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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대리 Nov 29. 2022

결혼 5년차 아이 둘 아줌마가 되고 가장 달라진 것

아줌마의 세계

"새댁, 이런 거 밖에 내 놓으면 안되지~"

옆 집 할아버지의 말씀이었다.


갓 백일이 넘긴 둘째와 잠깐

복도에 바람을 쐬러 나온 참이었다.

할아버지는 내게 스티로폼 상자를 내밀었다.

그걸 내가 복도에 내다 버린 줄 아신 것이다.


"이런 게 복도에 굴러다니면 잠을 못 잔다고"

"저희 집에서 내 놓은 건가요?"

"새댁네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네 죄송합니다."


일단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사실 우리집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대뜸 사과부터 드린 것은

내 입에 어느순간 죄송하다는 말이 붙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 생긴 변화이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사과할 일이 많아졌다.

작게는 우리 아이가 실내에서 음식을 흘리는 것부터

고생하시는 어린이집에 선생님에게까지

온통 사과할 일 투성이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사회적 약자가 된 기분이 든다.

예를 들어, 유모차가 들어가지 않는 곳은 나도 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어디 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꼭 확인한다.


며칠 전 코감기에 걸렸을 때,

나는 이비인후과를 가지 못했다.

그 곳은 유모차로 갈 수 없는 2층 계단에 위치했다.

엄마껌딱지 둘째를 데리고 가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이들 소아과에 진료를 보러갔다.

두 다리가 있지만 자유롭게 갈 수는 없다.


결혼 5년차 아이 둘 엄마가 되고 부터는

고개 숙일 일들이 많아졌다.

정말 약해서라기보다는 나보다 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결혼 5년차 아이 둘 아줌마가 되고 가장 달라진 것
엄마는 고개가 숙여지고 죄송하다는 말을 술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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