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존재
루하 D+272
루하는 무럭무럭 커서 벌써 9개월 아기가 되었다. 그 사이에 귀여운 아랫니 두 개도 나고, 술 취한 듯한 옹알이도 하고, 혼자 잘 앉아있고 기기도 한다. 밤잠도 많이 늘어서 최소 11시간은 쭉 자주는 효자다. 베이비 카메라로 곤히 잠든 루하의 모습을 보면 뭉클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부모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기다. 'Helpless' 라는 표현이 딱 맞다. 종종 밤에 잠이 들었더라도 한두 시간 후에 속이 더부룩해 잠이 깨면 매우 서럽게 운다. 완전히 깬 상태가 아니라 반쯤 깬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훌쩍거리면서 우는데 참 짠하면서도 귀엽다. 얼른 달려가 일으켜 안고 토닥이다 보면 작게 끄윽 트림하고 다시 만족스럽게 잠이 드는 루하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든다. 트림하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세상이 떠나가라 우는 이 작은 생명체는 부모의 사랑과 보호를 양분으로 커가나 싶다.
앉아서 잘 놀다가 뒤로 넘어졌는데 장애물에 걸렸을 때, 목 튜브 끼고 신나게 수영하다가 코로 물먹었을 때, 엄마가 예상치 못하게 사라졌을 때 그렇게 눈물 콧물 서럽게 울 수가 없다. 그래, 어른 같으면 아무렇지 않은 상황들이라도 아기에게는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인식될 테니. 게다가 아기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이니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가 '기쁨이'이지만 곧이어 등장하는 캐릭터가 '슬픔이'이다. 루하를 낳아 기르다 보니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아기의 유일한 의사표현이 웃음 혹은 울음이기 때문이다. 방긋방긋, 때로는 까르르 웃는 루하의 웃음은 정말 세상 모든 근심을 잊게 만드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이다. 반대로 눈물을 흘리며 흐느껴 우는 루하를 안아 달랠 때면 '애끊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게 된다. '창자가 끊어지는 슬픔'이라는 뜻의 이 단어를 부모가 되어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이렇게 하루하루 아기와 더 정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