨과 함께한 마지막 여름

by 이방글

까무잡잡한 피부에 마른 체형이던 아빠가 어느 날부턴가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즈음 아빠는 종종 소화가 안되는 느낌이 든다 라던지, 체한 거 같다는 말을 했다. 어렸던 난, 속으로 라면과 매운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 거라 생각했고 아빠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 들었다. 그러나 엄마는 달랐다고 한다. 우리가 잠든 밤이 오면 아빠에게 병원을 가보자고 설득을 하였고,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며 되려 엄마에게 화를 내셨다고 한다.

겨울방학이 시작될 때쯤 엄마는 내게 할 말이 있다며 안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영문도 모른 체 엄마의 입술만 바라보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을 하고 있었다. 엄마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아빠가 조금, 아프다고 했다. 작은 병원에서 치료가 되지 않아 큰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내게 이제는 마냥 어리지 않으니 너도 알아야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빠의 배가 나왔던 것도, 다리가 퉁퉁 붓기 시작한 것도 다 몸속에 커다랗게 자리한 암세포 덩어리 때문이라 했다. 늘 내게 가장 큰 존재이자 든든한 슈퍼맨인 아빠가 암이라는 병으로 인해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아빠에게 어떤 표정을 지으며 대해야 할까. 시야가 흐릿해졌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단어가 훅 치고 들어와 나를 뒤흔들어 놓았다.

얼마 뒤 아빠는 병원에 입원을 하였고 환자복을 입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점점 익숙해졌다. 아빠는 침대에 누워 TV를 보거나 종종 테라스 휴게실에서 담배를 폈다. 그럴 때마다 담배 피우지 말라며 잔소리를 하는 게 내가 할 일이었다. 아빠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에 중학생이 되었고 주말에만 병원을 갔다. 석 달을 집과 병원을 오가며 지내다 보니 어느새 여름방학이었다. 그렇게 아빠와 함께한 마지막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수록 아빠가 느끼는 통증과 점점 식욕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또다시 죽음이 내게 엄습해왔다. 그럴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와 다를 거 없이 지냈고 아빠가 원하는 건 뭐든 다 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빠는 내게 가끔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간식을 사다 달라고 하거나 젖은 수건으로 부종으로 인해 퉁퉁 부은 종아리를 닦아 달라고 했다. 어떤 날은 기분 좋게 하다 가도 귀찮다고 느끼며 할 때도 있었다. 아빠는 그때마다 고맙다는 말을 빼먹지 않고 했다. 희미한 미소와 함께.

나의 첫여름방학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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