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벽에서 내려오다 만 핀업걸

by 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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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 가돗, 크리스 파인


핀업 걸에서 자기주도적 여성으로 변하였다는 원더우먼을 보러 갔다. 갤 가돗은 기존 영화나 원작의 원더우먼 이미지와 안 맞는다는 논란과 시오니스트 논란에도 불구하고 예뻤고, 크리스 파인도 좋아해서 수 많은 비추에도 불구하고 봤다.


죽어가는 DC에 심폐소생을 한 게 수어사이드스쿼드의 할리퀸과 이 원더우먼, 여성 캐릭터들이었다는 평가도 많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리 새롭지 않았다. 영화는 너무 길고, 원더우먼이 각성해서 원더해지기까지 매우 지루했고, 악인의 캐릭터가 평면적이었고, 히어로(히로인)이 갖게 된 인류애의 근원도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다. 시대에 비해 그리 놀랍게 진보된 여성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 물론 이건 오락물이다.


-그런데 오락물 관점으로만 봐도, 그리 새로울 건 없다. 갤 가돗과 크리스 파인의 빼어난 미모 정도? 아, 잠깐 원더우먼이 각성한 직후에 보여준 액션들은 시원하고 멋졌다. 역시 군필 언니의 위엄과 복근은 좀 짱이구나. 하지만 여전히 악역은 평이하니 매력적이지 않고, 스토리는 고루하다. 원더우먼 각성 전까지 온갖 신화와 1,2차 세계대전 등 흥미로운 콘텐츠는 다 끌어다 와서 정성껏 빚어 개인의 역사를 만들었지만 그리 감흥이 오지 않는다. 결말 쯤의 싸움들은 지루하다. 슈퍼맨의 귀환을 볼 때의 지루함과 맞먹는다(이 영화도 나 혼자 지루했던 거 같긴 하다). 뭔가 되게 건조하고 뻑뻑하니 목 마른, 스케일만 큰 싸움. 힘의 규모만 보여주고, 찰지게 주고받는 합이나 재기발랄함, 긴장이 느껴지지 않는 싸움.




*원작도, 예전 오리지널 영화도 보지 않은 일반 관람객으로서의 후기이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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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중엔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도 있는데, 신과 인간의 딸이라니 정말 이 헤로인은 인간에게 과분한게 분명하다. 신들의 신 제우스......의 아들(?)이 반할만큼 아름다운 인간 어머니 사이에서 나온 딸이니 미모도 인간계에선 과분한 건가.


아무튼 아마존 여왕의 딸이었던 원더우먼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도 모른 채 어느 날 갑자기 외부에서 똑 떨어진 한 남자의 이상과 신념에 이끌려 섬을 떠난다. 어머니는 다시 못 볼 지도 모르는데 떠나는 순간까지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는다.


영화가 꼭 여성주도적이거나 진보적 여성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 영화는 스스로 진보적 여성에 대해 논하고 있으면서도 그리 진보적 여성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신들에 의해 고립된 섬에 교류없이 갇혀 있던 여성들은 외부 전쟁문물에 대해 폐쇄적이면서도 별 전략없이 전투에 그저 열심히만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결국 총 앞에서 활 들고 우르르 달려 나오다가 중요한 인력을 잃는다. 어머니는 아끼는 딸이 성인이 되었는데도 자기 인생에서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는다. 그저 싸고돌고 은닉할 뿐.


강인한 이면에 태고의 순수함을 훼손없이 간직한 원더우먼의 모습은 사람으로서 매우 매력적이고 배우의 미모와 완벽한 미소가 이를 더없이 잘 표현해주었지만, 진보적 여성 히어로로서 다른 남성 히어로들보다 매력적인 부분은 크지 않다. 물론 노약자와 부녀자를 위하는 여성의 장점을 살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겠지만 팀 플레이 중에 자기 눈앞에 보이는 광경의 해결에 집착하며 고집을 부리거나(하지만 개인 역량으로 매우 혁혁한 성과를 냈으니 할 말이 없기도 하다) 하는 모습.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의 의지와 이상에 너무 이끌려 다니는 듯 묘사 된 점이 와닿지 않았다.


원더우먼은 부녀자들의 복지를 위협하는 긴 대치 상황을 종결하기 위해 팀워크를 깨고 달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사랑하는 남자가 실은 자신을 믿지 않았었다는 걸 알게 되자 인류 전체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 그랬다가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을 희생하며 숭고한 뜻을 남기자, 그 뜻을 지키고 살아가리라 맘을 먹는다. 사랑하는 남자를 그렇게 만든 악에 대한 분노로 더더욱 각성한 뒤에.


물론 이것 또한 단편적. 악의적. 흠잡기용 수용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어쨌든 내 눈에는 감독이 여성감독이라는 데에서 더 더 이런 부분이 별로로 느껴졌다. 화자 자체의 미묘하게 좁은 세계관과 가치관.
그냥 예쁘고 강인한 멋진 뉴 동료! 하하하! 우리는 좋은 팀! 이런 디씨였다면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굳이 양성평등을 이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그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달의 이면을 보고 흉악한 세상을 다 알고 나서도 신념을 실천하는 히어로들, 다 잃어보고 바닥을 치고 올라온 다른 히어로들과 아직 동등하지 않은 건 확실하다. 모든 히어로들은 개인적 시련을 극복하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지키고 있고,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건 번외의 문제다. 007도 마찬가지다. 첫사랑에 실패한 건 007이 바람둥이가 된 사유가 될 순 있어도 007이 첩보일을 시작한 계기는 아니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 남자든 여자든 사랑하는 사람과 신념을 공유하며 가치관이 완성된 거 아니겠냐 해도 할 말은 없다. 객관적으로야 흠 잡을 수위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영화 전반에서 내가 느낀 건 히어로가 된 명분이 다른 히어로보다 조금 약하고 시야가 좀 더 좁은 히어로가 난 진보적 여성이야 라고 말하고 싶어한다는 거였다.


때려부수고 신나게 싸우는 오락물을 보고 왜 정색하냐고 하면, 이 영화가 나 여성 진보적인 영화야라고 말 하고 있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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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파인과 갤 가돗 선남선녀의 러브 스토리는 눈호강에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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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로 나온 배우도 정말 우아하고 아름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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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하다가도 어린 아기나 친구들을 보면 이렇게 활짝 웃는 원더우먼의 순수함도 참 예쁘고
(차라리 계속 이런 컨셉으로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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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얘기는 개인적으로 매우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다양한 인종이 모두 공생하는 아마존의 모습은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봤다. 여성들은 이렇게 인종과 사상에 상관없이 화합할 수 있다. 이런 메시지가 있었거나 없었거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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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도 확실히 핀업걸 시절보다 섹스어필이 덜한 의상이다.


풍만함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옷 자체가 기능성이 강한 전투복으로 바뀐 것. 남자 히어로들 옷도 날이 갈수록 섹시해지는 마당에 가슴골조차 안 보인다. 오히려 이건 그런 섹스어필을 줄이는 것이 의도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의상은 멋있고 쌈박하고 예쁘면 그만이지......


아무튼 이런 모든 시도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여성상을 제시하는 것에 화자 자체의 비진보성(?) 혹은 좁은 세계관으로 인해 절반은 실패했다고 본다.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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