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겨우 쓴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야 Apr 07. 2019

"협동조합 하지마세요."

[어쩌다청협](2) 이제는 말해도 되겠지?

제주청년협동조합 경험은 울고 웃는 일이 많았다. 새로운 조합원들이 가입하고, 기존 조합원이 탈퇴했다. 조합 내부에서 갈등들이 생겼다, 그걸 해소하고 아직 풀리지 못 한 것도 있다. 치열한 회의는 정점을 찍었다. 그 외에도 내부행사에 조합원들의 참여도로. 사업 진행과정에서도. 청협을 대표해 나간 대외적 활동에서도. 그렇게 울기도, 웃기도 하면서 2년이 지났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될 이야기들이 쌓여나갔다.


청협 이사장으로서 가장 좋으면서 화나고, 힘들면서 힘이 나는 것은 조합원들이다. 몇몇 조합원들은 별다른 홍보나 가입절차가 없는데도 조합을 찾아 가입했다. 어떤 분은 조합원이 되진 않았지만 무턱대고 전화 와서 이사로 선임요청을 했다. 그리고 17년 이전부터 같이 했던 일부 조합원들이 탈퇴 의사를 밝힐 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들과의 관계는 청협을 떠나서도 좋은 관계이지만,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는 말이 와 닿았다.      


정규 조합원 외에도 몇몇 분들은 명예, 예비조합원으로 청협에 함께 한다. 명예조합원은 너무나 고맙고 죄송스럽다. 아무런 이익이 없이 청협을 후원해주시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에게 나는 거리낌없이 명예조합원 신청서를 제시했다. 좋은 말들을 갖다 부쳤지만, 결국 ‘돈 주세요’라는 말이다. 청협의 회비 수익 중 절반을 챙겨주시는 정말 감사한 분들이다. 예비조합원 분들도 많이 거쳐갔다. 많을 때는 약 20여명 정도까지 있었다. 어쩌다 예비조합원을 신청하신 분들도 있고, 진짜로 관심 있으신 분들, 발을 거치시는 분들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실은 직접 뵙지도 못 한 분들도 많다. 다른 일에 치어 예비조합원은 후순위가 되었다. 예비조합원 분들에게는 항상 죄책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정규조합원이 되신 몇몇 분들로 새로운 활력을 찾기도 했다.     


다양한 조합원로 구성 된 제주청년협동조합이었다. 누군가 ‘청협은 어떤 청년들이 모여 있나요?’, ‘청협은 왜 모였어요?’라는 질문에 무언가 하나로 설명할 수가 없다. 나조차도 이해 못하는 조합원들이 많다. 추구하는 가치관, 가입 목적 등이 너무나 달랐다. 조합원들이 다 함께 회의하는 총회 자리는 5시간 안에 끝나면 다행이다. 총회를 참석했던 한 명예 조합원은 ‘너네 정말 지긋하게 회의 한다.’고 밝혔다. 당시 웃으면서 ‘당연히 이렇게 해야죠.’라고 말했지만 나 역시도 청협의 회의는 지긋지긋 했다.      


청협의 이사나 실무진들은 농담으로 ‘청협은 회의주의자’라고 표현한다. 2년 동안 많은 저녁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적이 많다. 대부분 회의 때문이었다. 그런 나에게 ‘무슨 회의를 그렇게 많이 하세요.’ 거짓말 같지만 정말 회의 때문에 일어난다. 청협의 회의는 다들 각자의 일이 있어 주로 저녁에 한다. 정말 치열한 회의를 많이 한다. 총회는 주요 의사결정임에도 5시간은 예상해야 한다. 이사회는 매월 1회하는데 저녁 7시에 시작해 12시에 끝나면 ‘이 정도면’이라고 말하며 집으로 향한다. 여기에다 실무진 회의, 각종 사업 TF 회의도 이어진다. 청협 관련 대외 회의까지 이어지면 10건 이상은 되었던 것 같다. 한 번은 회의 준비를 다 해놓고 시작할 즈음 회의로 오는 부담감에 머리가 아파 도망(?) 간적도 있다. 집에 가는데 두통이 사라진 것을 보면 ‘회의’ 울렁증이었나 싶을 정도다. 곧 있을 청협 이사회 뒤풀이에서도 무언가 회의를 할까 무섭다.      


그렇게 지치면서 왜 계속 회의를 할까? 회의 중간에는 의견이 달라 언성이 높아져 분위기가 가라앉는 일도 허다했다. 사업 계획 준비 중 한 프로그램을 넣을까 말까로 얼굴을 붉히며 토론도 했다. 사업 요청이 왔을 때 다양한 조건를 고려해야 함에도 한 가지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아 여러 차례 회의를 할 때도 있었다. 회의 진행을 하다 실수로 인해 ‘정신 차리세요.’라는 말도 몇 번 들었다. 개인적인 실수로 임시 이사회를 열기도 했다. 이러니 나도 모르게 회의 시간이 다가오면 지끈거린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조금이라도 나은 결정을 위한 회의를 계속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최선을 찾았을까? 최악을 피할 수 있다면 그것만이라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최선의 결정은 조합원의 구성이 워낙 다양하기에 있을 수 없다. 청협 내의 갈등은 표출되지 않고 쌓여 있었다. 조합의 존재 이유, 이사장으로써의 자격에다가 심지어는 외부의 갈등이 내부로 들어오기도 했다. 그리고 청협 안에서도 소수자는 생겼다. 어쩌면 그들 스스로가 청협과의 관계를 그 정도로 정리했을 수도 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일부 조합원들은 짧게는 2~3개월의 한 번, 길게는 1년에 한 번 정도 조합 행사에 참여했다. 조합행사에서 한 번도 못 본 조합원도 있다.      


협동조합 사례 강연에서 나오는 말 중 하나가 “협동조합 하지마세요.”이다. 공감된다. 행정적으로 힘든 점도 많지만 조합원의 욕구와 참여를 이루는 것이 어렵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욕구와 참여를 기반으로 설립되고 성장한다. 2년간 조합원의 참여 방식을 고민했다. 매월 조합원의 날을 하고, 워크숍, 번개 등을 해도 안 오는 사람은 정말 안 온다. 그럴 수도 있다고 위로하면서도 항상 힘들었다. 가끔은 ‘이럴거면 왜 가입한거야!’라고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삼켰다. 그러다가도 참여한 조합원들은 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의견도 내면서 청협을 좋아한다. 그러면 또 마음이 풀려 더 열심히 하게 된다. “협동조합 하지마세요.”, 아마도 시작하면 그 매력에 빠져 힘든 길을 걷기에 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닐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