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청협] 1. 2017년 2월의 초심
2016년 12월, 나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청협 이사장으로서의 출마와 당시 내가 일하고 있던 회사의 서울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 회사는 나에게 정말 많은 기회를 준 회사이다. 너무나 고마운 회사였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많은 분들을 찾아가 상담도 받았다. 심지어 고민의 스트레스로 많이 아프기까지 했다.
나는 청협이란공동체가 제주 청년들의 디딤돌이자 허브가 되길 바란다. 15년부터 청협을 통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과 많은 작당들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조금 더 명확해졌다.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 그에 따른 일들과 협업을 했다. 제주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역할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함께 할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 나의 고민에 대해 같이 해답을 찾아주거나 기회를 제공해주는 일들이 많아졌다. 이런 청협이 지속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고민 끝에 청협 이사장 출마를 선택했다.
결정이 되니 청협의 이사장이 될 경우 하고 싶은 일들이 머릿속에 하나둘씩 쌓였다. 청협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는 재정 여건 개선, 조직 체계 정비였다. 그리고 이런 맥락을 조합원들과 함께 만들어갈 방안이었다. 생각의 시간이 흐르면서 정기총회가 다가왔고, 다행히 이사장으로 선출되었다. 당시 정기총회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사협 전환에 대한 공론화, 조합원 회비, 공간 이동 등에 대해 승인을 받았다. 사협 전환, 조합 회비의 경우에는 내가 총준위에 제안을 드린 내용이다.
이사장으로 선출되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조합원 명부 정비였다. 하나의 공동체 다운 모습을 갖추자. ‘느슨한 연결고리’, ‘커뮤니티’ 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청년협동조합은 상대적으로 조금 더 조직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입을 위해 출자금을 내는 조합원이 있었고, 2017년부터는 월 회비를 내기로 했다. 그에 맞추어 공동의 목적을 만들어야 했고, 그 목적을 통해 조합원들이 실익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조합원이 누구인지 제대로 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제주청년협동조합의 목적을 만들 수 있으니깐.
이어서 해야 할 일은 조직체계이다. 2017년 이전의 청협은 의결구조가 하나였다. 이사회(2015년), 운영위원회(2016년)이었다. 총회도 형식만 갖추고 간략히 진행되었다. 이 의결구조는 논의와 실무가 병행되면 상당히 좋은 구조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가 각 자의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논의를 통해 실무가 나누어지기 힘들었다. 논의에도 책임성은 부족했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수가 참여하기 때문에 일정 맞추기도 힘들고, 매번 모두가 참여할 수도 없었다. 다만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2017년 정기총회에서 반상근이지만 인건비를 책정하였기에 이사회-실무진(당시 사무처)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 이사회를 하겠다고 선출과 동시에 밝혔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청협의 재정이었다. 돈이 없었다. 수익사업도 없었다. 그 동안 어떻게 운영 됐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나마 이사장이 되는 시점에 조합회비를 거두기로 했던 것이 앞으로의 재정여건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정도였다. 어찌 되었든 조합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했다. 17년 이전에도 청협에 많은 제안들이 들어왔는데 대부분이 수입이 되는 것은 없었다. 총회에서 결정된 반상근 임금도 1년을 버틸 수 있을까? 새롭게 마련되는 공간은 유지할 수 있을까? 앞이 깜깜했다.
시급한 일들만 정리해도 부담이 밀려왔다. “내가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괜히 했나?” 등의 생각들이 떠올랐다. 어느 것부터 해야 할지도 몰랐다. 결국 나도 처음이었다. 부담감은 날로 더해져 갔고, 나부터가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이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봤는지 낙일선생은 부담을 덜어내라는 조언을 해줬다. 부담감에 몸도 마음도 경직된 모습을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많은 일들이 눈앞에 있으니 그럴 수밖에. 마음을 바꾸었다. “2년 동안 자리라도 지키면 되겠지.” “뭐라도 해보면 되겠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없던 조합이니 뭐라도 하면 지금보다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뭐라도 나아졌을까? 어쨌든 2년의 임기는 채웠다. 2년 전의 모습과 변화는 있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조합원들이 판단하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많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무언가 해나갈 조합이기에 지금의 모습만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냥 제주청년협동조합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제주의 공동체이고, 이제는 우리 힘으로 공간정도는 유지할 수 있으며, 밖에서 볼 수 없는 정말 다양한 논의들이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것으로 2년 전의 초심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