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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Mar 07. 2021

찰나의 배려가 살린다

힘들어도 이것까지만

루하 D+48


효자 루하는 밤잠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벽 수유를 스킵할 정도의 통잠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새벽잠을 푹 잘 수는 없다. 아내는 아내대로 새벽부터 저녁까지 아기와 씨름해야 하고, 나는 나대로 직장생활과 저녁 육아를 감당해야 한다. 이렇게 쉼표 없이 한 달 반을 달려오다 보니 많이 지치지만 잠깐 짬이 나는 시간엔 어김없이 루하 사진이랑 동영상을 보며 힘을 얻는다.


하지만 아기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힘을 얻는  한계가 있고 물리적인 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는 형은 이기적으로 느껴질지라도 나의 쉬는 시간을 확실히 챙기라는 조언을  주었다. 쉼이 없이 달리다 보면 언젠간 육체적인 방전과 감정의 폭발을 경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리 있는 말이고, 직접 경험해보니 맞는 말이다. 육아라는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체력의 마지노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같다.


하지만 나도 힘든 만큼 육아 파트너인 아내도 힘들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힘들다 보면 그 사실을 잊을 수도 있겠지만 난 아직까진 나보다 아내가 더 걱정이 된다. 나는 직장에 나가 육아로부터 전환이 있지만 (물론 직장도 고되지만) 아내는 말도 통하지 않은 아기와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못내 마음이 쓰인다. 문제(?)는 아내 입장에서는 내가 더 걱정된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로가 체력이 조금이라도 더 있을 때 상대방이 할 법한 일들을 먼저 찾아서 하게 된다. 젖병을 씻고 소독한다던지, 빨래를 돌린다던지, 설거지를 한다던지, 루하 수유 텀을 한 번 더 맡는다던지 등등. 작은 일인 것 같지만 이 찰나의 배려가 쌓이다 보면 상대방이 회복할 시간이 생기게 된다. 서로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은 물론이고 육아를 함께 감당한다는 동지애도 생긴다.


아마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이었다면 정말 힘들었겠지만 서로가 함께 희생을 할 때 육아라는 힘들지만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게 되는 것 같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풍성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실험만 잘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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