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카리 Jul 17. 2024

하지메마시테~ 처음 뵙겠습니다.

おはようございます!

오하요고자이마스!


명랑한 목소리의 예쁜 분이 힘차게 "오하요고자이마스~(안녕하세요 - )"외치며 교실 문을 들어오신다.

긴장한 나는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오하요고자이마스'라고 대답했다.


요즘이야 명동만 나가도 외국 사람을 흔하게 만날 수 있지만,

세상에... 일본 사람이랑 이렇게 가까이 만날 수 있다니~

어학원 입학 전, 간단한 일본어 능력 테스트를 통해 반이 배정되었다.

나는 내 레벨보다는 한 단계 아래 반으로 배정되었는데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란 말이 있지 않은가~


한국인들이 많이 없는 어학원을 원했건만, 실제와 보니, 반 이상이 한국인이었으며, 나머지는 베트남, 몽골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베트남 친구들은 국비장학생으로 오기 때문에 진짜 똑똑한 인재들만 뽑혀서 온다고들 한다.  몽골 친구들은 간부들의 자제나, 정말 부자 집안의 자제들이 온다고 한다.

너네 넘사벽이구나~~


"はじめまして、韓国から来た金です"

(하지메마시테, 캉코쿠카라 기타 김데스)

よろしくお願い致します"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


떨리는 자기소개를 마치고 나니 반 친구들이 괜스레 편해졌다.

일본어 수업은 9시에 시작해 13시면 끝난다. 적극적인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도 선생님께 달려가 쫑알쫑알 대화하는데, 나는 영~~ 엉덩이가 떨어지질 않았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못 하는 게 당연한데 내심 틀리는 게 보이기 싫었던 것 같기도 하다.

속으로 몇 번이고, 연습해서 한 번 내뱉는 정도니 말이다.


어학원에선 한국인 매니저도 있어서 비자 업무나 아르바이트 구직에도 도움을 주었다.

입학한 지, 몇 주 뒤인 어느 날, 한국인 매니저가 라멘집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데 면접을 보겠느냐고 한다. 나는 선뜻 가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요란한 한자 간판의 어느 라멘집 앞에 섰다.

미리, 간단한 자기소개들을 연습하고 갔지만 그래도 일본에 와서 처음 보는 면접인데 가슴이 너무 떨렸다.


"すみません"(실례합니다)

"アルバイト の面接に来ましたが・・・

(아르바이트 면접 보러 왔는데요)


점장님은 테이블에 앉으라는 얘기와 함께 라멘 메뉴판을 가지고 오셨다.


"こんにちは" (안녕하세요)

"読めますか" (읽을 수 있어요?)


나는 뚫어져라 메뉴판을 보며 읽을 수 있는 한자들을 찾아보았다.


"博多ラーメン・・・・" (하카타 라멘)

"すみません、よめません" (죄송합니다. 읽지 못하겠어요)


내가 그동안 배운 한자가 얼마나 많은데,

메뉴판에 한 개 밖에 못 읽다니...

오랜만에 겪은 조용한 굴욕이었다.


친절하게 쓰여있던 일본어 교과서와는 달리,

멋들어지게 써져 있는 온갖 종류의 라멘 한자에 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어학원에서 나에게 더 이상 아르바이트를 권해주지 않았다.

자신만만했던 나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실을 깨닫게 해 준 경험이었다.

그 후로 며칠 동안, 라멘집 간판만 봐도 "우~씨" 속삭이며, 눈을 질끈 감고 걸어 다녔다.




point 日本語!

人生はそんなに甘くない(진세이와 손나니 아마쿠나이) ➠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전 02화 "내가 일본에 오긴 왔구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