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by_지니
지난주, 버스 안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이었지만, 그날 따라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어둠이 꿈틀거렸다.
누군가를 향한 불쾌함, 세상에 대한 낙담, 혹은 내 존재 자체를 무의미하게 느끼는 피로감.
거짓 친밀함을 유발하는 음란한 감정을 통한 자기 혐오.
그런데 그 생각은 너무나도 날카롭게, 너무나도 빨리 어딘가로 나를 끌고 갔다.
마치 무언가 사악한 기운이 그 틈을 타서 나를 집어삼키려는 것처럼.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힘이 나를 붙들며 한 남자와 연결되었다.
그 사람과 무언가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는데, 어째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말이 길어지지도 않았고, 깊지도 않았는데
마치 내 영혼이 깊은 숨을 쉬는 것 같은 감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들려온 익숙하지 않은 소리들.
‘쯧, 쯧, 씁.’
내가 낸 것도, 그가 낸 것도 아니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그 소리.
깊은 어둠 속에서 등을 툭 치며 "거기 아니야."라고 알려주는 영적 손짓같았다.
그 소리는 10차례 반복하면서, 긴 시간동안 분명히 올바른 방향으로 내 생각을 되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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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한 만남이 있기 전 주, 나는 꿈을 꾸었다. 그건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처음엔 어두운 동굴이었다.
그 속에서 불을 피우고 있는 누군가. 아마 석가 시대쯤 되는 고대의 장면 같았다.
그리고 장면은 바뀌었다.
총성이 들리고, 탱크가 땅을 짓밟고, 연기가 자욱한 전쟁터.
그곳은 지금보다 조금 과거의 현대였고, 인간의 욕망과 파괴가 뒤섞인 땅이었다.
시대는 그렇게 네 번이나 바뀌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를 가로지르며
나는 ‘하나님의 나라’로 가는 통로를 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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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험들 후에야 나는 깨달았다.
마귀의 간계에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으라. _에베소서 6장 11절
사탄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 깊은 틈을 노린다. 대표적인 방식은 다섯 가지로 나타난다.
의심, 죄의 유혹, 정죄와 수치심, 혼란과 분열, 그리고 영적 무기력.
이 다섯은 일상 속에서 은밀하게,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칠게 파고들며, 인간을 하나님의 뜻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공자에게 “지지 않으려는 욕심, 자만, 원한, 욕망이 없다면 그것이 곧 ‘인’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과연 그런 마음을 갖춘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구나. 게다가 나는 아직도 ‘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_『초역 논어』
이 말은 인간의 본성과 도덕, 그리고 완전함에 대한 깊은 고백이다.
공자조차 ‘인’을 완전히 알지 못한다고 인정하며, 완벽함은 애초에 인간의 몫이 아님을 말한다.
그러니 신앙 안에서 사탄의 공격을 받는다고 해서 스스로를 정죄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그 공격을 분별하고, 다시 하나님 앞에 나아오는 일이다.
말은 때때로, 어떤 진실을 오히려 가둔다. 그래서 설명할 수 없는 일은 침묵으로 남겨두라 했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이 진동을 겪었을 누군가가 내 흔적 위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마도 하나님은 때로 그 목소리를 통해 나를 어둠에서 건져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