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을 빠져나와 유학원에서 대절한 대형 버스를 타고 목조주택의 2층집, 기숙사에 도착했다.
짐을 푸는데...
엄마가 꽁꽁 싸매준 김치가 팽창되어터져 버렸고, 한 달 전에 한국에서 선편으로 보낸 짐 중에 유리병에 든 딸기잼은깨져있고 5kg 가루 세탁세제는 뜯겨 줄줄 새고 있고, 참치 통조림은 찌그러져 있었다.
" 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깨지고 터진 짐들을 보며,
앞으로의 일본에서 삶을 예견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니 기대는커녕, 다시 돌아갈까?라는 생각도 앞섰다.
처음 맞는 다다미방 냄새는 낯설었으며,
TV 속에 나오는 일본어는 외계어처럼 들렸다.
당장 저녁밥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 등 불편한 마음과 불안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첫날은 아니나 다를까 가위에 눌려 허공에 대고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하나님~~ 도와주세요!!!"
" 도와주세요!!!!"
아무리 소리쳐도 꼼짝 않는 내 손과 발...
걱정하지 말라고, 잘할 수 있다고 부모님께 말한 내가 한없이 작아졌다.
다음 날, 오전 유학원 동기들과 동네 산책 겸 다니게 될 어학원을 둘러보러 나갔다.
복잡 미묘했던 어제의 마음과는 사뭇 달랐다.
거리마다 피어있는 벚꽃들이 일본에 잘 왔다고 반겨주는 것 같았다.
쓰레기 한 점 없이 깨끗이 정돈된 도로, 번쩍번쩍 화려한 조명의 파친코 앞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미니 화장지(하루 종일 공짜 화장지만 받아도 꽤 양이 됨), 정각 정시에 도착하는 JR(일본 전차), 무거운 란도셀에 교복, 모자를 쓰고 등교하는 아이들, 맥도널드를 '마 끄도 나르도'라고 발음하는 어색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