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의 세계
"새댁, 이런 거 밖에 내 놓으면 안되지~"
옆 집 할아버지의 말씀이었다.
갓 백일이 넘긴 둘째와 잠깐
복도에 바람을 쐬러 나온 참이었다.
할아버지는 내게 스티로폼 상자를 내밀었다.
그걸 내가 복도에 내다 버린 줄 아신 것이다.
"이런 게 복도에 굴러다니면 잠을 못 잔다고"
"저희 집에서 내 놓은 건가요?"
"새댁네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네 죄송합니다."
일단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사실 우리집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대뜸 사과부터 드린 것은
내 입에 어느순간 죄송하다는 말이 붙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 생긴 변화이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사과할 일이 많아졌다.
작게는 우리 아이가 실내에서 음식을 흘리는 것부터
고생하시는 어린이집에 선생님에게까지
온통 사과할 일 투성이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사회적 약자가 된 기분이 든다.
예를 들어, 유모차가 들어가지 않는 곳은 나도 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어디 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꼭 확인한다.
며칠 전 코감기에 걸렸을 때,
나는 이비인후과를 가지 못했다.
그 곳은 유모차로 갈 수 없는 2층 계단에 위치했다.
엄마껌딱지 둘째를 데리고 가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이들 소아과에 진료를 보러갔다.
두 다리가 있지만 자유롭게 갈 수는 없다.
결혼 5년차 아이 둘 엄마가 되고 부터는
고개 숙일 일들이 많아졌다.
정말 약해서라기보다는 나보다 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결혼 5년차 아이 둘 아줌마가 되고 가장 달라진 것
엄마는 고개가 숙여지고 죄송하다는 말을 술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