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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브런치북 by_지니

by 생각창고 지니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이 말은 어쩌면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편안함을 느껴 현재에 안주하게 하는 컴포트존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Q. 이 문장을 듣고 떠오른 나만의 안전지대는?


나는 그동안 누군가에겐 짧게 느껴질 수도 있는 긴 세월 동안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해왔다. 특히 아래와 같이 <나의 일-경험 타임라인>을 그리고, 나의 세계에 대해서 고민해 왔다.


나의 일-경험 타임라인 그리기 (예시)


특히 1시간 30분을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며 느낀 것은, 내 체력을 위해서라도 더 나은 직장으로 옮겨야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래서 버스로 20분 내외를 통학하거나, 집에서 10분 이내 걸어갈 수 있는 직장을 다녔지만 놀랍게도, 1시간 30분이 걸리는 그 먼 거리의 직장이 나에게는 가장 잘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① 돈, 거리, 일의 의미 중 무엇이 우선순위인가?


1시간 30분이 걸리는 직장 → 버스로 20분이 소요되는 직장 → 집에서 10분 이내에 걸어갈 수 있는 직장 → 그리고 다시 버스로 10분 이내의 직장까지…


여러 경로를 거쳐 일해보며 나는 시간이 지나서야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단순히 통학 거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나에게 훨씬 더 중요했던 것이다. 긴 통학 시간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던 일을 하며 밤새워 노력했던 경험은 성취감과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나에게 정말 ‘잘 맞는 일’과 ‘잘 맞는 직장’을 알기 위해선— 거리보다, 조건보다, 무엇보다 먼저 내 안의 열정을 향해 가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처럼 진짜 나에게 잘 맞는 일과 직장을 찾으려면,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 다양한 실험과 도전의 기회를 허락해야 한다.안주하고자 하는 마음을 없애고 컴포트존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② 비행기를 타면 낙원으로 갈 수 있을까?


하지만 모든 경험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가장 후회되는 경험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했던 도전의 도시 제주도였다.


처음에는 설렘이 가득했지만, 금세 엄마의 집밥, 고향의 냄새가 그리워졌다. 그림을 그려도 우울했고, 책을 써도 외로웠던 시기. 그 공간에서는 어떤 창작도, 어떤 일도 나를 위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1891년 테슬라 코일을 발명한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는 이렇게 말했다.

“마음은 은둔과 방해받지 않는 고독 속에서 더 날카롭고 예리해진다. 생각하기 위해 실험실이 클 필요는 없다. 창의성을 무너뜨리려는 외부의 영향을 피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런 영향이 없는 은둔의 공간에서 우리의 독창성은 번성한다. 혼자 있어라. 그것이 바로 발명의 비밀이며, 아이디어는 혼자 있을 때 탄생한다.” — 니콜라 테슬라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인 빈센트 반고흐 역시 고독한 삶을 살았다. 평생 2천 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지만,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한 외로운 예술가였다. 그는이렇게도 말했다.

“나는 종종 비참함 속에 깊이 잠겨 있지만 내 안에는 여전히 평온함과 순수한 조화, 음악이 있다.”
— 빈센트 반 고흐


③ 고독을 사랑하자


그렇다. 고독은 때로 창조의 공간이자, 우리 자신을 가장 진실하게 마주하는 실험실이 된다. 그렇다면 엄마의 집밥을 먹으며 지내는 지금, 나는 행복한가? 절대 아니다.


역시 인간의 마음이라는 건 참 복잡하고도 모순적이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에서, 정작 나는 또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을 품는다.


이 아이러니 속에서 나는 배운다. 공간이 행복을 주는 건 아니며, 고독이 곧 외로움은 아니라는 사실을. 때로는 도망치듯 떠났던 곳이 다시금 나를 푸른 외지로 내모는 또 다른 발명의 실험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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