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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세계,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일 것이다.

누가 나한테 안 알려 줬냐

by 또대리



안녕하세요?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엄마입니다. 9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기는 한참 강아지처럼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네요. 아기가 잠깐 잠든 꿀맛 같은 낮잠시간을 틈타 글을 씁니다.

출산 후 빠진 머리카락들이 나고 있다



육아의 세계,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일 것이다.

여러분 지금 제 모습이 안보이시죠? 정말 다행이에요. 왜냐하면 제 모습을 보시면 분명 깜짝 놀라실 거기 때문이에요 제 모습을 살짝 말해보자면요. 오후 2시가 다돼가지만 일단 머리는 안 감았습니다. 당연히 세수는? 안 했죠. 아 오해하지 마세요. 다행히 아까 눈곱은 뗐습니다. 정말이지 씻을 틈이 없습니다.아기 엄마가 되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직장선배들을 보면요. 집에 있는 엄마는 좀 한가할 것 같았어요. 커피 한 잔 마시며 사랑하는 아이와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줄 알았어요. 이런 일상을 보낼 줄은 정말 몰랐지요. 9개월 아기 엄마는 보통 어떤 일상을 보낼까요?


<9개월 아기 엄마 오전 일상>

6:00 아이의 울음소리를 모닝콜 삼아 일어남. 배고픈 아기에게 후딱 분유를 타서 먹임.

7:00 안아달라는 아기를 안고 집안 구경시켜주기. 똥 치워주기.

8:00 아이가 어지럽힌 집안 치우기. 어차피 또 어지럽혀질 거니 대충 하기.

9:00 아기가 집안 탐색하는 거 따라다니기. 이상한 거 먹을 수 있기 때문.

10:00 아기 아침 맘마 먹이기. 먹고 난 뒤 목욕시키기.

11:00 아기 오전 낮잠 재우기. 재우고 나와 아기 깨지 않도록 조용히 아점 먹기.


여기까지 9개월 아기 엄마의 보통 일상이에요. 혹시 읽다가 눈치채셨나요? 엄마의 스케줄은 뭐 하나 엄마가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요. 엄마의 모든 일과는 아기의 상황에 따라 결정됩니다. 아기가 일어나면 엄마도 일어나고요. 아기가 자면 겨우 엄마는 같이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허겁지겁 밥을 먹어요. 몸 이곳저곳은 어찌나 쑤시는지요. 많은 엄마들이 손목과 허리 등에 이상증세가 생겨요. 출산과 육아로 제 주변 아기 엄마들도 성한 사람이 없더군요. 아기만 낳으면 몸이 돌아올 줄 알았었지요.


누가 말 안 해줬냐, 무수리가 된다는 것을!!

결혼할 때까지 몰랐어요. 심지어 임신을 할 때까지도 몰랐습니다. 아기 엄마의 삶은 곧 무수리의 삶이 된다는 것을요. 임신 만삭이 되었을 때 많이 들었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는데요. 아기는 낳고 나서가 시작이다’ 이 말은 진리였습니다. 아기 낳기 몇 달 전, 저희 형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였는데요.


나 : 형님, 출산하실 때 너무 아프셨죠? 무서워요 ㅠㅠ

형님 : 동서, 출산보다 육아가 훨씬 힘들어. 출산은 잠깐의 고통이지만 육아는.....


그때는 몰랐습니다. 형님의 말 뒤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어요. 출산의 고통보다 큰 것이 육아의 세계였던 거예요. 이렇게 엄마 무수리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심오한 세계입니다. 단지 아기를 뒤치다꺼리하는 거에서 끝나지 않죠. 심지어 엄마는 똥이 마려워도 참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의 똥은 소중합니다. 그러나 무수리에게 똥은 사치였습니다. 그 외에 출산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나의 출렁거리는 배는 덤이고요. 때로 아기가 다치기라도 하면요? 마치 다 엄마 탓인 듯 자책을 하게 됩니다. 아기 낳고 100일쯤, 신랑에게 울면서 말했죠.


“난 엄마 자격이 없나 봐..”


이런 삶을 누군가는 말해줬겠지만요. 그때는 내 일이 아니라 몰랐나 봐요. 엄마의 삶은 나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요. 길고 긴 내려놓음 끝에 얻어지는 것을요. 조리원에서 나올 때부터 엄마의 삶은 나에게 훅 와 닿았어요. 조리원에서 나가기 전날 새벽, 얼마나 뒤척였는지 모릅니다. 두렵고 또 두려웠어요. 우스갯소리로 한 1년 정도 조리원에서 아기를 같이 키우고 나가고 싶었어요. 일단 닥치니까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탯줄이 갓 떨어진 아기가 나에게 있고요.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했어요.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돈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뀐단 말이다.

아기를 낳으니 ‘돈’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어요. 그전까지는 돈을 벌고 모으는 이유가 나 스스로를 위한 것이었어요. 사실 벌고 모으는 것보다 쓰는 것에 관심이 더 많았지만요. 그러나 아기를 낳으니, 엄마에게 있어 돈은 아기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되었어요. 돈을 벌고 모으는 이유는 아기가 되었어요. 내 아이를 좀 더 잘 키우기 위해 돈을 모으고 벌게 되었어요.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생각도 강하지 않았는데요. 낳고 나니 내 아기를 키울 안전한 ‘내 집 마련’에 대한 생각도 강해지더라고요. 우리 가정의 경제에 좀 더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 가정의 경제에 대하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어린 아기를 키우는 데도 비용이 꽤 들어가요. 다만 아기가 어릴 때는 그럭저럭 살 만해요. 정부 보조금도 나오고요. 그렇게 비싼 육아용품만 사지 않는다면 아기 먹이고 입히는 것은 한 달 30만 원 전후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물론 집집마다 편차가 있을지라도요. 그러나 엄마가 되니 다가오지 않은 미래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생각보다 시간을 빨리 가더라고요. 언젠가는 내 아이도 유치원에 들어갈 테고 또 초등학교에 들어갈 테지요. 미래를 위한 걱정과 준비를 하게 되니 ‘부모’가 되었다는 실감이 하게 돼요. 어깨가 무거워지는 거죠. 나만 생각하면 되었는데 이제부터는 아기의 인생까지도 부모의 책임이니까요.





이렇게 육아의 세계는 엄마에게 상상 이상이에요. 엄마의 몸도 변하지만 마음 역시 달라지지요. 역설적인 점은요. 아기를 위해 아기를 위해서 열심히 살게 되더라고요. 더불어 서툴러도 내 아기를 위해서라면 어설픈 요리라도, 어설픈 재테크라도 하게 됩니다.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을 대신해 이렇게 말해 봅니다.


“누가 나한테 알 알려 줬냐, 육아란 이런 거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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