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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카리 Jul 24. 2024

소금 알바 塩のバイト

교회에서 아르바이트할 수 있다는 데 가볼래?

어학원 같은 반 언니가 다가와 슬며시 물었다.


"교회에서 아르바이트가 있다는데 해볼래?"

교회에서 아르바이트? 그것도 일본에서?

솔직히 나는 초등학교 때 친구의 전도로 처음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주일예배, 새벽예배, 부흥회도 나름 열심히 다녔던 나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음주·가무를 알게 되며 주님을 멀리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인천 공항에서 할머니가 내 손을 꼭 잡으며 기도해 주고,

일본에 가서 다시 교회를 꼭 가라는 할머니의 당부가 갑자기 생각났다.

몇 년이나 다니지 않았던 교회를 아르바이트하러 가는 게 영~ 내키지 않았다.


심지어, 무슨 아르바이트를 교회에서 시킨데? 이상한 교회 아니야? 나중에 알았다.

하나님은 어떻게라도 다시 돌아오게 하신 다는 것을...


라멘 가게에서 단칼에 거절당한 기억도 있고, 당장 일본 가게에서 일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가보겠다고 했다. 함께 유학 온 언니들과 삼삼오오 모여 학교에서 한 정거장인 교회로 면접하러 갔다.

예배당은 한국에서 많이 본 분위기라 어색하진 않았다. 목사님께 이력서를 드리고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듣고, 면접이 끝나고 예배당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파란 두꺼운 비닐을 깔려 있고 산처럼 싸여있는 정체 모를 하얗고 분홍빛 물체들, 긴 테이블에서 무게를 재는 사람, 제품 용기나 비닐에 포장하는 사람, 나름 분업이 잘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시급도 850엔도 좋았다. 어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기 때문에

해보고 힘들면 말지 뭐~ 라며 함께 간 언니들과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들었지만, 목사님께서 유학생들이 공부하며 조금이라도 편하게 용돈이라도 벌 수 있게 많이 배려해 주신 것이라고 했다.





소금 알바 첫날,

조선족 전도사님이 처음 온 우리를 소개해 주셨다. 그리고 전도사님의 기도로 아르바이트는 시작이 되었다.

하는 일은 단순했다. 미리 준비된 소금을 일정 분량에 맞게 넣어 포장하는 것,

이런 일을 하면서 시급을 받다니, 세상 태어나 이런 꿀 알바는 처음이다.


한국 유학생들과 조선족 학생, 일본인 할아버지 두 분과 오붓하게 일을 하게 되었다.

소금 봉지에 소금을 담으며, 일본에 온 이야기, 한국에서 살았던 이야기들 나누며 시간을 잘도 지나갔다.

일본인 할아버지는 교회의 집사일도 하시고 교회에 거주하시는 분이셨는데, 일본어가 너무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중 한 분 세키 상(セキ さん)은 체력이 안 좋으신지 항상 " 疲れた~疲れた~”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서 일 마무리도 역시 전도사님의 기도로 끝을 맺었다.


2주 정도 되던 차에

"우리, 아르바이트는 여기 교회에서 하는데 주일에 다른 교회 가는 게 좀 그렇지 않아?"

" 좀 그렇지?~~"

언니들과 이런 대화를 하던 중, 공과 사는 구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름 이 교회 사람들도 좋고, 밥도 맛있고, 교회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결국, 언니들과 나는 교회를 옮기게 되었다.


내심, 나 일본어 공부하라고 왔는데 일본어 늘기는 느는 걸까? 약간의 불안과 매달 받는 월급의 안도감과 함께 천천히 일본 생활도 적응해 간다.




point 日本語!

少しずつ、慣れていきます(스코시즈츠 나레테이키마스)➠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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