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이야기 1
오늘은 조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내 프로필 사진에 있는 아이.
미안하면서도 기특하고, 안타까우면서도 듬직한 그런 존재.
조이는 내가 지금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결혼하기 전 동생과 함께 살 때 같이 키웠다.
지금은 동생이 키우고 있고 한 번씩 우리집에 동생이 데리고 놀러오거나 내가 동생 집으로 놀러갈 때 조이를 본다.
조이는 우리가 처음 키운 강아지다.
그 전에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마음만 있었지 실제 키울 엄두는 못내었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쉬운 결정도 아니었고, 부모님께서도 너희는 이뻐만 할 거고 결국 똥 치우고 관리하는 건 본인들 몫이 될거라며 극구 반대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동생과 내가 단 둘이 살게 된 어느 날, 동생이 몇날 며칠을 열심히 눈이 빠지도록 컴퓨터를 보더니 오늘이 날이라며 내 손을 잡아 끌었다. 그렇게 우리는 의정부에 있는 어느 한 가정집으로 가게 되었다.
처음부터 입양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우리는 그냥 어떻게 생겼나, 사진에서 보던 아이가 실제로는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구경을 갔던 거였다(지금 생각해보면 동생은 애초에 입양을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좁은 집에 강아지 여러 마리가 있었다. 엄마로 보이는 조금 큰 강아지 한 마리와 새끼 강아지 네마리. 새끼 다섯마리 중 한 마리는 입양을 갔고, 남은 네 마리 중 크림색과 흰 색이 섞인 독특한 털 색깔의 강아지는 본인들이 키울 거라 했다. 우리는 나머지 세 마리를 요기조기 뜯어 보면서 꼬물꼬물 행동도 지켜보면서 한 마리씩 안아보고 쓰다듬어도 주었다. 세 마리 중 몸집이 제일 크고 낯을 가리던 아이에게 눈길이 갔다. 뭔가 운명적인 만남처럼, 동생과 나는 바로 입양을 결정했고 2016년 2월 즈음 그렇게 조이는 우리와 함께하게 되었다.
내가 취업을 준비하던 때여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조이랑 나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내가 부엌 아일랜드에 앉아 노트북을 하고 있으면 조이는 내 발 밑에 쭈그려 자곤 했다. 조이는 똑똑해서 배변도 곧잘 가렸고 '산책'이나 '장난감' 등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알아듣고 바로바로 반응했다. 너무 신기했다. 각종 개에 관한 자료와 강형욱님의 영상 등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무지했던 우리가 점점 강아지에 대해 알아갔다. 그래도 우리는 생명을 다루는 게 두렵고 익숙하지 않아서, 조이가 평소와 다르게 조금이라도 힘이 없거나 옷 장 안으로 숨어버리거나 쓰레기통을 다 뒤져서 엉망을 만들어 놓거나(뭐 이상한 거 먹지는 않았는지 걱정) 눈물이 나거나 토를 한다거나 하는 날에는 무조건 근처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서 조이의 건강을 살폈다. 나중에는 동물병원 원장님이랑 친해져서 우리가 모두 외출해야 할 때면 조이를 무료로 봐 주시기도 했다.
우리가 적절한 사료의 양을 잘 몰랐던 것인지 조이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컸다. 분명 조이의 엄마였던 그 강아지는 5kg정도 될까말까 한 사이즈였던 것 같은데, 조이는 1년만에 8kg를 넘는 중형견으로 성장해 있었다.
푸들답게 조이는 긴 다리와 날렵한 몸매를 자랑했다.
어려서부터 밖에 자주 데리고 나가고 산책을 많이 했던 덕분인지 조이는 소리에 별로 민감하지도 않았고 잘 짖지도 않았다. 순했다. 나는 대부분의 강아지들이 조이같이 착한 줄 았았는데 요즘 강아지 관련 방송들이 많아 한 번 씩 보고 있으면 조이같이 착한 강아지를 만난 우리는 참 복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조이와 함께 한 시간이 2년 쯤 지났을 무렵, 나는 결혼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같이 살던 여동생도 일하랴 연애하랴 바쁜 시기였다. 우리는 집을 비우는 시간이 잦았고 조이에게 신경을 많이 써 주지 못했다.
결혼을 한달 쯤 앞둔 3월 어느 날이었나. 퇴근하고 와서 문을 여는데, 보통 때 같으면 문 여는 소리에 쏜살같이 문 앞으로 뛰어 나와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조이가 그날따라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이상한 느낌에 조이 이름을 계속 부르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서야 조이는 침대에서 내려와 나에게 뛰어오기 시작했는데, 조이가 뛰어오다말고 옆으로 픽 픽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 걸어도 또 옆으로 픽.
왜 이러지? 뭘 잘못 먹었나? 집은 다 치우고 나갔는데...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에 동생에게 다급히 연락을 하였다.
동생이 집으로 오고 같이 동물병원에 조이를 데려가서 상태를 지켜봤는데, 또 옆으로 쓰러지는가 싶더니 이내 균형을 잡고 잘 걷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도 보더니 괜찮은 것 같다며 집에서 좀 더 지켜보라고 하셨다.
우린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생각해보면 그 때 이런저런 검사를 했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그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을텐데...하는 생각에 지금도 후회가 된다.
그 뒤로는 좀 이상한 느낌이 몇 차례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 같다. 조이의 건강을 너무 믿었던 우리 불찰이기도 했다.
한 달이 지나고 내 결혼식 날이 되었다. 2018년 4월 21일.
우리 가족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조이를 집에 혼자 놔두고 우리 모두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정신없이 결혼식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토요일 오후라 도로에 차가 너무 많아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는데, 조이가 저번처럼 또 픽 픽 쓰러지는게 아닌가??!
우리가 집을 너무 오래 비워서 그런가...ㅠ 쓰러지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심상치 않아 보였고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나는 남편과 호텔에서 하룻밤을 잔 후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되어 있던 터라 같이 병원에 가지 못했다.
동생에게 병원에 데리고 갈 거라는 말을 듣고 집을 나왔다.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나는 내내 걱정이 되었고 다음 날 세상 신나는 신혼여행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조이 걱정으로 심란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