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이야기 2
신혼여행지는 스페인이었다.
결혼 전 유럽여행을 몇 차례 했었지만 스페인은 처음이었고, 남편과 단 둘이 떠나는 첫 번째 해외여행이자 신혼여행이니 마음은 설렘으로 몽실거렸다.
하지만 한 켠에는 여전히 조이의 안부가 걱정되었고, 지금은 괜찮은지 병원에서는 뭐라고 한건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여행 중간 중간 나는 카카오톡으로 엄마와 동생에게 조이의 상태에 대해 물었는데, 웬일인지 시원하게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 구체적인 설명 없이 그냥 괜찮으니 여행에 집중하고 재미있게 놀다 오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내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도 보내주지 않았고, 심지어 동생은 핸드폰이 고장나서 사진을 보내줄 수 없다는(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뻔한 거짓말이었다) 변명을 하며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느낌이 쎄했다.
하지만 나는 신혼여행을 온 몸!
조이 잘 있겠지~ 한국가서 보면 되지~ 생각하며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게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여행 막바지인 바르셀로나에서, 남편과 나는 크게 다투고 말았다.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지금은 잘 생각나지도 않는다.
여행지가 계속 바뀌며 짐을 풀었다 다시 싸는 일이 반복되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몸이 지친 상태에서 뭔가 상대의 마음에 들지 않는 태도가 계기가 되어 다툼이 시작된 것 같다.
아울렛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따로 앉았고, 설움이 복받친 데 더해서 갑자기 조이 생각도 나는 바람에 결국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 때 처음으로 조이가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집으로 달려가 조이를 보고 싶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그제서야 동생은 조이의 소식을 제대로 전해주었다.
여행을 망칠 수도 있어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며...
내 결혼식 날 조이를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그 병원에서는 밤 사이 이런저런 검사를 해 보더니 조이의 신장이 많이 망가졌고 상태가 매우 안 좋다고 더 큰 병원으로 데려가라 했다고 한다. 거의 죽은 것처럼 의식이 없이 축 쳐져 있는 조이를 데리고 신장투석이 가능한 큰 병원으로 갔고, 거기에서도 며칠동안 수액을 달고 처치를 했는데 스스로 소변을 보지 못 하면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지만 가까스로 조이가 소변을 봐서 투석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병원 수의사들도 우려를 했는데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살려만 달라'는 동생의 부탁에 조이는 무려 투석을 9번이나 하고서는 살아났다고 했다(아빠에게는 아직까지도 비밀이지만 엄마와 나, 동생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한 조이의 병원비는 웬만한 중형차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여서 우리도 적잖게 놀라기는 하였다).
역시나...조이가 괜찮은 것이 아니었다.
사진을 끝끝내 보내주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우리는 집으로 가서 짐을 풀자마자 곧장 조이가 있는 병원으로 가서 면회를 했다.
살이 많이 빠진 조이는 목에 붕대를 똘똘 감고서 간호사님 품에 안겨 나왔다. 털이 잔뜩 자라서는 한 눈에 봐도 힘들어보이는 표정의 조이를 보자 눈물이 났다.
조이를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자 힘겹게 몇 발자국을 떼며 느릿느릿 걸었다. 동생은 이렇게 조이가 살아나서 걷는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했다. 마음의 준비까지 했다고...ㅠ
왜 이렇게 아프게 됐을까. 뭘 잘못 먹은걸까(아직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우리는 무언가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었다고 짐작하고 있다)?
하필 내 결혼식 날에 조이가 혼자 오랫동안 아파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 미안했다. 그 전에 여러 차례 조짐이 있었는데...잘 살펴보지 못해서 이렇게 더 크게 아프게 된 것 같아 후회도 되었다.
그래도 이렇게 힘을 내주고 살아줘서 조이에게 정말 고마웠다.
만약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나는 너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조이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회복을 했고 퇴원하여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한 번 망가진 신장은 회복할 수가 없어서 조이는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크레아틴 수치와 번 수치 등 신장이나 그 밖에 다른 장기들의 상태를 체크해야 하고 유산균과 신장약도 하루에 2번씩 계속 먹어야 한다.
그리고 단백질을 먹으면 신장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소고기나 닭고기 등 단백질 음식은 먹을 수 없고 신부전증 강아지를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사료를 먹어야 한다.
처음에는 특수사료를 먹으려 하지도 않아서 애를 먹었는데(우리가 맡아도 맛이 없을 것 같은 냄새다ㅠ) 조이가 좋아하는 고구마나 양배추 같은 채소를 조금씩 섞어서 주면 곧잘 먹었다. 그리고 이제는 특수사료에도 익숙해 졌는지 배가 고프면 사료만 잘 먹기도 한다.
약 먹이는 것도 처음에는 힘들고 조이도 힘들어하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밥 먹고 난 후 "약"만 외쳐도 약 먹는 줄 알고 기다린다.
짠하면서도 참 기특한 조이.
벌써 아픈지도 2년이 훌쩍 넘었다. 조이는 안정적인 수치로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검사비와 약값도 무시할 수 없는 액수지만 조이만 우리 곁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준다면야! 하나도 아깝지 않지.
그 사이 조이는 동생도 둘이나 생겼다.
강아지 동생과 사람 동생 ㅎㅎ
조이가 너무 혼자 외로울까봐 동생이 데려온 아이는 조이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귀엽다. 애교쟁이 몰리.
처음에는 데면데면하더니 이젠 둘이 껌딱지처럼 딱 붙어서 잘 지낸다.
내가 임신했을 때에는 외롭던 날들 중에 조이와 몰리가 나의 기쁨조가 되어 주었다.
꿀댕이가 태어난 후에 동생이 직장때문에 멀리 이사를 가는 바람에 조이와 몰리를 예전처럼 많이는 볼 수 없지만(랜선이모마냥 인스타그램으로 매일 확인을...) 그래도 한 번씩 주말에 만나면 여전히 나에게 만져달라고 내 손을 탁탁 치는 조이.
더 이상 아픈 일 없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