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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작은 티와 큰 들보 사이

브런치북by_지니

by 생각창고 지니

정확히 말하면, 작년 10월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나에게 기대가 컸던 시기에, 크고 작은 일들이 연달아 터졌다.

그 사건들은 내 일과 건강,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모두 조용히 무너뜨려 놓았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사람을 더 이상 깊게 알아가는 일이 두려워졌다.


① 작은 티와 큰 들보 사이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목소리’로 사람을 빠르게 분류하고 거리를 두는 습관이 내 안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말투, 억양, 속도, 호흡. 그 사소한 차이에 의미를 얹고, 섬세함이라 착각하며 사람을 판단했다.


어느 날은 길가에서 불량해 보이는 커플을 보면서 ‘쟤네는 문제야.’ ‘답이 없겠군.’ ‘부모는 뭐 하는 거람.’

그렇게 마음속으로 속단하곤 했다.


'적어도 이렇게 살아야 무시당하지 않겠지.' 하며 괜한 마음에 그냥 돌아서거나, 다른 길로 돌아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화가 났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참고 절제하며 바르게 살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마음대로 사는 사람은 더 자유롭고, 더 사랑받고, 더 쉽게 가는 것 같을 때— 그때 느끼는 건 억울함, 서운함, 조급함, 외로움, 인정받지 못한 수고의 감정이었다.


② 예수님의 진짜 목적 : 판단이 아닌 회복


‘저 사람은 왜 저래?’,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하는 마음이 들 때, 예수님은 우리에게 먼저 이렇게 물으신다. “너는 지금, 너 자신을 얼마나 정직하게 보고 있느냐?”


마태복음 7장 3~5절 말씀은 타인을 판단하는 마음에 대한 경고와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하겠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

예수님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아주 작은 잘못에는 민감하면서도 정작 자신 안에 있는 더 큰 문제

쉽게 지나치는 모습을 단호하게 지적하셨다. 그것은 단순한 불균형이 아니라, 위선에 대한 경고다.


남을 고치려는 열심 속에 정작 자신의 연약함은 외면하고 있는 태도는 하나님의 눈앞에서는 진실하지 않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 전에 내 마음과 삶을 먼저 돌아보고 회개하는 것.


그것이 제자 된 자의 첫걸음이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정죄가 아니라, 정결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를 돌아보며 회복시키는 일이다.



"당신은 잘 살아오셨습니다."

"억지로 참고 절제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선을 택하고 싶어서 애쓴 삶이었습니다."

"주님, 나의 들보는 억울함(외로움)입니다. 이 들보를 보게 하시고, 사랑으로 덮게 하소서."

그 과정에서 쌓인 감정들을 정죄하지 말고, "그럴 수 있지." 하고 끌어안아주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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