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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욕심이었을까

브런치북 by_지니

by 생각창고 지니

① 아돌프 히틀러는 예술가? - 미래에서 온 실패

히틀러는 1925년 출간된 자서전 『나의 투쟁』에서 어린 시절 자신의 꿈이 전문적인 예술가였다고 회고한다. 1907년, 열여덟 살이던 그는 상속받은 돈을 들고 빈으로 떠났다. 그림을 공부하고, 미술가로서의 삶을 열기 위해서였다. 수년 동안 갈고닦은 솜씨로 미술 아카데미 입학시험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낙방. 이듬해인 1908년과 1909년에도 재도전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 (벤저민 하디, 『퓨처셀프』)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는 살면서 수많은 방황과 거절의 시기를 거친다. 나 역시 그림을 좋아했고, 한때 브런치 작가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난 왜 나는 그림으로 먹고살지 못했을까?” 자문해 본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그림은 늘 무언가 허전했다. 그 빈 곳은 바로 ‘글’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그림엔 글이 덧붙기 시작했고, 마침내 나는 깨달았다. 나에게 더 맞는 길은 ‘글’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글 속에는, 내가 겪은 삶의 굴곡과 더불어 점점 종교적인 색채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삶의 깊은 자리에서 솟아나는 물처럼, 어느 순간부터 글은 신앙과 닮아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림에서 글로,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위에 있다.




인간의 마음은 쉽게 흐트러진다. 과거에 발목이 잡히기도 하고, 현재의 시급하지만 본질적이지 않은 일들에 몰두하기도 한다. 때론, 과거의 경험과 경력을 마치 전부인 양 착각하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잃기도 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목표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는 대신, 눈앞의 일들에 휩쓸려버리는 것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과거에 품었던 ‘기획’에 대한 미련을완전히 내려놓지 못한 채, 명확히 설정한 세 가지 목표가 있음에도 여전히 미완의 꿈을 붙들고 발버둥 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쏟아야 할 체력은 점점 고갈되고, 타지로의 이동은 금전적 부담까지 동반하며 또 하나의 불상사가 되어 돌아오곤 한다.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욕심인지 가늠하는 일.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훈련인지도 모른다.



②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욕심인지 가늠하는 일


당시 히틀러의 심사위원들은 그의 그림에서 건축적인 성향을 발견했다고 한다. 회화적 감성보다는 선과 구조, 형식이 도드라졌던 것이다. 히틀러는 그 말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고, 결국 예술가의 길을 포기했다. 벤저민 하디는 “우리는 장애물을 만나서가 아니라, 덜 중요한 목표가 더 뚜렷하게 보여서 진정한 목표에서 벗어난다”라고 말했다. 인생의 경로가 조금만 달랐다면, 인류의 비극도 달라졌을까 하는 상상이 스친다. - (벤저민 하디, 『퓨처셀프』)


히틀러 그림 보기 : https://url.kr/5liql7 (위키미디어 커먼즈)


"예술은 나를 거부했지만, 나는 역사를 새로 썼다."라고 생각했을까? 그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고, 이후 벌어진 수많은 학살과 인종적 박해는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이었다. 그의 정치적 행보는 결국 파괴와 반인륜의 이름으로 기억되며, 그가 남긴 ‘업적’들은 인류사적 교훈과 윤리적 반성 없이는 언급될 수 없다.


그러나 좌절의 경험은 결국 다른 방식의 '자기 표현'과 '삶의목적'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좌절이 또 다른 삶의 출구가 될 수 있음을 다시금 일깨운다. 본질적인 목표를 좇는 일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간단히 말해, 미래의 내 모습을 명확히 조명해 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 미래에서부터 거슬러 올라와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추론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언제나 미래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시선으로 지금을 살아가야 한다. 실패는 그때 비로소 방향이 되고,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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