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by_지니
"자아를 형성한다는 것, 정체성을 갖는다는 것은 모든 종류의 서열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이미 알고 있음을 뜻한다.... 이런 기준에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비교할 기준점이 없다면,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 (크리스타 k, 토마슨, 『악마와 함께 춤을』)
나는 살아오면서 ‘무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해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무직’과 ‘백수’를 같은 선상에 놓고, 타인의 기준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내가 어느 날 권고 아닌 권고로 ‘무직’의 길에 들어섰을때, 처음 느낀 감정은 절망과 배신감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또한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내 삶의 루틴이었던 ‘회사’라는 요소가 빠지고 나자, 하루하루가 낯설게 다가왔다.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유튜브에서 ‘자기 계발’, ‘루틴’, ‘무기력 벗어나기’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여러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접하게 되었고, 이들 중 몇몇은 지금의 나에게 작지 않은 영감을 주었다. 아래에 소개할 채널들은 일종의 권고 사항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한 번쯤은 들여다볼 만하다.
누군가는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는 걸 시간 낭비라고 말할 수도 있다. 사실 나 역시 퇴사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왜 굳이 남의 루틴이나 일상을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신이 직접 만든 노션 템플릿을 아낌없이 공유하거나, 꾸준히 다듬어 온 루틴을 영상으로 찍어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의 삶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오히려 내 삶을 돌아보는 데 좋은 거울이 되어줄 순 있는 건 분명하다.
나는 유튜브를 통해 하루에 10,000걸음 걷기, 청소, 밥, 잠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사실상 가장 중요한 행복을 차지하는 요소임을 깨닫게 되었다. 매일하지 않았던 방 청소도 작은 단위로 쪼개어 '책상 주변'에서 '식탁'으로 그리고 '거실 청소'로 확대했다.
한국경제신문 모닝루틴 https://url.kr/zz1ys6
영어 공부가 절로 되는 동기부여 영상 www.youtube.com/@NOMATTER_INSPIRATION
예전에는 사람들과 나누기 어려웠던 경제 뉴스 한 꼭지 듣기가 지금은 내 하루를 여는 루틴이 되었다. 그중 한국 경제신문을 추천한다.
책과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많은 이들이 크고 반짝이는 성과를 내기까지는 대부분 긴 시행착오의 시간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쉼 역시 삶에서 필요한 요소임을 깨달았다.
(이전) 낮잠 자는 사람이 있어? 너무 게으른 거 아니야?
→ (현재) 낮잠 30분만 자고, 다음 일정을 진행해 보자.
또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을 보면서, 루틴을 철저하게 짜야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집 이웃이 갑자기 슈퍼카를 샀다고 해 보자. 처음에는 축하하면서도, 어쩌면 순간적으로 질투심이 올라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이 몇 년 동안 묵묵히 고생하며 모은 돈으로 슈퍼카를 산 것임을 안다면, 그 감정은 질투에서 진심 어린 응원으로 바뀔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진심으로 축하받을 수 있는 삶이란, 결국 고되고 치열하게 살아낸 흔적이 있는 삶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자, 나의 이 무직의 시간도 조금은 의미 있는 빌드업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