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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Epilogue)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 전합니다!

by 홍지승

안녕이란 말 대신에....


지난해 겨울 이번 연재 원고의 제목을 처음 썼던 그날 밤. 그날의 밤공기와 얽히고설킨 과거의 감정들이 오늘은 새록새록 아련하게 기억납니다. 매일같이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니는 회사원처럼 지냈던 그때 어차피 더 안 될 일도 없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절망만 가득했던 그날 밤.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이유도 없었고 그렇게 뒤로 더 물러날 힘조차도 없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그 마음이 무겁고 슬프기만 해서인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기도 했었습니다.

사는 건 원래 그런 거라서 그 어떤 일이든 내가 한다고 갑자기 잘될 턱이 있나? 하고 시도조차 안 하고 한숨만 쉬었던 적도 여러 번이었으니 그때 당시 제가 하고 싶어 하던 그 모든 일들은 그렇게 갑자기 소리소문 없이 하루아침에 연기처럼 사라져도 아무렇지 않을 그런 날들만 떠오를 만큼 그런 암흑 같은 겨울밤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저는 무슨 용기로 제 노트북 키보드를 눌렀던 걸까요?

돌이켜보면 그 어떤 일도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었는데 살금살금 천천히 일어나 앉고나서부터는 걷기도 하고 바람을 쐬기도 하고 창 밖을 바라보기도 하다 보니 이렇게 그 춥던 겨울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차가운 공기가 그리운 뜨거운 여름밤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정말 그 모든게 거짓말처럼요....



연재 후기.


계절의 변화만큼 브런치북 연재를 8개월 동안 하면서 스스로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어깨에 힘을 빼고 글을 써야 한다는 어떤 예술적인 이론을 알고는 있었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렇게 친절하게 글이 써지는지 도대체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발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을 연재하면서는 키보드를 누르면서도 조금씩 글에 힘이 빠져가는 저를 마주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 기분들이 얼마나 짜릿짜릿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월등히 극적인 표현을 썼던 것도 아니었고 예술적으로 대단한 글을 매주 썼던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씩 그 마음들을 찾아내고, 기억해 내고,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까? 하고 고민할 때마다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 에잇! 못하겠어. 나는 이쯤에서 관둬야겠어! " 마음먹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여러 번 하기도 했었죠. 잘하진 않았어도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고 도망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길 만큼 그 마음은 제게도 마음의 큰 위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도, 춤을 잘 추시는 분들도, 지식적으로 유식하고 똑똑한 분들도 넘쳐나는 이 세상에 어쭙잖은 제가 나서서 이렇게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나선 것 자체가 제게는 '용기'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 상관없이 살 수 있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후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쥐어짜듯 용기 내어 첫 글을 올렸던 그때가 여전히 애틋하고 아련해서인지 가끔은 그날의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차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이었겠지만 그래도 안 해보고 입으로만 투덜대지 않고, 겁이나도 도망가지 않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 그 마음만으로도 오늘은 '잘했다'하고 머리를 쓰담쓰담해 주고 싶은 그런 한 여름밤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좋아요'를 클릭해 주신 분들의 한 분, 한 분의 마음들 덕분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조금 더 용기 내어 진지한 마음으로 글쓰기 할 수 있는 힘이 생겼기 때문에 이렇게 에필로그를 끝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이번 연재는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끝이 아닌 시작.


저는 누구보다 '스토리(story)'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들을 열린 마음으로 잘 경청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백 사람이 가진 백 가지 생각들을 존중하고 그에 관한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나누는 것을 좋아하죠. 각자의 삶이 다르고 각자 하려는 이야기들이 다 다를지라도 서로가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들을 나누는 순간들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기도 합니다.「발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을 연재한 덕분에 새로운 글들을 또다시 쓸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그 덕분에 새롭게 연재할 글들을 위해 자료조사 및 인터뷰등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저 또한 제가 저를 잘 믿고 흔들리지 않고 걸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물론 저의 진심만큼 그 어떤 이야기를 하려든 간에 정성스럽게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함께 성장한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어요. 그런 이유로 늘 부족하지만 물러서지 않고 후회가 되겠지만 덜 후회하는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기며 다음 연재물로 새롭게 인사드리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문사진: 김윤식 사진작가. 체코 국립발레단. 2019. Yoon6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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