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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선 긋기와 나답게 연결되기

브런치북by_지니

by 생각창고 지니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사람들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고 커뮤니케이션이 어긋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말과 행동에 믿음이 실리지 않고 하찮아진다. 이런 상태에서는 모두가 자기 몸과 안위를 돌볼 뿐, 진정한 말을 입에 올리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가 나쁜 일을 저지르고, 누가 바른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게 된다. _『초역 논어』


나는 어떤 사회적 구조든, 경제적 구조든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억지로 끼어 맞춰지는 상태를 몹시 불편해한다.


조직은 각자가 어떤 역할로 이 자리에 임했는지를 분명히 하고, 공통된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비로소 의미 있게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서로에게 더 맞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보다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연대가 가능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는 일, 어울리지 않는 사람과의 연대에 대해선, 정중하지만 분명하게 거절할 것이다.




형벌이 정당성을 잃으면 백성은 자신이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되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진다. 또한 불안감에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모르고 헤매게 된다. 사회나 구조적으로 형벌이 어렵다면 스스로가 정당하다고 믿는 가치와 철학에 따라 스스로를 형벌해 볼 필요성이 존재한다. _『초역 논어』


또한 스스로 그 자리가 온당하지 않다고 여겨진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신속히 물러나 자신의 자리를 찾아 떠나야 한다.


자리를 잘못 차지한 채 머무르면, 그 개인만이 아니라 조직과 사회 전체가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말도 안 되는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하거나 권한이 남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사물마다 마땅히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주고,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바르고 정직한 말을 입에 올릴 줄 알아야 한다. 이때 군자는 말과 판단에 있어 한 치의 가감도 없이 온전히 그 의미를 실현해야 한다.


만약 그 자리에 선 사람이 스스로 온당치 못한 태도로 공동체를 이끌었다면, 그 책임은 끝까지 져야 한다.

부분의 희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차라리 모두가 함께 무너지는 편이 더 낫다.


그것이 전체를 기만하지 않는 마지막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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