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이것까지만
루하 D+48
효자 루하는 밤잠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벽 수유를 스킵할 정도의 통잠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새벽잠을 푹 잘 수는 없다. 아내는 아내대로 새벽부터 저녁까지 아기와 씨름해야 하고, 나는 나대로 직장생활과 저녁 육아를 감당해야 한다. 이렇게 쉼표 없이 한 달 반을 달려오다 보니 많이 지치지만 잠깐 짬이 나는 시간엔 어김없이 루하 사진이랑 동영상을 보며 힘을 얻는다.
하지만 아기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힘을 얻는 건 한계가 있고 물리적인 쉼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는 형은 이기적으로 느껴질지라도 나의 쉬는 시간을 확실히 챙기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쉼이 없이 달리다 보면 언젠간 육체적인 방전과 감정의 폭발을 경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리 있는 말이고, 직접 경험해보니 맞는 말이다. 육아라는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내 체력의 마지노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나도 힘든 만큼 육아 파트너인 아내도 힘들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힘들다 보면 그 사실을 잊을 수도 있겠지만 난 아직까진 나보다 아내가 더 걱정이 된다. 나는 직장에 나가 육아로부터 전환이 있지만 (물론 직장도 고되지만) 아내는 말도 통하지 않은 아기와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못내 마음이 쓰인다. 문제(?)는 아내 입장에서는 내가 더 걱정된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로가 체력이 조금이라도 더 있을 때 상대방이 할 법한 일들을 먼저 찾아서 하게 된다. 젖병을 씻고 소독한다던지, 빨래를 돌린다던지, 설거지를 한다던지, 루하 수유 텀을 한 번 더 맡는다던지 등등. 작은 일인 것 같지만 이 찰나의 배려가 쌓이다 보면 상대방이 회복할 시간이 생기게 된다. 서로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은 물론이고 육아를 함께 감당한다는 동지애도 생긴다.
아마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이었다면 정말 힘들었겠지만 서로가 함께 희생을 할 때 육아라는 힘들지만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게 되는 것 같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풍성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실험만 잘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