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전자

Like father, like son

by 선샤인

루하가 태어나던 날, 예전에 엄마가 들려줬던 나의 신생아 시절 이야기가 생각났다:


신생아실에 있는 나를 유리 너머로 보고 있었는데 주위 모든 아기들은 눈을 감고 자고 있는 반면 나 혼자 눈을 부릅뜨고 난 누구인가 여기가 어딘가 열심히 눈을 굴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 장면이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다.


왜 그 이야기가 생각났냐면, 루하가 거의 태어나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력도 없으면서) 상하좌우를 열심히 살폈기 때문이다. 아니 신생아가 어떻게 눈을 저렇게 뜨지? 하는 물음과 유전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동시에 왔다. 와이프가 나를 종종 호천(호기심 천국)이라 부르는데 이 호천이 유전자가 유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내가 어릴 때 아랫입술을 깨무는 버릇이 있었는데 루하가 태어나자마자 아랫입술을 습관적으로 무는 것을 보며 살짝 소름 돋았다. 정말 별 게 다 유전되는구나.


곤히 잠든 루하 얼굴에 내 얼굴이 보이고, 열심히 젖을 먹을 때는 아내 얼굴이 보인다. 눈썹 위로는 완전 아내 판박이인데 눈썹 밑으로는 나의 기본 구성과 거의 일치한다. 아직 살이 없어서 더 그래 보이지만 길쭉길쭉한 팔다리는 처갓집 유전자를 받은 것 같다. 신생아 치고 무던한 기질은 내 유전자인 것 같고. 나중에 말도 하고 구체적인 행동들이 더 나오면 얼마나 신기할까. 다음 아기의 얼굴이 궁금해서 아이를 갖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젠 왜 그런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루하가 자라나면서 보고 자랄 나의 모습 아닐까. 나의 모든 매일의 행동 하나하나가 루하에 의해 관찰되고 학습될 텐데, 나는 어떤 아빠의 모습을 루하에게 남겨주게 될까. 누군가의 살아갈 본이 된다는 건 참 감격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러운 일인 것 같다.


루하야, 아빠가 잘 살도록 노력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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