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by_지니
나비트(사회학 전공) "박사 논문을 쓰는 동안 친구는 모든 문제를 저와 상의했어요. 저는 늘 이야기를 들어주고, 더 좋은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주었지요. 친구에게 굉장히 동기 부여를 해주었어요.
논문이 나오자 친구가 논문 한 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갔더라고요. 저는 감사의 말을 읽어 보았어요. 하지만 실망을 금할 수 없었죠. 감사를 전하는 많은 이름 중에 제 이름이 빠져 있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 곰곰이 생각해 본 뒤 저는 제멋대로 도움을 제공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친구는 그런 도움을 원치 않았을지도 모르는데요. 저는 제 자신의 일보다 친구의 일에 더 신경을 썼던 거예요."
_ 『예민함이라는 무기』, 롤프 젤린
예민한 성향은 의사소통에서 분명한 강점이 될 수 있다. 상대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세심한 공감으로 관계의 결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면, ‘남의 일도 나의 일처럼’ 느껴지며 타인의 감정과 나 자신의 감정이 뒤섞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책 속의 나비트처럼 과하게 요구하거나, 반대로 과하게 주는 행위 모두가 균형을 잃게 한다. 따라서 관계 속 균형은 적절한 선을 인식하고 설정하는 일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감각 중 하나다.
이렇게 되면 자신만의 색깔을 잃고,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못한 채 쉽게 착취당하거나 조작당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아무것도 모른 채 파괴적인 심리 게임에 말려들 수도 있다.
상대에게 무엇을 주고자 한다면, 그것은 자발적으로 내가 주는 행위이다. 엄밀히 말하면 '나를 위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상대방에서 주는 것은 나 자신에게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대에게 추가적으로 계산서를 보내어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따라서 '명확한 경계선 설정'은 상대와 거리를 너무 많이 두게 되어 진정한 만남을 이어가지 못하거나 상대와의 거리를 좁혀두어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을 방지하게 한다.
방법 중에 하나는 영성을 계발하여 다른 사람과의 현실적인 더 편안해지고, 진정한 만남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로서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사람'으로 '더 순전하고', '더 우월한 사람'으로서 느낀다면 스스로를 유리시키기 위한 영성의 오용이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 자신처럼 상대를 잘 챙겨주는 예민한 파트너를 꿈꾼다.
하지만 이전의 관계에서 자신의 태도 문제를 깨닫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분명히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대에게 녹아들어 가 자신을 잃어버리는 파트너를 만날지도 모른다.
따라서 서로 '독립적인 인격체로 마주하는 짝'이 되어야 하며 공통점을 기본으로 하고, 차이점을 활력소로 삼아 유지해야 한다. 말 그대로 둘이 하나라는 환상을 깨고 기꺼이 포기할 줄 안다면 서로가 하나가 되는 선물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사회적 관계에서 예민한 사람들 앞에 던져진 과제는 늘 자기 자신으로 남고, 거리를 두고 경계를 지키는 것이다. 상대방과의 편안한 거리를 확보하는 가운데 섬세한 균형을 이루는 데 자신의 민감한 촉을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참고한 책,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294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