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스터링 재개봉, <화양연화>
많은 일들이 모르게 시작된다지만, 사실 그래서 모르는 거지 첫눈에 사랑한 거 아니었을까. 사랑할 걸 알았거나. 언제부터가 정확한 요이땅 시작점이고 정말 끝낼 때인지를 모르다는 거겠지만.
됐고 계단 국숫집 좌표 좀 불러봐요.
제가 광화문 미진에서 메밀 네 판(2인분) 먹은 적도 있는 면 킬런데요 면 따로 국물 따로 담기는 그 국수 도시락 가방은 어디서 사셨어요?
어느 날 나는 애인과 비 오는 날에만 물이 흐르는 서울 시내 계곡 근처 오래된 폐허 아파트 흔적 앞을 거닌 적이 있는데, 헤어지면 그 폐허 아파트 벽 균열에 대고 속삭이러 가야지. 이 새끼야 대머리 까져라 하고
코로나로 침체된 극장가에서, 박스 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는(글이 저장된 시점) 화양연화. 시대를 앞서가다 못해 한 컷 한 컷 매 장면이 한 폭의 작품 같고, 그저 불륜이라는 소재 때문에 피하기엔 세심한 감정선도 아름다운 영화. 시대의 아픔마저 품고 있는 듯 허망한 양조위의 눈빛 때문인지, 덤덤한 듯 요염한 듯 슬퍼 보이는 장만옥의 눈빛 때문인지.
영상으로 쓴 시인양 매초 아름다운 게 화양연화는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합니다. 각 상대 두 사람의 불륜이라는 희한한 인연으로 엮인 두 연인이 상황극 연습하면서 “당신 여자 있지?” 추궁 놀이할 때 서라운드로 듣는 양조위 먹방 소리는 넘나 거슬리니 주의를 요함, 데이트할 땐 고기 써는 칼 이상하게 쥐는 거 빼고 흠잡을 데 없는 테이블 식사 매너 구비하고 있었으면서 디테일 보소. 바람피우는 남편이라고 꼭 그렇게 게걸스럽게 먹는 연기 했어야 속이 시원했냐?!
개봉 20주년 리마스터링 재개봉. 39금 영화라고들 함.
2020.12.28. 리마스터링 / 서울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