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by_지니
한때 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자리에 있었지만, 끝내 그 자리를 내려놓았다. 회사의 기대, 팀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고,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은 나보다 더 능숙한 누군가일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나면 어딘가 후련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점점 손해를 보고 있다는 감각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도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 마음을 꺼내는 순간, 주변은 당황했다. 예상 밖의 입장 표명은 낯설게 다가왔고, 그것은 반항처럼, 때론 모난 돌처럼 보였다.
너무 늦게 목소리를 낸 내가 이상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저, ‘나는 경쟁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건 내가 예민했기 때문이었다.
예민한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 자신을 위한 일에는 쉽게 주저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한 일에는 놀라울 만큼 주체적으로, 단단하게 행동한다. 그들은 타인의 상황과 필요를 빠르게 감지하고, 마치 그것이 자신의 것인 양 품고 나선다. 배려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상대방을 독점하기도 한다.
정작 나 자신을 위한 선택 앞에서는 그 당당함과 추진력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 씁쓸한 이중성 속에 오래 머물지 않으려면, 희생과 헌신, 배려와 같은 고상하게 포장된 자기 상을 내려놓아야 한다.
_『예민함이라는 무기』, 롤프 젤린 지음
이처럼 예민한 성인일수록 자신들이 수고한 것에 대한 주목이나 공명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은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계속 자신의 주의를 외부로만 향하게 하여 계속적으로 에너지를 잃어버리고 큰 에너지 출혈을 경험한다. 장기적으로는 스스로를 약하게 만드는 셈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했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일하되, 스스로의 기준과 속도로 살아가기로 했다. 물론, 예민한 기질을 나만의 강점으로 바꾸기 위해, 요즘은 새로운 루틴을 하나씩 실천해보고 있다. 외부로부터 밀려드는 자극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 소화하고, 정화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차근차근 늘려볼까 한다.
루틴 체크 방식
1) 영점 호흡 : 모든 감각과 생각을 '0'의 상태로 되돌린다.
- 숨을 들이쉴 때, 머릿속의 생각을 흘려보낸다. 내쉬는 숨에 집중하며 '지금-여기'에 의식을 둔다.
2) 감정 정리 : 말없이 보내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내면과 대화한다.
- 하루 10분, 기기 없이 침묵 속에서 산책한다.
3) 몸 스트레칭 : 몸의 긴장을 풀고 예민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순환시키기 위한 실천이다.
- 아침 스트레칭 5분 실천
4) 창조적 휴식 : 감각과 상상을 위한 재충전 시간이 되도록 설계한다.
- 좋아하는 향초로 감각을 자극하기, 낮은 조도 아래에서 음악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