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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승 Sep 13. 2021

집에서 만든 김밥의 마력

나도 몰랐지.. 열 줄은 기본인걸...^^;;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유치원 선생님들 소풍 식사 대신으로 김밥을 도시락으로 보내드렸던 적이 있었다. 사실 그 전엔 집에서 김밥을 싸는 일이 거의 없기도 했고 재료 준비하는 일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서 김밥은 사서 먹는 거지 굳이 집에서 힘들게 만들어서 먹을 이유는 없는 거라고 생각 했었다. 그런데 나보다 이른 나이에 먼저 결혼한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나를 집에 초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에게 집에서 김밥을 싸서 먹게 되면 밖에서 파는 분식집의 김밥을 전처럼 사 먹게 되진 않을 거라고 말을 했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나 역시도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막상  내가 결혼을 해서 친구처럼 그렇게 김밥을 싸서 먹어보니 다른 건 몰라도 고생스럽고 힘들긴 해도 김밥만큼은 집에서 만든 김밥이 최고구나 싶은 생각도 여러 번 들기도 했었는데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아이에게 야채를 합법적으로 가장 많이 먹일 수 있는 방법은 야채 김밥을 만들어 먹이는 방법이 가장 좋고 쉽고 행복한 방법 중에 하나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아이 소풍날이 되면 우리 식구 먹을 김밥과 유치원에 보낼 김밥을 싸다 보면 보통 열 줄은 기본으로 싸야 했었는데  준비하는 시간과 야채를 다듬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서 처음엔 그 준비과정들이 생각보다 힘들고 보기보다 많은 양의 야채를 다듬는 일이 귀찮고 고되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었지만 그런 시간들이 가고 나서 예쁘게 다듬어져 한 입 크기의 먹기 좋은 형태의 김밥으로 말아지고 나면 결국 요리하면서 느낀 힘든 시간들보다 내 가족과  타인에 입에 한 입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 맞이하게 될 정성스러움과 고생스러움을 보답이나 해 주는듯 보이는 엄지 척의 손가락의 위력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어 힘든 줄도 모르고 매번 김밥을 싸고 또 싸고  말고 또 말 고야마는 내가 되어 있었다.

   음식이 주는 감동의 가장 깊은 감정에는 음식을 먹는 사람에 대한 만드는 사람이 더 주고 싶은 사랑이 담긴 정성스러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리를 할 때마다 칭찬만을 받으려고 음식을 하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만들어서 함께 나눠먹는 만큼의 행복이 두 배, 세 배가 되는 이유는 어느 날 어떤 시간에 우리가 함께 먹은 그 음식들로 기억되고 추억되는 힘 때문은 아니었을까?


  김밥을 싸기 위해 재료들을 준비하고 다듬고 말아서 한 입에 먹는 순간, 발레 공연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준비과정도 지루하고 언제 다 싸게 될까? 심난하기도 하다가 일일이 하나씩 다 손을 대야 맛있어지는 마법을 보면서 그 지루한 시간들이 모이고 모여 한 입에서 웅장하게 퍼지는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아름다운 춤을 추는듯한 기분이 들 때면 여러 사람들이 수고해서 무대에 올려진 무용수들의 멋진 춤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결국 맛있다는 칭찬은 누군가의 수고스러움으로 발견되는 아름다운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밥이든 다른 어떤 음식이든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게 되는 것이겠지.

  삶은 거창한 것 같아도 결국 작은 기쁨과 작은 행복들이 모여 우리의 삶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좋을 일도 나쁜 일도 결국 지나가기 마련이고 그렇게 보낸 삶 안에서 우린 또 배우고 느끼며 이 세상을 살아가지만 결국 김밥처럼 하모니를 이루는 삶이 어쩌면 음식이 우리에게 건네는 교훈 같은 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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